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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나는 공범이었다: Kabanata 11 - Kabanata 20

20 Kabanata

제11화

저녁상이 차려질 무렵.- 띵동. 띵동.느닷없이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상했다. 올 사람이 없는데, 아이가 온 이후 집에서 갖던 모임은 전부 중단했는데.태호가 인터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화면을 확인한 순간 제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주... 중장님...?”화면 속 인물은 분명, ‘김혁도’중장이었다.소장 진급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3성 장군. 감히 약속 없이 찾아와도 찍소리조차 낼 수 없는 존재. 곧바로 허리를 곧추세우고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어, 어쩐 일이십니까. 미리 연락이라도 주셨으면...”“차나 한잔하게.”그 말 한 마디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지켜보던 숙경 역시 적지 않게 당황했다. 지하실에 아이가 있는데, 혹시나 울기라도 한다면? 아니다. 아이는 늘 조용했다. 만약 운다고 해도 그 울음은 늘 작고, 짧았다. “아이는 괜찮아요. 잠든 거 확인하고 나왔어요.”“하. 이거 완전 미칠 노릇이구먼."김혁도는 미동도 없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표정 없는 얼굴, 군복의 각진 주름, 그리고 묘하게 날카로운 눈빛이 번뜩였다. 무언가 할 말이 있어 찾아온 게 분명해 보였다. “바쁜가?”“아닙니다!”무거운 금속음과 함께 대문이 열리고, 김혁도 중장이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정원까지 부리나케 뛰어나간 태호는 그의 앞에 마주 서자마자 자세를 바로 세웠다.“충성!”손끝까지 각을 세운 경례였다.혁도는 그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끄덕였다.“들어가지.”“예!”그는 신발을 벗는 간단한 동작조차 군인답게 정확했다.3성 장군과 1성 장군의 만남. 무언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만남이었다. 숙경은 어느새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신발장 앞에 서서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오랜만에 뵙습니다. 중장님.”“여전히 미모가 고우십니다.”“과찬이십니다. 감사드립니다.”그제야 집 안에 퍼져있던 밥 냄새가 솔솔 풍겨와 코끝에 닿았다. 혁도의 시선이 자연스레 식탁을 향했다. “아, 식사 중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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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모두의 시선이 같은 곳을 향했다. 계단 옆에 자리한 꼭 닫힌 문. “이렇게 어린아이가 있었나?”“그, 그게...”“아이는 둘 아니었나? 유치원생?”그 사이, 울음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마치 달래는 손길을 찾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맹렬한 소리였다. “뭔가?”“입, 입양... 을.....”“입양?” “후원하는 보육원에 아이 하나가 입소했습니다. 보자마자 정이 들어버려서 그만...”입양이라니? 입양이라고? 숙경은 대체 왜, 왜 하필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여, 여보...!”“괜찮아. 굳이 숨길 필요 없잖아. 얼른 데리고 나와. 숨넘어가겠어.”혁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부터 챙기시죠.”잠시 후, 숙경이 아이를 품에 안고 올라왔다. 이 집에 오고 난 뒤, 처음으로 지하실을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품 안에 안긴 아이는 작았다. 얼굴은 울음에 잔뜩 지쳐있었고, 손가락은 꽉 주먹을 쥐고 있었다. “꽤 어리네. 한 살?”“예. 핏덩이라 더 눈길이 갔나 봅니다.”“이름이 뭔가.”젠장할, 이름? 그딴 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하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기에, 태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그저 떠오르는 단어 하나를 내뱉었다.“유영입니다.”“신유영?”“예. 맞습니다.”“좋은 이름이군.”말 한 마디에 그 이름은 결국 사실이 되어버렸다.혁도는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동안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중장님. 무슨 그런 말씀을....”“이리도 좋은 일을,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하고 있을 줄이야. 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네.”“아닙니다.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순간, ‘신태호는 남몰래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평가가 확정되고 있었다. “때로는 부모보다, 제대로 된 어른 하나가 나을 때도 있는 법.”