بيت / 로맨스 / 나는 공범이었다 / Chapter 161 -الفصل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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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فصول

제161화

“이 아이는 물건이 아닙니다. 헌데, 어찌 이리도 안달이십니까.”“몰라 묻는 게냐. 무속은 음사(淫祀)다! 나라의 기강을 좀먹는 망측한 짓이지.”“그저 사람입니다.”수행 무사들이 자연스레 동굴 입구를 막아섰다. 그들의 손은 하나같이 칼자루에 얹혀 있었고, 숨죽인 긴장감이 팽팽하게 차올랐다. “비키거라. 마지막 경고이니라.”“송구합니다.”이번에는 아버지의 시선이 혜월에게로 향했다.“혜월, 넌 청으로 떠나지 않으면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아버지..!”현묵이 결국 칼을 뽑아 들었다. “그 칼을 휘두른다면, 그건 나라를 베는 것이다.”“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나라라면, 망설임 없이 베겠습니다.”그때부터였다.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정신없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태호의 입에서는 믿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역모다. 더는 내 아들이 아니다.”선고처럼 메아리치는 말, 그 순간 모든 관계가 잘려 나갔다. 쇳소리가 겹쳐 울리는 사이, 혜월은 비명을 삼키듯 입을 틀어막았다. 현묵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베고, 또 베었다. 혜월을 지키기 위해서, 하나뿐인 사랑만은 살리고 싶어서. “윽.. 크윽.”“베거라!”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수십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온몸에 생채기가 늘어갔고, 칼짓은 자꾸만 느려졌다. 마침내, 털썩.현묵이 무릎을 꿇었다.칼끝이 바닥을 긁으며 울었다. 붉은 피가 돌바닥에 떨어져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도련님..!”혜월이 현묵의 몸을 와락 끌어안은 순간, 태호가 손을 들어 무사들을 제지했다. 그만 두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지켜보고 싶었다. 아들의 마지막 말만큼은 부디 후회이길 바랐다.현묵이 피 묻은 손가락을 힘겹게 움직이더니, 칼끝에 매단 노란 구슬을 떼어냈다.그리곤 그 구슬을 혜월의 손에 쥐여주었다.꿈속에서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연주옥이라는 사실을.“청으로.. 가거라.”“싫습니다. 싫습니다..!”혜월의 울음에 현묵의 눈동자가 태호를 향했다. 간절한 마지막 바람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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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준호가 배를 부둥켜 잡더니 고통스러운 신음을 연기했다.“윽.... 내 마지막 유품을 찾으러 왔네.”어처구니가 없었다.“짜증 나. 괜히 울었어.”“윽.. 혜월아.. 혜월아!”“하지 말라고..!”꿈에서 깨어나자마자 달려온 건 와락 안아주고 싶어서였다. 어여쁜 누이로 태어나라는, 누구보다 아껴주고 위해준다는 말이 너무너무 서글퍼서. 전생에도 현생에도 자신만을 지키는 이 남자가 애틋해 미치겠어서.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신준호는 그냥 신준호였다. 아니, 현묵의 발치에도 못 미치는 멍청이였다.“혜월아. 어서 내게 수청을 들...”퍽!준호는 커다란 베개에 얻어 맞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그 역시 꿈 내용을 듣고 적잖이 놀라긴 했지만, 심각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니까. 무엇보다 누이로 만나자는 끔찍한 유언을 내뱉은 현묵의 뒤통수를 갈기고 싶었으니까. “근데 영아. 연주옥은 어떻게 돌아온 걸까?”“몰라.”“하.. 주인을 위해 이리 긴 세월을 건너 돌아오다니.”“...”“혜월아. 어서 내게 돌려주어야겠구나. 연주옥이 구슬프게 우는구나..!”영이가 씩씩거리며 준호를 노려보았다. 큰 덩치에 베개까지 끌어안고 있는 꼴이 뭐랄까.. 좀 모자라 보였다.“아무래도 내 이상형은 현묵 도련님인 것 같아.”“뭐?”“오빠보다 현묵 도련님이 훨씬 멋있어.”준호가 말을 잃었다. 베개를 쥔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그 멍청한 자식이 멋있다고?”“말 조심해!”“그 자식 말대로 진짜 누이로 만났으면 어쩔 뻔했어?”“도련님 덕분에 우리가 다시 만난 걸 수도 있는 거잖아!”“아니거든? 장모님 덕분이거든?”한참을 티격태격 거리던 중, 어느덧 시간은 새벽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꿈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버린 것. 잠은 이미 홀라당 달아나 버렸고. “네가 감히 도련님의 단잠을 깨운 것이냐.”“그만 하라고 했어.”“수청을 들지 않으면.. 내가 들 것이다.”영이는 이불을 확 끌어당겼다. 