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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4 04:33:28

모두의 시선이 같은 곳을 향했다. 계단 옆에 자리한 꼭 닫힌 문.

“이렇게 어린아이가 있었나?”

“그, 그게...”

“아이는 둘 아니었나? 유치원생?”

그 사이, 울음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마치 달래는 손길을 찾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맹렬한 소리였다.

“뭔가?”

“입, 입양... 을.....”

“입양?”

“후원하는 보육원에 아이 하나가 입소했습니다. 보자마자 정이 들어버려서 그만...”

입양이라니? 입양이라고? 숙경은 대체 왜, 왜 하필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여, 여보...!”

“괜찮아. 굳이 숨길 필요 없잖아. 얼른 데리고 나와. 숨넘어가겠어.”

혁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부터 챙기시죠.”

잠시 후, 숙경이 아이를 품에 안고 올라왔다. 이 집에 오고 난 뒤, 처음으로 지하실을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품 안에 안긴 아이는 작았다. 얼굴은 울음에 잔뜩 지쳐있었고, 손가락은 꽉 주먹을 쥐고 있었다.

“꽤 어리네. 한 살?”

“예. 핏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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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공범이었다   제31화

    넥사이드 대표 집무실.오늘따라 무거운 노크 소리가 정적을 깼다.준호는 자세를 바로잡고 낮은 목소리를 냈다.“예.”문이 열리고, 어두운 표정의 석현이 들어섰다.그의 손에는 서류봉투 하나가 단정하게 들려있었다.“뭐야?”“직접 봐.”테이블 위에 올려진 봉투 안, 그토록 기다려온 유전자 검사 결과지. 서류를 훑어본 준호는 놀라지 않았다.역시나 영이가 자신의 동생이라는, 유전자가 50% 이상 일치한다는 검사지였다. 젠장할, 남매끼리 50%는 확정이다. 더 확인할 필요도 없는 확실한 결론이었다.손끝에서 종이가 바스락 구겨졌다. “그동안 그렇게 찾던 영이가.... 동생이었어?”“그러게. 그게 또 확신이 됐네.”“달라지는 건 없는 거지.”“아무렴.”모두의 입이 다물렸다. 공기는 무거웠고, 분위기는 그보다 더 무거웠다.석현이 준호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뭐부터 할까. 뭐부터 도와줄까.”“영이한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근데... 경호가 너무 많아. 아니, 그보다 영이가 나오길 원하지 않아.”석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음을 모를 만큼 둔하지 않았다. 자신 역시 그 집을, 그 공간을 두 눈으로 목격했기에.“나오고 싶지 않은 거랑, 못 나오게 길들여진 건 또 다르지.”“일단 영이가 스스로 나오고 싶게 만드는 거. 그게 먼저야.”“TF팀에서 관련 데이터는 전부 다 수집했어. 앞으로 대화는 좀 편해질 거야.”“그쪽에서 눈치챌 가능성은.”“없어. 편하게 해.” 다시 태블릿을 켰다. 화면 속 영이는 여전히 고요했다.오늘도 새하얀 이불 속, 검은 머리칼만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석현은 그 아득하고 애틋한 모습을 더는 바라보기 힘들어 고개를 돌렸다.“우리 회사 경호팀도 일 잘 해.”“알아. 근데 아직은 아니야.”“신준호.”“일단 마음부터. 마음부터 돌릴게. 그게 우선이잖아. 그게 우선이어야 하는 거잖아.”석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준호는 마이크를 켜지 않았다.대신 태블릿의 밝기를 낮췄다. 감시의 목적이 아니라, 같