혁도의 눈빛이 순식간에 온화해졌다. 의심은커녕 감동까지 받은, 이런 자를 부하로 둔 게 자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숙경은 그제야 깨달았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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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장군의 아내로 살아오며 아이 둘 키우기도 이미 벅찼다. 늘 단정해야 했고, 늘 흠이 없어야 했고, 아이들마저도 반듯한 모습으로 자라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름도, 출처도 불분명한 아이 하나를 더 품으라고?자꾸만 고개가 저어졌다. 자꾸만 눈가가 붉어졌다. “호적에 올릴 생각 없어.”“그게 말이 돼요? 입양에 이름에! 정말 어떡하시려고 이래요!”“직접 보고 들었으니, 서류까지 확인하진 않을 거야.”아무리 봐도 남편은 그 엄청난 결정을 되돌릴 생각이 없어보였다.“뭐라고요...?” “어차피 가족관계 증명서는 타인이 함부로 발급할 수도 없고.”숙경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러지 않으면 정말로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럼.... 그럼...”태호는 속으로는 적지 않게 불안했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해야만했다.“여보.”“그냥.... 지하실에 둬요.”“뭐라?”“자식처럼 키울 생각 추호도 없어요. 이게 제 최대한의 타협점이에요.”표정조차 없는 태호가 숙경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건, 분노도 놀람도 아닌 이번에도 무언가를 계산하는 얼굴이었다.“눈에는 안 띄게, 대신 필요할 때만 꺼내 쓰자?”숙경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도대체 저딴 아이가 필요할 순간이 뭐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사고는 본인이 다 쳐놓고, 이제 와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 같아 속이 매스껍게 올라왔다. “그렇게 말하지 마요!”“아니, 꽤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손이 바르르 떨렸다.처음부터 남편은 자리와 명예에 집착했었다. 그래서 좋았다. 언젠가 반드시 높은 곳에 올라설 야망 있는 사람 같아서. 야망의 그림자쯤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남편은 너무도 잔인했다.그리고 더 끔찍한 건, 그를 말리지 못한 자신 역시 어느새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날 밤, 아이는 다시 지하로 내려갔고, 숙경은 계단 위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늘 조용하고 울음이 짧던 아이가 하필 그 순간에, 그 중요한 사람 앞에서 목청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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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던 영이가 무릎을 웅크렸다. 십 년만에 오빠를 만났다. 하지만 기억이 나는 모습은 내내 화가 나있던 얼굴이었고 나는, 지금 또 혼자다.'오빠, 오빠는 왜 나를 안아주지 않아? 중장님이 그랬어. 안아주는 건 좋은 거라고.'제대로 된 교육은 커녕, 신태호의 명령과 언어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왔던 삶. 가끔 책을 읽다 잘못된 생각이 들어 물었을 땐,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중장님... 동화 속 공주는 왕자의 입맞춤에 깨어나거나, 꼭 행복으로 이야기가 끝날때 키스라는 걸 하잖아요.""이야기 했을 텐데. 그런 건 아무 의미 없는 거라고. 너는 공주도, 그 무엇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쁨을 받는 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예쁨을 받는다.그가 말하는 예쁨은 20살 무렵 시작되었다.그날따라 중장님의 걸음은 비틀거렸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중장님..? 오늘은 상담이 없는 날인데..."신태호는 영이의 손목을 붙잡아 침실로 향해서는, 매트리스 위에 나란히 앉아 어깨부터 감싸안았다.영이의 몸이 돌처럼 굳자, 그는 이렇게 달랬다."안아주는 건 좋은 거야, 예쁜 걸 보면 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거야. 그래서 너도 곰돌이 인형을 좋아하잖아.""맞아요, 인형을 안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요...""그래. 그리고, 영이도 이제 어른인데 상담의 방법도 달라져야지."이상했다. 가끔씩 찾아오는 VIP들의 미래를 봐주고, 조언해주고. 그게 다였던 상담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건지. "방법이 달라져요...?"알코올 향이 훅 끼치는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영이는 이렇게나 예쁜데, 예쁨을 더 많이 받고 싶지 않아?"영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어른들이 예쁨을 표현하는 방식을 알려줄까 해."