어이는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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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주말 오후, 두 사람은 약속대로 혜원사로 향했다.그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두 손을 꼭 맞잡고 있다는 것, 아침부터 진득한 섹스로 사랑을 나눴다는 것.입구를 지나 익숙한 길을 걷자, 휘가 먼저 두 사람을 발견하곤 부리나케 다가왔다.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휘 역시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오셨습니까.”“네. 지담 스님께서는..”“기다리고 계십니다.”법당으로 향하는 길, 영이가 휘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휘 님도 스님이 되시는 거예요?”“아닙니다.”“그럼 왜 매일 이곳에 계세요?”“지담 스님을 존경합니다. 그게 다입니다.”영이도, 준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존경받아 마땅한 분이라는 것. 그건 이미 첫 만남부터 똑같이 느꼈으니까.“행복해 보이십니다.”“네. 저희 연애합니다!”득달같이 터져 나온 준호의 대답에 영이는 손에 힘을 꽈악 주었다. “오빠...”“행복하십시오.”“김 휘씨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휘 님.”기분 좋은 덕담을 나누며 법당 안으로 들어섰다. 지담 스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게 웃었다.“사랑이구나.”“네..?”“사랑 내음이 이리 짙게 풍겨오는걸.”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달아올랐다.준호가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공손하게 내밀었다. “별거 아닙니다. 다도를 즐기시는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다음부턴 이러지 말게. 그저 와서 이야기나 들려주게들.”“명심하겠습니다.”자리에 둘러앉자, 오늘도 향긋한 찻잎 향이 가장 먼저 피어올랐다. “스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행복을 찾았습니다.”“준호야.”“예, 스님.”“진중함은 어디다 버려두고, 입이 귀에 활짝 걸린 것이냐.”피식. 영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지담의 시선이 부드럽게 옮겨왔다.“영이는, 영이도 행복하고?”“네, 스님. 사실은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온 건데... 얼마 전에 꿈을 꿨어요.”“꿈? 또 미래를 본 것이야?”“아니요. 이상하게도 미래가 아니라 과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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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영이가 스님의 눈동자를 빤히 응시했다.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집중해도, 아무리 끙끙거려도 흐릿한 잔상 하나 떠올리지 못했다. 스님이라 그런가? 오랫동안 도를 닦아온 분이라 그런가?“아무것도.. 아무것도....”“준호야, 휘를 불러오거라.”준호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법당 문을 열었다.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휘는 갑작스러운 준호의 부름에 말없이 법당 안으로 들어섰다.“휘에게도 안 보이느냐.”이번에는 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똑같았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스님.. 갑자기 이게.. 이게 왜..”영이의 목소리가 떨렸다.두려움이 아니라, 공허함에 가까운 떨림이었다. 늘 함께하던 감각이 아무런 예고 없이 뚝 사라진 느낌같은 것.“끝난 게다.”“네...? 끝났다고요? 더는 보이지 않는다고요..?”“허허. 연주옥이 주인을 만나 기뻤나 보군.”“연주옥... 정말 그 연주옥이..”“거기에, 진심 어린 기도까지 더해졌지 않느냐.”그제야 소름이 돋았다. 지담 스님이 연주옥을 전해주며 했던 말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했네. 연주옥의 주인이 나타나는 날, 딸을 품지 못한 어미의 소원이 반드시 이뤄지라고.”뒤이어 석현의 목소리도 겹쳐졌다. “오빠가 오늘부터 기도할게. 영이가 누구보다 평범해지라고.”그리고..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누구보다 내 행복을 바랐을 소중한 사람, 신준호.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치자,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오빠..”준호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단단하게 영이를 끌어안았다. 스님이 계시든 말든, 김 휘가 헛기침을 하든 말든 지금은 안아주고 싶었다.“영아, 고생 많았어.”그동안 꾹 눌러 담아 두었던 모든 것이 눈물이 되어 흘러나왔다.