  • 나는 공범이었다   제30화

    “미래를 본다고.”영이가 고개를 들어 혁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눈을 마주쳤고, 눈 맞춤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유세 장소를 바꾸라고 지시하셨어요. 듣던 남자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어요.”“...”“바뀐 장소에서 누군가 달려들어요. 그 순간엔 분명히 놀라셨는데, 차 안에선 또 활짝 웃으시고요.”소름이 끼쳤다. 선거에 유리하고자 계획한 일들. 일정 변경은 물론 사람을 써 화제 하나를 만들 생각까지.고작 열한 살의 여자아이가 너무도 술술, 아무렇지 않게 흘려내고 있었다. “웃는다라.”“네. 연기가 아주 좋았다고 말씀하시네요.”정확했다. 너무 정확해서 몸이 굳었다.그가 고개를 돌려 태호를 바라보았다.“도대체 이 아이는...”“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의심은 이내 확신으로 바뀌었고, 그는 깨달았다. 앞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아이임이 분명하다고.“앞으로도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겠는가.”영이는 고개를 숙였고, 태호가 대답을 대신했다.“조건이 있습니다.”“말해보게.”“전역은 하셨어도, 제 남은 진급은 아직 의원님 손에 달려 있지 않겠습니까.”“거래로군.”“맞습니다.”혁도는 다시 영이를 바라보았다.고개를 숙인 채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둔 아이. 마치 자신이 할 일은 끝난다는 듯 입을 앙다문 모습이었다. 신태호의 중장 진급만 힘써준다면, 선거는 물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장사임이 분명했다. “좋네. 약속하지.”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영이를 바라보는 눈빛 역시 마찬가지였다. 별 세 개. 그토록 원하던 중장 진급을 약속받은 태호의 표정은 누구보다 밝았다. “감사합니다. 의원님.”“대신, 틀리면 끝일세.”“이 아이는 틀리지 않습니다.”***집으로 돌아온 준호는 침대에 기대앉아 태블릿 화면만을 바라보았다. 영이가 깨어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잠이 들 수 없을 것 같았다.푸르스름한 여명 빛이 방안을 물들일 무렵, 화면 속 영이의 손가락이

  • 나는 공범이었다   제29화

    손놀림이 뚝 멈췄다. 그냥 묻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런데 자신의 미래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고? 영이의 말이 장난일 리 없었다. 그동안 장난 섞인 대화는 단 한 번도 나눠본 적 없었으니까. “안 보여? 나만?”“네...”“다른 사람들은 다 보이잖아.”“네...”이상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모두가 영이에게 미래를 맡겨놓은 듯, 정해진 정답을 받기 위해 지하실을 드나드는 모습은 늘 불편했으니까.“됐어. 오빠 건 몰라도 돼.”영이는 그런 준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엔 안도도, 미안함도 아닌 알 수 없는 표정이 섞여 있었다.“오빠는 무서워하지 않아서 좋아요.”“뭘?”“미래요. 다들 그걸 궁금해하면서도 또 무서워하거든요.”그때만 해도 어렸던 준호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왜 영이가 미래를 본다는 사실을 타인과 공유한 걸까.어릴 땐 비밀처럼 지켜오던 집안의 지하실은, 이제는 아버지 지인들의 상담소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한글을 공부하던 책상엔 마주 볼 수 있는 의자가 몇 개 더 놓였고, 그 변화는 볼 때마다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꼭 아이의 자리에 어린의 자리가 끼어드는 느낌이었다. “안 답답해?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네. 궁금해하지 말랬어요.”그 덤덤한 대답에 준호는 ‘누가?’라고 묻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낯선 발소리는 더 늘었다. 비슷한 시간, 비슷한 차림, 비슷한 질문들.“아이는? 피아노 학원은 계속 보내야 하나?”“진급은 잘 되겠지?”“운전? 운전을 조심하라고? 언제! 왜!”미래를 묻는 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더 정확한 답을 알기 위해 스스로를 계측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지내는 대부분의 공간에 시계를 배치했고, 태호의 조언 역시 한몫했다.“핸드폰 화면은 최대한 오래 켜지게 설정하고, 틈만 나면 바라보십시오. 그래야 조심해야 할 일들은 정확도가 높아집니다.”영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 나는 공범이었다   제28화