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향한 더럽고, 추악한 마음이 몸으로 표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최대한 조심스레 영이를 눕히고, 귓볼부터 목선, 쇄골 부근을 부드럽게 핥았다."중, 중장님... 이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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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신태호의 인내심은 길지 않았다. 영이의 무릎을 붙잡아 벌려, 은밀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삼각존에만 자리 잡은 가느다란 음모는 숱이 적었고, I자로 꼭 닫힌 봉인이 열린 곳. 그 곳에선 연분홍의 꽃잎이 벌써부터 반짝거렸다."하, 영아.""중장님... 저.. 저 자꾸만 얼굴이 뜨겁고... 몸이 이상해서요..."할짝.길게 뻗어나온 혀가 골짜기를 핥았다. 너무도 부드럽게, 하지만 노련하게."아앙...!""기분이 어때?""이, 이상해요, 너무, 너무 이상.. 아아아..."벌어진 다리 사이, 그의 고개가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아랫도리가 제 것이 아닌 느낌이었다. 특히나 한 부분을 혀끝으로 튕길 땐 이상하게 오줌을 싸버릴 것 같아 눈물이 차올랐다."중, 중장님, 잠, 잠시만... 흣.. 아....."신태호는 알았다. 이 모든 게 처음인 영이는 지금 누구보다 예민하고, 특히나 클리토리스를 건드릴 땐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게. 조금만 더 빨아주면 절정에 몸부림을 칠 것이란 걸.가학심만 들끓었을 뿐, 죄책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대문앞에 버려진 핏덩이를 긴 세월 거둬주고 키워줬으면 이 정도 대가는 치러야 맞는 거잖아?게다가 미래를 본다는 능력 하나만 믿고, 혼자 사는 집까지 떡하니 마련해줬는데.물론 이곳은 집이 아니라 상담을 목적으로 얻은 공간이었고, 그동안 들어간 금액 그 이상으로 거두긴 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니까. "유영, 네 주인은 누구지.""읏, 하, 하... 중, 중장님... 이요..."당장이라도 손가락을 넣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아까울 정도의 꽃잎이었다.혀끝만 살짝 살짝 파고들며 한참을 빨아대던 중, 영이의 엉덩이가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으하아앗...!"눈 앞이 번쩍하며 온몸이 경련했다.그건, 이 더럽고 엿같은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갑자기 들이닥친 생애 첫 오르가즘이었다. 이제야 고개를 든 신태호는 고민했다. 콘돔을 끼워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기가 싫었다.영이를 처음으로 여자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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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다시 과거,지하실에 있던 갓난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부모를 제외한 남매는 영이의 존재를 몰랐다. 그건 모두의 노력이 대단했다는 증명이었다. 사실 가장 큰 노력은 눈치가 빤했던 영이 스스로 했지만 말이다.가정교사가 처음 지하실에 내려오던 날, 영이는 계단에서 울리는 발소리를 먼저 들었다. 하지만 늘 들려오던 소리와는 달랐다.무언가 망설이는 소리가 함께였다. 한 계단을 밟고, 멈췄다가, 다시 내려오는 소리. 익숙하지 않은 리듬. 거기에 더해진 익숙하고 묵직한 걸음 하나.침대 가장자리에서 몸을 더 작게 말았다. 숨을 죽이는 건 이미 습관이었다.그리고 그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영이보다 더 놀란 건 당연히 가정교사였다.그녀는 신태호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지만, 태호는 아무렇지 않게 교사를 책상으로 안내했다.“한글 공부만 시키면 됩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마시고.”교사는 잠시 말을 잃은 듯했다. 시선이 욕실로, 침대로, 벽에 기대 놓인 작은 책상으로 천천히 옮겨갔다. 그리고 다시 영이에게 닿았다.한글은 몰라도, 쫑알쫑알 시끄러운 나이. 아이는 그런 분위기와는 꽤 멀어 보였다. “이 아이가……”“예. 유영입니다.”“생각보다 많이 조용하네요”“그게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언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성격은 아니란 뜻입니다.”그 말에 태호가 고개를 저었다.“유창할 필요 없습니다. 딱 기본.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교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대신 가방을 내려놓고, 공책 하나를 꺼냈다. 새 공책은 너무도 깔끔했지만 지하실의 공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영아. 여기 앉아볼까?”영이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지켜보던 태호가 한 박자 늦춰 말했다.“앉으라고 하면 앉아야지.”그제야 영이가 몸을 움직였다. 의자까지 가는 몇 걸음 동안에도 발소리를 최대한 죽였다. 