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나는 공범이었다 / Chapter 151 -الفصل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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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딱 퇴실 시간이 가까워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결국 밥도 먹지 못하고 차에 올랐다. 준호는 이제서야 뒤늦은 미안함이 몰려왔다.적어도 밥은 먹였어야 했는데, 이게 말이지... 도무지 정신이 차려지질 않아서 말이지.애액에 젖은 팬티를 마주한 순간 오빠는 그냥 확 돌아버렸어. 오빠는 아무래도 변태인가 봐.“배고프지.”“오빠 미워.”“미안해.”“진짜 마지막까지 섹스여행이었잖아.”영이는 입이 삐죽 나온채 투덜거렸지만, 준호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렸다.“근데.. 진짜 미워? 오빠가 잘못 본 건가?”“뭐를?”“오빠 눈에는 분명... 좋아하는 것처럼...”퍽! 부끄러움이 몰려왔던 영이는 준호의 팔뚝을 세차게 때려버렸다. “이제 막 때리고 던지고.. 난리네 난리야.”“오빠가 변하면 나도 변해.”“아주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휴게소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고, 영이는 차 안에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이틀 내내 온갖 체력은 다 소진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어제는 안 마시던 술까지 진탕 마셨으니, 어찌 보면 이 정도면 꽤나 양호한 편이었고.속도를 최대한 줄여 달리던 준호는 신호에 걸려 멈춰 섰을 때, 뒷좌석에 있던 담요를 집어 영이의 어깨까지 덮어주었다. 살아온 평생 중 가장 행복했던 이틀이었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영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물론 섹스가 가능한 곳으로, 하하하.'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더 열심히 즐기고. 인생이 이렇게 즐거운 거였냐고.***다음날 사무실,똑똑.노크 소리와 함께 데스크 직원이 들어섰다. 손에 들린 작은 종이 상자 하나.그리고, “유 비서님. 택배요.”영이가 쏜살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를 받아들었다.“감사합니다.”준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영이 이름으로 택배가 왔다고? 사무실로? 게다가 미리 알고 기다린 눈치고.“유 비서, 택배 시켰어?”“네.”“뭔데?”“기다리세요.”“아... 응.”상자 안에는 또 다른 상자 두 개가 들어있었다.아씨, 궁금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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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미소를 가득 머금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준호의 목에는 이미 넥타이가 걸려 있었다.“잘 어울려?”“네. 엄청요.”정확하게 1분 뒤.벌컥!사무실 문이 열리고 석현이 들어섰다.“짜잔!”???????...신나게 넥타이를 바꿔 매고 자랑하러 온 건데, 신준호의 목에도 색만 다른 똑같은 넥타이가 걸려있다니. 커플 템? 진짜 커플 템이라고? 그것도 저 자식이랑? 나랑?준호 역시 잔뜩 당황했다.강석현이랑 나랑.. 넥타이가.. 똑.. 같다..“와, 강 이사님도 엄청 잘 어울려요.”영이의 말에 두 사람이 즉각 반응했다.“영아. 지금 나보고 신준호랑 커플 넥타이를 하라는 거야?”“영아. 지금 나랑 강석현이랑 똑같은 걸 사준 거야?”영이는 준호와 석현이 이러는 영문을 도통 몰랐다. 제일 예뻐서 고른 거고, 색도 다르고, 나란히 매고 있으니까 보기도 좋은데 왜...?“음.. 마음에 안 드세요?”“아니야!”“아니야!”똑같은 넥타이처럼, 대답도 동시에 똑같이 터져 나왔다.“따라 하지 마!”“너나 잘해!”“왜들 싸우세요...”성질은 득달같이 내면서도 누구도 넥타이를 풀지 않았다. “긍슥흔.. 등. 증. 플. 으. 라. (강석현! 당장 풀어라.)”“싫거든? 오늘은 내가 할 테니까 너는 내일 해.”“선물은 받자마자 하는 게 예의거든?”“나도 알거든? 그래도 너랑 커플로 하기는 싫거든?”“마찬가지거든?”보다 못한 영이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그만..! 그만들 하세요!”“....”“두 분 다 돌려주세요. 제가 할게요. 제가 쓸게요!”씩씩.이제는 세 사람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준호와 석현은 그제서야 영이의 눈치를 봤다. 선물 준 사람을 앞에 두고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해졌다. 결국 준호가 먼저 솔로몬의 판결을 내렸다. “그럼 나는 월수금.”통할 리 없었다.“야! 그럼 나는 화, 목이잖아. 내가 하루 더 적잖아!”“확 씨. 그럼 어쩌라고!”“내가 월수금.”“내가 월수금이라고!”