더는 보지 않아도 되는 미래, 보내주어도 되는 과거, 이제야 허락된 평범한 현재. 영이는 준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다 오빠 덕분이야.”두 사람이 떨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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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아.. 맞네.. 호캉스.. 그놈의 호캉스.또 실내 데이트다. 누가 봐도 목적이 뚜렷한 데이트.“사람 많은 데 가서 확인하자며.”“호텔에 사람 많아.”“그건 투숙객이잖아.”“투숙객도 사람이잖아.”마음을 단단히 먹은 신준호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솔직히 이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그래. 가자, 가.”“아 맞다, 수영복부터 사러 가야 돼.”“뭐... 뭐라고?”“온수풀 있는 데로 예약했거든. 뭐.. 없어도 상관없긴 하겠..”“오빠...!”“왜! 영이는 아무 것도 안 입은 모습이 제일 이쁘단 말이야!”영이는 괜스레 야릇한 상상들이 떠올라 눈길을 피했다.“살래. 수영복.”“굳이?”“무조건.”차가 출발하고 나서도 두 사람의 웃음과 투닥거림은 끊이질 않았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꼭 미래도 과거도 없는, 온전한 지금만 존재하는 하루 속인 것 같았다.“나 호텔은 처음 가 봐.”“난 아닌데.”“응? 오빠 모태 솔로잖아! 언제? 누구랑? 왜? 뭐 하러?”“강석현이랑.”헉. 남자끼리도 그런 곳을 가는 건가. 아무리 친해도 이건 좀 아닌데. 그래도 이해해야지. 사랑하니까.게다가 두 사람은 나름 애틋하고 또.. 소중한 친구니까. “아.. 그랬구나.”“뭘 그랬구나야.”“친구끼리 같이 잘 수도 있지 뭐..”영이의 반응에 준호가 실소를 터뜨렸다.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고? 그런 끔찍한 결론을 도출했다고? “호텔에서 잠만 자?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거든?”“씨이..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해 주던가.”“질투했네. 우리 영이~ 질투도 하네~”“그런 거 안 해.”“난 할 거야. 특히 현묵이 그 자식은 진짜 별로야.” 신준호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질투할 만큼 확실한 바보였다. 이런 인간이 어떻게 회사를 설립하고 AI 시장을 장악한 건지.영이는 일을 하는 두뇌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흐응~ 흐응흐응~”그건, 세상에서 제일 신난 신준호가 체크인을 하며 낸 소리다. 어찌나 신이 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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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첨벙!물속으로 뛰어든 준호가 유려하게 물살을 갈랐다. 영이 역시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자 금세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리! 다리 움직여야지!”“으앗 가라앉을 것 같아!”“아니! 더 첨벙첨벙!”“못 하겠다고!”준호의 손에 의지한 채 수영 연습을 하던 영이는 배가 부를 정도로 물만 마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준호는 어이가 없었다.이런 맥주병이 호수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했었다고?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인 거냐고. “끔찍해.”갑작스러운 정색에 영이 역시 정색으로 맞받아쳤다. 당연히 수영 실력이 끔찍하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처음이라 못할 수도 있지. 말을 왜 그렇게 해.”“이 형편없는 실력으로 대체 어딜 뛰어든 거야.”아.. 그때 그 이야기구나. 그때는 그냥.... 아무것도 안 보였지. 발버둥 치는 아이만 보였지.“석현 오빠 수영 엄청 잘 하더라.”“내가 더 잘하거든.”“흠, 사람 구할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그때부터였다. 신준호가 물개에 빙의한 듯 어푸어푸 거리기 시작한 건. 사방으로 물방울이 튀었다. 벽을 발로 차 방향을 바꾸는 모습에 영이는 배꼽을 잡았다.“큭.. 그만해!”“어때? 장난 아니지? 국대 같지?”“물개보다 더 잘해! 그러니까 그만해!”두 사람의 모습은 꼭 아이 같았다. 아무것도 아닌 물장구 하나에 꺄르르, 코를 막고 잠수를 하다가 또 꺄르르 웃고. 따스한 온도 덕분인지, 스킨십도 유난히 자연스러웠다.“있잖아 영아. 오빠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해.”“무슨 생각?”“인생이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워도 되는 건지. 이게 정말 내 인생이 맞는 건지.”“나도 똑같아. 매일매일 너무 행복해서, 가끔은 현실인지 상상인지 헷갈려.”어느새 가까워진 몸, 자연스레 쪽! 입술이 맞부딪혔다.“더 행복하자. 더 사랑하자.”“그건 안 돼.”영이의 칼답에 준호가 멈칫했다.