그러다 의자에 앉는 순간, 삐걱 소리가 날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앉는 모습도 안쓰러웠다. 자신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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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숙경은 식사를 하는 남매를 향해 유난히 걱정스러운 충고를 건네기 시작했다.어린 남매만 두고 집을 비우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까.“엄마 아빠 잠깐 나갔다 올 거야. 그러니까 딱 두 시간만 얌전히 있어.”“네.”“우응! 어디가는데에?”“중요한 분들이랑 식사 자리. 밥 먹고 싱크대에 그릇 담가 놓고 방에서 놀아, 방에서.”말을 하는 내내, 숙경의 시선은 자꾸만 지하실 문으로 흘러갔다.한 번, 또 한 번. 확인하듯, 아니면 경계하듯. 그때부터였다.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이상한 순간들, 애써 눌러두었던 호기심이 맞물리며 준호의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한 건. 부모가 집을 나선 뒤, 집안은 평소처럼 조용했다.하지만 텔레비전을 켜도, 게임기를 잡아도 준호의 시선은 자꾸만 계단 쪽으로 돌아갔다.“한 번만 확인해 보자. 확인만.”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동생, 보람의 방이었다.다행히도 보람이는 책상 앞에 앉아 색칠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그대로 방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갔다.지하실 문 앞에 섰을 때, 약간의 두려움과 궁금증이 번갈아 가며 머릿속을 헤집었다.손잡이를 살짝 돌려보자 문은 잠겨 있었다.주변을 둘러보니, 선반 위. 구리로 된 부엉이 조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조각상 뒤를 더듬어보자, 차가운 금속이 손끝에 닿았다. 딱 봐도 지하실 문을 여는 열쇠 같았다.이거구나, 가끔 짤랑거리던 소리의 출처가. 망설임 없이 열쇠를 꽂아 돌렸다.철컥.차갑고 눅눅한 냄새가 가장 먼저 밀려왔다. 분명 여름인데,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숨이 서늘해졌다. 계단 아래, 희미한 불빛을 보고는 잠시 멈춰 섰다.돌려놓을 시간은 아직 있었다. 들키면 괜히 혼날 텐데, 얌전히 있으라고 하셨는데. 근데, 이상하잖아? 문은 잠겨 있었는데 불은 왜 켜져 있을까?그 질문 하나가 그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불빛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심장이 쿵쾅쿵쾅 세차게 뛰었다.이윽고 지하에 닿았을 때, 준호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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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준호가 지하실을 나와 문을 닫자마자, 보람이 부리나케 달려왔다.“오빠! 지하실 갔었어? 그럼 엄마한테 혼나.”“말하지 마.”“싫어!”“그럼 나도 다 말한다?”“뭘?”“너 가방에 달고 다니는 노란 키링, 그거 지연이 거잖아?”보람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눈동자는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말 안 하면, 오빠도 말 안 해.”“진짜?”“약속.”새끼손가락이 걸렸다. 그건 비밀을 나누는 그들만의 악수였다.“근데, 아래에 뭐 있었어?”“아무것도 없었어.”“치, 뭐야! 재미 없어!”다행히도 보람이는 단순했고, 방으로 돌아온 준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지하실, 불빛,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짓과 몸짓으로 규칙을 만들던 아이.게다가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잔뜩 겁에 질린 표정까지. 도대체 누구일까? 도대체 누구길래 한 집에 있으면서도, 저렇게나 꽁꽁 감춰져 있는 걸까. 말은? 못 하는 걸까, 아니면 안 하는 걸까?부모님께 솔직히 털어놓고 물어야 하나, 아니면 이대로 모르는 척해야 할까.그때, 아이가 했던 손짓이 떠올랐다. 입술 앞에 올린 검지. 쉿.결국 당분간, 정말 당분간만. 모르는 척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대신, 그 아이는 한 번 더 보고 싶었다.마지막으로 적었던 문장, 다음에 또 올게. 그 말을 꼭 지키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낮은 불가능했다. 아버지는 매일매일 부대로 출근을 하지만, 어머니는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그렇다면 남는 시간은 단 하나였다.모두가 잠이 든 밤. 정확히는 새벽. 결국 그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어차피 방학이니까. 늦잠을 퍼질러 자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외출했던 부모님이 돌아오시고, 준호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그리고 핸드폰 알람을 새벽 두 시에 맞춰놓았다.소리는 없이, 오직 진동으로만. 숙경이 준호의 방을 찾아 이불을 덮어주었다.“준호야, 벌써 자? 10시도 안 됐는데?”“네. 오늘따라 잠이 쏟아져서요.”“그럼 푹 자.