영이는 결국 자리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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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서재를 나서 곧바로 아내, 숙경을 찾았다.“여보..! 여보!”다용도실 팬트리를 정리하던 숙경은 손을 털며 거실로 나오며 인상을 팍 구겼다.한심한 인간이 또 무슨 안주가 필요해 저러나 싶어서. “네. 말씀하세요.”“준호가.. 준호가...”이제야 숙경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우리 준호가 왜요!”“알아버렸어... 유영이 동생이 아니라는걸.. 다 알아버렸다고!”털썩.다리에 힘이 풀린 숙경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것만은 끝까지 숨기고 싶었는데, 절대로 그 진실만은 말해줄 수 없었는데.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이 일을 다 어떡하실 거냐고요!”“다 알고도 연락 한 통이 없다라..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아직도 그딴 게 중요해요? 이미 한집에 살고 있는데.. 남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동거를 하고 있다는 뜻이잖아요!”결국 일상엔 금이 갔고, 명예는 추락했고, 거짓은 드러났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인생은 역시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인가.두 사람은 급히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아무리 그래도 동거만은 안 된다. 여동생으로 알고 품어줄 땐 꾸역꾸역 참아냈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저녁 7시. 퇴근을 한 준호와 영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을 뚝뚝 흘리며 집으로 향했다. 준호는 운전을 하는 내내 영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영이는 그 온기를 느끼며 발을 까딱까딱. 기분 좋은 티를 숨기지 않았다. “영아, 오늘은 뭐 먹을까?”“음... 삼겹살 먹을까?”“그래. 된장찌개도 같이.”“좋아.”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장바구니를 한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나머지 한 손으론 당연히 영이의 어깨를 감쌌고. 띵.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마주한 건, 복도를 서성이는 부모님이었다. 숙경은 영이의 어깨를 감싸 안은 준호의 모습을 보고는 득달같이 달려와 두 사람을 떨어뜨렸다.“뭐 하는 짓이야!”“어머니.”“다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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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그 순간, 준호의 나직한 목소리가 떨어졌다.“예, 그만하겠습니다.”“그래 준호야.. 잘 생각했다. 너라도 정신을 차려야...”“아니요. 어머니 아버지 아들 노릇이요.”순식간에 날아든 침묵과 동시에, 그는 영이의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 현관 쪽으로 질질 끌려가던 영이는 준호의 팔뚝을 때려대며 말리기에 바빴다.“오빠.. 오빠! 이러면 안 돼요! 이거 놔요!”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태호와 숙경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만하겠다는 뜻은 유영이 아니라, 자신들과 연을 끊겠다는 거였고, 그 말이 이토록 아플 줄은 꿈에도 몰랐다.현관문이 열리고, 영이를 안으로 밀어 넣은 준호가 뒤를 돌았다. 눈빛이 퍽 매서웠다. 부모를 바라보는 눈빛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기다렸습니다. 언젠가 진심으로 깨닫고 뉘우치시고 사죄하시길.”“준호야..”“근데, 이제는 일말의 희망조차 남아있지 않네요.”“신준호!”“부끄럽습니다. 창피합니다.”“....”“두 분이 이렇게 못난 어른이라는 사실이, 그 못난 어른이 제 부모라는 사실이..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네요.”쾅!문이 닫히고, 숙경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신발장에 선 준호는 영이의 뒷머리를 안아 가슴팍에 이마가 닿게 끌어당겼다.“괜찮아?”“오빠. 말을 왜 그렇게 못되게 해? 그럼 오빠가 더 아프잖아. 오빠가 더 힘들잖아.”맞다. 부모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내 가슴에 유리가 박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한 마디도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어떤 거짓도 섞이지 않은 진심이었다.“오빠는 영이만 있으면 돼.”“아니야. 그럼 안 돼. 얼른 나가서...”“영아. 두 분은 변하지 않으실 거야.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셨어.”