“응? 왜 안돼..?”“지금보다 어떻게 더 사랑해.”맞다. 사랑에 만약 최대치가 있다면 그들은 지금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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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준호의 성기가 파고들 때마다, 풀장 안의 물이 넘실거렸다. 영이는 세상 야릇한 신음을 흘리며 준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한쪽 다리는 이미 그의 허리를 휘감은 뒤였다."하으, 하, 아아, 응!""이래도 귀여워?""읏, 아, 아니야, 하아, 흐..."따뜻한 물 속에서 하는 섹스는 황홀경이었다.영이의 질구는 미친듯이 조여들며 옴죽거렸고, 그때마다 준호의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아, 왜 이렇게 조여, 영아, 아.""좋아서, 응, 좋아서그래, 흐응, 응.."귀엽다는 말이 싫어 사납게도 박아대는데, 좋다며 까무러치는 영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학심이 들끓었다.심지어 허리춤에 걸린 아이보리 색 수영복은 영이의 몸매를 더 돋보기에 만들었다.성기를 꽂은 채 영이를 품에 안고, 풀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깔린 커다란 비치타올 위에 영이를 눕혀놓고는 다시금 허리를 처박기 시작했다.찰박, 찰박─!넓게 벌어진 다리 사이, 제 성기가 넘나드는 광경이 이제야 적나라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예쁘다, 하, 진짜 예쁘다 영아.""응, 아, 오빠아앙, 하으으..!"그러면서도 두 손은 영이의 말랑한 젖가슴을 조몰락거렸고, 젖꼭지는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한껏 유린당했다. 터질듯이 차오르는 쾌감에 영이의 허리가 툭툭 끊겼다. 오르가즘이 온몸을 덮친 것이다.그 아찔한 광경을 바라보던 준호는 성급하게 자궁구를 찔러대기 시작했다."으, 아... 크윽..."정액이 터져나오는 순간, 그는 바르작거리는 영이를 옭아매듯 끌어안으며 엉덩이를 떨었다."오빠, 하, 오빠... 하아..."영이 역시 마찬가지였다.준호의 등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마치 그가 쏟아내는 모든 걸 받아내겠다는 듯이.***비틀비틀. 초저녁부터 술에 잔뜩 취해 귀가한 보람이의 모습에 숙경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자유롭게 쓰던 카드도 사라졌는데. 요즘은 떽뗵거리긴 커녕 통 목소리도 듣기 힘들었다.“보람아, 누구랑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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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대문을 나선 보람은 택시에 올랐다. 술기운에 짜증을 너무 낸 건가, 아빠도 아픈데.뒤늦은 후회가 몰려오긴 했지만, 입술만 깨물었다. “왜 나한테만 난리냐고.”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신 사원, 주말인데 뭐해? 그냥 생각나서.뭐지? 평소에 친하지도 않던 이강민 과장이 갑자기 왜?고개를 갸웃하며 답장을 보냈다.- 과장님, 무슨 일이세요?- 말했잖아. 생각나서 연락했다고.그러니까 유부남이 왜 이딴 문자를 보내냐고.차마 무어라 답장을 써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중, 이강민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네 과장님.”“혹시 불편했어?”“당연히 불편하죠.”“그냥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 혼자 먹으려니까 영 지루하네.”“혼자요? 아내분은요?”젠장, 스스로도 왜 이런 질문을 한 건지 알 수 없었다.“해외 출장.”“아..”고민 없이 떨어지는 대답에 더 불쾌하고 더 짜증이 났다. 괜히 대체품이 된 것 같아서. “어디야? 집은 아닌 것 같은데.”“택시 안이요.”“응? 어디 가는데? 혹시 무슨 일 있어?”이상하게 또 눈물이 났다. 그 자상한 목소리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차려 줬다는 자그마한 사실 하나에. “울.. 울어? 우는 거야 지금?”“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어디야. 금방 갈게.”“저.... OO호텔로 가고 있어요.”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또 아무나한테 위로받고 싶다는 욕구 같은 것.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로비에 앉아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방 안에서 기다리는 건 왠지 좀 민망하고, 가벼워 보일까 봐서.그때,“신보람.”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신준호와 유영.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꼴도 보기 싫은 인간들이 나타난 것이다. 준호와 영이 역시는 그저 의문이었다.한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내려온 건데. 