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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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준호는 방학 내내, 매일 새벽 지하실을 들락거렸다. 어느 날의 영이는 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이불 끝을 꼭 쥔 채 숨만 고르게 오르내렸다.그런 날에는 한참을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펼친 노트에 짧은 문장을 남기고 돌아갔다.- 나 왔다 가. 내일 또 올게.또 다른 날에는 플래시 불빛과 준호의 그림자를 느낀 영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몇 글자, 또 몇 번의 끄덕임. 연필을 쥔 손이 자꾸만 느려져 글자보다 하품이 더 자주 나왔다.그 모습이 귀여워 준호는 입술을 몇 번이나 깨물었다. 물론 노트를 무릎 위에 올려둔 채 깨어있던 날도 있었다. 마치 준호를 기다린 듯이.그런 날은 노트가 빼곡하게 채워졌다. - 배는 안 고파?(끄덕.)- 한글이 늘어야 먹고 싶은 것도 갖다 주지.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 말에 영이의 연필이 움직였다.- 사가.- 사과? 사과 먹고 싶어? 내일 가져다줄게.(끄덕.)***다음날, 지하실로 향한 준호의 손에는 빨갛게 익은 사과 하나가 들려 있었다.영이는 사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건, 책에서 본 것과 똑같은 색, 똑같은 모습이었다.손바닥에 올려 건네주자, 작고 하얀 두 손이 사과를 움켜쥐더니 맑은 눈동자가 준호를 향했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먹어도 돼, 괜찮아라는 신호 같았다. 조심스레 한입 베어 물자, 사각거리는 소리와 달콤한 과즙이 입을 적셨다.두 눈이 말도 안 되게 커진 모습에 준호가 작게 물었다.“맛있어?”(끄덕. 끄덕.)지하실을 나올 땐 영이가 먹고 난 사과 심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비밀스러운 공간, 누구에게도 들킬 수 없는 시간. 두 사람은 그렇게 그들만의 약속을 정했다.대화를 나누는 노트는 평상시엔 침대 아래에, 공부 노트와 반드시 별개로 사용하기. 다른 그 누구도 볼 수 없도록. 그게 가장 중요한 약속이었다. 새벽은 그렇게 겹겹이 쌓여갔다. 날짜가 아니라 순간으로. 영이는 준호를 만난 뒤,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잠에서 덜 놀라 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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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며칠 뒤, 준호와 보람이 학교를 간 시각.주방 테이블엔 가정교사와 숙경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영이가 생각보다 말을 잘해서 놀랐어요.”“네? 말을 한다고요?”“네. 단어도 또박또박하고, 의사 표현도 꽤 확실하고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숙경의 입이 다물렸다. 찻잔 속, 수면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유영이 말을 한 다고? 그동안 못 했던 게 아니라 입을 닫은 거였다?요망하기 짝이 없어 어이가 없었다. “한글 진도만 계획대로 맞춰 주세요.”“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생각보다 습득이 빠른 아이입니다.”가정교사가 집을 떠나고, 숙경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갔다. 책상에 앉아 잔뜩 집중한 듯 한글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의 작은 뒷모습. 그게 왜 이렇게 꼴사나워 보이는 지.도대체 얼마나 집중했으면 자신이 왔다는 사실도 모르는 건지. “얘!”날카로운 목소리에 영이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말 잘 한다며? 어? 그동안 그 입은 왜 그렇게 꾹 다물고 있던 건데?”“....”“답답하게 굴지 말고 말을 하라고! 말을!”“조용히... 하라고..... 해서....”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숙경의 눈이 번뜩였다.“아, 그게 다 나 때문이다?”“아니요....”"쪼끄만 게 발칙한 것 좀 봐? 쫑알쫑알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선생님 앞에서 입 조심해. 알겠어?”책상 위에 내려친 손바닥 소리가 지하실에 크게 울렸다.“알겠냐고!”“네...”숙경이 뒤돌아서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영이는 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그러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다시 연필을 집어 들었다. 눈물도, 한숨도 없었다.선생님이 내주고 간 숙제를 묵묵히 이어갔다. - 나는 유영입니다. 다섯 살입니다.- 손을 잡고 걷는다.- 강아지가 공을 물었다.- 흙을 밟고 걸어간다.손을 잡는 게 무엇인지, 강아지가 무엇인지, 흙 역시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적고 또 적었다.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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