영이가 몸을 비틀어 준호의 품을 빠져나왔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단 말이야...!”“뭐라고?”“중장님이 아프셔. 방금 전 미래를 봤어. 그러니까 나가. 나가서 어떤 말이든 하고 와, 제발...!”영이는 결국 억지로 문을 열고, 낑낑거리며 준호를 문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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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퇴근을 하고 돌아온 보람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검사 결과, 신태호는 이미 췌장암 말기였고 더는 손을 쓰지 못할 정도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말았다.미래를 보는 유영의 그 능력이, 이번에는 아버지를 향해 내린 저주인 것 같았다.“죽여버릴거야, 유영 그 미친년이 저주를 내린 게 분명해.”숙경은 울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이상하게도 저주보다는,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대가라고 생각했을 뿐.남편의 췌장암 선고보다, 보란듯이 등을 돌린 아들의 모습이 더 아팠다.“술독에 빠져 산 본인 탓이지.”“엄마 미쳤어? 지금 설마 그 기지배 편이라도 드는 거야?”펄쩍펄쩍 뛰는 보람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태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자신을 쏙 빼닮은 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비 앞에서도 남탓을 먼저하며 열을 내는 모습.목숨까지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사랑하는 딸을 이렇게 만든 건 과연 누구였을까.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이 험한 세상에서 누가 딸을 지켜줄 수 있을까.“신보람, 카드 반납해.”“카드? 무슨 카드?”“신용카드.”보람은 그야말로 기가 찼다. 그동안 펑펑 써대던 신용카드를 갑자기 내놓으라고? 그럼 나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건 절대 절대 불가능인데?보람이 숙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엄마라도 부디 제정신이길, 엄마라도 아빠를 좀 말려주길. “엄마... 아빠 갑자기 왜 저래? 아픈 거랑 내 카드랑 도대체 무슨 상관인데!”“꺼내.”“엄마까지 진짜 왜 그래!”“스물일곱이면 월급으로 저축도 하고, 월세도 내고. 아등바등 잘만 살더라.”보람이 씩씩거리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잘들 해봐. 진짜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와!”“차 키도 올려놔.”“뭐..?”“그 차도 준호가 사준 거잖아.”태호가 손에 들린 신문을 와락 구겼다. 아무리 봐도 지금 보람의 모습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자신을 위해 울어주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걱정 어린 말 정도가 우선일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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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오빠. 일어나.”오늘따라 영이가 먼저 준호를 깨웠다. 요 근래 영이가 먼저 일어나는 일은 드물었었다.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신준호. 그 덕분에 체력이 바닥나 늦잠을 자기 바빴었는데, 집 안은 이미 맛있는 냄새로 가득이었다. “영아.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내가 아침 만들었어.”“응? 갑자기?”“응. 잠이 일찍 깨서.”사실은 누구보다 심난할 준호를 위한 나름의 배려였다.아무리 중장님이 잘못을 하셨다고 해도 췌장암 선고까지 받으셨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그 속은 얼마나 타들어갈까.준호가 낑낑, 몸을 일으켜 이불을 걷어내는 순간 영이가 뒤를 돌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신준호, 까먹고 있던 신준호, 일순간 민망해진 신준호. “아, 미안.. 고추가 왜 서 있지? 또 하고 싶은가?”“옷 입고 나와!”“뭘 부끄러워하고 그래! 이제 안 그래도 되잖아!”“으....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돼.”피식, 웃음을 흘리며 가운을 걸치고 주방으로 향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알 수 없는 모양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계란말이 같은 무언가 까지. “이게 다 무슨 일이야..?”“이런 날도 있어야지. 맨날 오빠가 해주잖아.”감동이 어찌나 크던지, 벌써부터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후다닥 자리를 잡고, 찌개 국물부터 한 수저 입에 넣었다. 