이곳에서 보람이를 마주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네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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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제정신이야? 하다 하다 이제 유부남을 만나?”“무슨 상관인데! 그냥 밥이나 먹을까 했던 거라고!”“그게 말이 돼? 너 체크인 했어, 안 했어.”체크인을 하긴 했지. 근데.. 막상 올라가진 못하고 있었고. 근데 어쩌라고? 과장님이랑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내가 가서 확인해?”“그거야... 짜증 나는 집에서 나왔으니까!”“이 미친 기지배가 진짜.”준호의 언성이 높아지자, 이제야 영이가 나서 말리기 시작했다.“오빠, 화내지 마.”당연히 보람은 영이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길길이 날뛰었다.“낄데 껴. 네가 뭔데 나서고 지랄이야.”영이는 흠칫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입을 다물지 않고 자신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언니도 그만하세요. 여기서 오빠가 안 말렸으면... 분명 후회하셨을 거예요.”“후회? 그래! 존나게 후회된다! 너 같은 건 산속에서 혼자 뒤지게 내버려뒀어야 했는데!” 찰싹!참지 못한 준호의 손이 결국 보람의 뺨을 향했다.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보람은 얼얼한 뺨을 감싸며 두 눈을 부릅떴다.“미.. 미쳤어?”“신보람. 대체 바닥이 어디냐?”“하... 진짜 싫어.. 진짜 지긋지긋해.”그대로 등을 돌려 도망치듯 뛰었다.적어도 유영 앞에서 질질 짜긴 싫어서. 아니, 지금의 상황이 너무너무 쪽팔리고 스스로가 한심해서.영이는 이대로 보람이를 보낼 수 없었다.늦은 시간 캐리어도 전부 두고 어딜 가는 건지. 게다가 집까지 나왔다면서.“언니..! 보람 언니! 잠깐만요!”멀어지는 보람을 따라 영이도 달렸다. 준호 역시 머리를 털어내며 그저 뛰었다.“신보람!”잠시 후, 끼이이익─!좁은 2차선 도로 위, 자동차 바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 정신없이 길을 건너던 보람을 향해 달려오던 차 한대. 영이가 보람을 끌어안고 도로를 나뒹굴고 있었다.“영.. 영아!”차창을 내린 운전자가 욕설을 내뱉었다.“뒤지고 싶어서 환장들 했어? 어?”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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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준호는 보람의 상처에 마지막으로 반창고를 붙여주고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적어도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지금 보람이랑 같이 있는데. 작은 사고가 좀 있었어요.”“뭐? 사고? 무슨 사고...!”“걱정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바로 택시 태워 보낼 테니까, 이 기지배 주말 내내 아무 데도 못 나가게 하세요.”끙... 보람의 입이 앙 다물어졌다. “나와.”“혼자 갈 수 있거든?”“또 어디로 튀려고.”풀이 죽은 보람이 준호의 뒤를 쪼르르 따르자, 자리에서 일어난 영이가 보람의 옷깃을 살짝 붙잡았다.“언니. 아까 그 사람은... 다시 만나지 마요.”“이게 진짜...”“언니가 훨씬 훨씬 아까워요. 얼굴도, 나이도, 몸매도요.”준호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영이와 보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영아. 그런 말 하지 마. 진짠 줄 알고 착각해.”“진짜예요.”보람에게선 어떠한 대답도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향하면서도 입은 내내 다물려있었다. 캐리어를 찾고, 체크인을 취소하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리고 택시에 올라탔을 때, “짜증 나 진짜!”그게 다였다. 준호는 그것조차 익숙한듯 기사님을 향해 눈웃음을 지었다.“기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아주아주 골치 아픈 요주인물이라서요.”쿵, 문이 닫히고 준호는 택시가 호텔을 벗어날 때까지 한참을 서 있었다. 룸으로 돌아와서는, 당연히 영이를 보자마자 한숨이 새어 나왔다. “네가 무슨 민중의 지팡이야? 히어로야?”“아니? 나 영이.”“장난하지 마. 그럴 기분 아니니까.”“언니는? 잘 태워 보냈어?”“너도 그냥 입 다물어.”끄응... 꽤나 가라앉은 목소리에 영이의 입도 다물렸다. 흘러가는 분위기상, 지금은 분명 다물어야 할 분위기였다. “다리 꼴이 이게 뭐냐고. 다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미안.”“미래가 보이든 안 보이든, 넌 생각 없이 몸부터 날리는 습관부터 고쳐야 돼.”“생각이 있어서 날린 건데.”“입 다물라고 했어.”“오빠가 말 걸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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