김치찌개 맛이 분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맛있어!”“정말?”다음은 계란말이 순서. 덜 익은 부분이 구석구석 보였지만. 대파랑 당근까지 야무지게 썰어놓은 모양이었다. “대박!”“괜찮아?”“괜찮은 수준이 아니야, 주방은 이제 영이한테 넘겨도 되겠..”“그건 아니야.”“그렇지? 해보니까 쉽지 않지?”“응. 그래도 가끔은 해줄게.”아침부터 밥을 두 공기나 비운 준호는 벨트는 차지도 못했다. 진짜로 터질 것 같아서. 그래도 행복했다. 요즘은 꼭.. 신혼 생활을 하는 기분이랄까.회사에서는 “대표님!”거리며 쫓아다니고, 집에서는 “오빠!”거리며 쫓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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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준호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셔츠 소매를 쫙쫙 걷어내더니, 넥타이마저 헐겁게 풀어냈다. “유 비서, 오늘 일정이 뭐지?”“11시에 TF팀 미팅 있으시고요, 3시에는 전 부서 공동 회의 있으십니다.”“오케이.”영이가 준호에게 다가와 셔츠 소매를 친히 내려주고, 단추를 잠가주었다.“옷매무새는 단정하셔야 합니다.”“아...”넥타이도 마찬가지였다. 단정하게 제자리에 돌아와 버렸다. 흠, 이런 매력 발산은 안 통하는군. 내 힘줄이 실로 어마어마한데. 이상하기 그지없군. 의자에 앉아 노트북부터 떡하니 열고, 턱을 매만졌다. 다른 손으론 툭툭툭. 아주 중대한 고민을 하는 것처럼 손끝으로 책상을 두드렸다.“흠..”툭툭툭.“흐음...”툭툭. 툭툭. 툭툭툭!“대표님!”“응?”“저 지금 보고서 작성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집중력이 분산돼서요!”“미.. 미안.”우리 영이가 바쁘구나. 그럼 또.. 대표로서 업무를 방해 해선 아니 되겠지. 어느새 자세가 바뀌었다. 양손으로 얼굴에 꽃받침을 하고는 영이를 진득하게 바라보았다. 타닥타닥.제법 빨라진 타자 속도는 귀여웠고, 모니터에 집중한 저 얼굴은 예뻐 죽겠고, 중간중간 텀블러 빨대를 쪽쪽빠는 입술은 지금 당장 먹고 싶은데? 쟤는 무슨 일하는 모습도 예쁘고 난리냐고.그 자세 그대로 영이를 바라보던 중, 사내 메신저에 알람음이 떴다.- 강석현 : 대표님. 턱에 침 흐르겠어요. 아오, 진짜 없어 보여 너!홱! 고개를 들리자 유리창 너머, 석현이 핸드폰을 흔들며 비웃고 있었다. 저게 진짜, 분위기를 깬 걸로도 모자라 저 얄미운 표정은 또 뭐야?석현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영이에게 다가갔다. “유 비서, 바빠?”“네.”“대표님은 팽팽 노는데. 부하 직원만 고생이네.”“대표님 놀고 계셨어요?”“어. 오늘 신준호 업무는 유 비서만 뚫어지게 쳐다보기인가 봐.”하등 도움이라고는 안 되는 자식이다. 내 카리스마 뿜뿜 계획을 이렇게 처참하게 말아먹다니. 게다가 아직 시작도 제대로 못 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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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안도의 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맡기는 사람, 갈증을 없애듯 물을 들이켜는 사람, 뒤늦게 핸드폰을 확인하는 사람까지.준호 역시 이제야 긴 숨을 내쉬며 영이를 바라보았고, 영이는 헉! 소리를 내며 괜스레 업무 노트를 펼쳤다. 어느새 커다란 구두가 발끝까지 다가왔다.두근두근. 콩닥콩닥. 심장은 이미 요동치는 중이었다. “뭐해?”“해, 해결된 거예요?”“응, 퇴근하자.”사무실을 나서자, 벌겋게 달아오른 영이의 얼굴이 이제야 눈에 보였다. “더웠어?”“아니요!”준호가 손바닥으로 영이의 두 뺨을 감쌌다. 뜨끈뜨끈한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놀.. 놀라서요!”“뭘 놀라고 그래. 종종 있는 일인데.”아 씨, 그 말이 더 설렜다.방금처럼 정신이라곤 하나 없던 전쟁터 같은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근데, 그 모든 걸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오빠라고? “멋있었어요, 대표님.”“뭐가?”“그냥, 다요.”준호는 얼떨떨했다. 그렇게 멋있게 보이려고 발버둥을 쳤을 땐 거들떠도 안 보더니, 지금은 또 뭐가 멋있다는 건지. 혹시 인상을 팍팍 쓰고 성질이나 내는 쪽이 영이 취향인 건가?“유 비서, 혹시 막 화내는 거 좋아해?”“네....?”“방금 내가 한 게 그게 다잖아.”“대, 대표님은 바보예요!”손을 뿌리치고는, 통통통 걸어가는 뒷모습이 미치도록 귀여웠다. 맞아 영아. 오빠는 바보야. 세상에 하나뿐인 영이 바보.“같이 가!”“싫어요!”싫기는? 어디서 통하지도 않는 거짓말을 하고 난리람?“차 안 태워준다!”멈칫.아무리 그래도 혼자 퇴근하는 건 싫었다. 운전하는 오빠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하루의 낙인데. “유 비서. 대표한테 바보라고 부르는 부하 직원이 어디 있나?”“죄송합니다.”“아주 실망이야. 그것도 그림자처럼 곁을 지키는 비서가 말이야!”“죄송합니다.....”“다음에도 그런 단어를 입에 올리면, 시말서를 써야 할 것이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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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직원은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된 듯, 매대 쪽으로 손짓을 하며 안내했다.“비타민B 군이 에너지 생성과 피로 해소에 좋아요.”“종합 비타민은 먹고 있습니다.”“오메가-3는요?”“그것도 복용 중입니다.”“앗.. 그럼.. 철분이랑 마그네슘은....”“빠뜨리지 않고 먹습니다.”직원의 말이 뚝 멈췄다.아, 짜증나 뒤지겠네. 오늘도 진상 손님의 등장인가? 그럼 뭐 어쩌라는 건지. 이럴 거면 한약방에 가서 보약이나 지어 맥이든가. 하지만 웃었다. 웃어야 했다.서비스직의 업무용 미소 장착!“고객님! 요즘 아르기닌도 많이들 찾으세요. 근데 이건.. 아무래도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으시는 성분이라..”세상에 운동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그 말을 들으니 더 궁금해지는데? 솔깃 솔깃.“효능이 뭡니까.”직원의 길고 긴 설명이 시작되었다.혈액순환 및 심혈관 건강 개선, 운동 능력 및 지구력 향상, 피부 미용 및 노화 방지, 면역력 강화.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기능 개선까지. 심지어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효과를 준다는, 아주아주 솔깃한 제안이었다.“그걸로 하죠.”“어머~ 네. 제 생각에도 이 제품이 딱인 것 같아요. 저혈압이나 심혈관계 질환은 없으시죠?”“네.”고개를 돌려보니, 영이는 언제부터인지 멀찍이 떨어져 다른 매대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영아!”“다 샀어?”“응. 뭐 보고 있었어?”“아무것도 안 봤어. 그냥 오빠가 너무 창피해서.”직설적인 화법에는 이미 적응이 끝나버려서 그런가, 작은 실금조차 가지 않았다.지금 중요한 건 오늘부터 챙겨먹여야 할 영양제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 “얼른 가서 저녁 먹자. 우리 애기 살 찌워야 돼.”“애기 아니야!”“애기! 오빠랑 가자!”매장을 나서는 영이의 발걸음이 유독 빨랐다. 사랑받는 느낌은 좋은데 이건 너무 과하고,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민망하고,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상황임이 틀림없었다.“오빠 진짜 왜 그래.”“내가 뭘.”“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잖아.”“그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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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오늘도 가자미눈은 너무 귀여운데, 그래도 신준호는 아니지! 내가 어엿한 오빠고, 든든한 보호자인데!“혼나.”영이는 쫄기는커녕 콧방귀를 끼며 손을 털어내더니, 침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나 잘 거야.”“응, 얼른 자자. 얼른.”“내 방에서. 나 혼자.”?이게 무슨 소리야? 아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냐고.갑자기 왜.. 왜...“영아...”“오늘은 연주옥이랑 같이 잘 거야.”“가지고 내 방으로 가면 되지!”“안 돼.”하긴, 장모님께 그런 해괴망측한 짓을 보여드릴 순 없기는 해.그래도 따로 자는 건 싫은데, 아르기닌 효능도 엄청나게 궁금한데.꼭 끌어안고, 손만 잡고 잘 수는... 없구나. 암, 그건 불가능하지.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부터 하는 게 아니다. 차라리 징징거리자. “오빠가 싫어? 응? 벌써 싫어진 거야?”“아니, 너무 좋아서 그래.”“좋은데 왜.”“너무 좋아서 거절을 못 하니까.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너무너무 힘들어.”그런 이유라면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은데.“새벽에는 안 깨울게. 약속.”“잘 자. 아침에 만나.”홱, 뒤를 돈 영이가 방문을 쿵 닫아버렸다. “...?”너무 좋아서 거절을 못 한다고? 이렇게 매정하리만큼 잘만 하면서? 터벅터벅, 옆방으로 향하는 내내 준호의 시선은 꼭 닫힌 방문에만 머물러 있었다.“잘 자.. 오빠는 잘 이겨낼 수 있어... 아니.. 없어....”영이는 침대에 누워 연주옥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그리고, 그 연주옥을 엄마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엄마, 나 요즘 엄청 행복해. 엄마가 꿈에서 봤던 미래처럼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모든 행동에 사랑이 담겨 있어. 시선이 항상 나를 향해 있어.’‘엄마도 그랬어? 아빠한테 사랑 많이 받았어?’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마음의 대화는 한동안 더 이어졌다.‘근데.. 우리는 왜 남들이랑 다른 거야? 왜 하필 미래를 보고, 불행한 인생을 살았던 거야?’‘나 엄마 원망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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