    태호는 잠시 말을 잃은 듯 준호를 오래도록 응시했다. 아들이 아니라 계산에서 벗어난 변수처럼. 그 사이, 준호는 이미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신준호.”낮게 깔린 부름에도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묵묵히 산속으로 걷고, 또 걸었다. 발밑에서 자갈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크게 들렸다.그러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느새 대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 심지어 수는 필요 이상이었다.이건, 보호가 아니라 봉쇄임이 분명했다.“비켜.”“죄송합니다. 출입 통제 중입니다.”“꺼지라고.”“죄송합니다.”더는 참을 수 없어 경호원의 멱살을 움켜쥐던 찰나, 무전기 너머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터지며 아버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신준호,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해.”그는 곧바로 바지춤에 걸린 무전기를 빼앗아 들고,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눌렀다.“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그 아이가 원치 않는다. 그러니 이제 그만 돌아가.”경호원들이 하나둘 움직였다. 반 걸음씩, 준호를 중심으로 포위가 조여들었다. 꼭 숨 쉴 틈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대표님. 돌아가 주시지요.”무력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지금의 상황이. 이 안에 영이가 있는데, 영이가 잠들어 있는데. 그런데 영이는... 내 동생이다. 부정했던 진실이 뒤늦게 도착한 것처럼,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자꾸만 숨구멍이 꽉 조여드는 기분이었다.천천히 뒤로 물러섰다.한 걸음, 또 한 걸음. 발걸음이 떨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떼어내는 기분이었다.나는 또 이대로 도망치는가. 아니다. 그건 아니었다.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음 수를 생각해야 했다. 감정에 앞서 아무런 준비없이 오는 게 아니었는데. 이럴 시간이 대비한 무언가 증거라도 만들었어야 했는데.차를 세워둔 곳으로 향하자, 이미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준호는 시동을 걸지 못한 채, 핸들 위에 이마를 기댔다. 그리곤 조수석에 놓인 태블릿을 켰다. 화면 속 영이는 여전히 잠들어

  • 나는 공범이었다   제27화

    준호의 행동이 잠시 멈췄다.젠장, 저렇게 또 잠이 들어버렸구나. 또 꿈속으로 도망치길 선택했구나. 재킷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하지만 영이의 말대로 하긴 싫었다. 전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은 더 이상 그의 선택지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사무실을 박차듯이 나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내려가는 숫자가 하나씩 바뀌는 동안에도 시선은 태블릿 화면에만 박혀 있었다. 새하얀 이불 속, 잠에 든 모습은 고요했지만 동시에 외롭고도 서글퍼 보였다.엔진이 걸리고 차가 튀어나갔다. 신호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밤길을 가르며 질주했다. 그러다 산길을 올라 시동을 껐을 때, 주차된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헤드라이트는 꺼져 있었지만 차체는 너무도 익숙했다. 준호가 운전석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뒷문이 열렸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얼굴은 낯익었다. 신태호 중장. 자신의 아버지. 영이를 이곳에 가둔 주체자.“왔구나.”“할 말 없습니다. 영이 데리러 왔습니다.”태호는 자리에 서서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감정이라곤 읽히지 않는 시선이었다.산바람이 지나가며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더 차갑게 만들었다. “영이를 데려갈 자격이 있던가?”“그건, 아버지한테도 똑같이 없으시죠. 이곳에 가둘 자격은 더더욱이요.”“말 조심하거라. 가둔 게 아니라, 보호다.”보호?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준호가 실소를 흘렸다.“감시에, 진정제에, 수면유도제에. 아, 방 안에 이상한 기구들도 잔뜩이던데 설마 아버지가 사용하신 건 아니시겠죠.”태호가 잠시 머뭇거렸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등골마저 서늘해졌다. “제발 살던 데로 살거라. 영이한테도 그편이 더 나을 테니까.”바람이 다시 불며, 나뭇잎이 서로를 긁는 소리를 냈다.두 사람 사이엔 더 이상 물러설 자리도, 타협도 없었다.“아뇨, 더는 그 지옥 속에서 살아가지 않을 겁니다.”준호가 그대로 뒤를 돌려던 찰나, 태호의 목소리가 어둠 속을 갈랐다.“가족이냐, 영이냐. 선택해.”“

  • 나는 공범이었다   제26화

    노트북 화면 안을 가득 채운 코딩들, 급하게 정리하다 멈춘 소스들. 영이를 안전하게 만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수많은 CCTV를 제어할 수 있는 코드가 필요했다. 준호는 영이를 만나고 온 이후, 온전히 이 일에만 몰두했다.카메라 ID를 해킹하고, 접속 권한을 우회하고, 로그 기록을 조작하길 수백 번. 모니터 한쪽에 작은 창들이 연달아 떠올랐다.대문, 정원, 뒷마당, 그리고, 2층 테라스 난간에 서 있는 영이.“추운데 밖에서 뭐해. 외투라도 좀 걸치던가”화면을 확대하자, 영이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바람에 머리카락만 가볍게 흔들릴 뿐, 추위에 움츠린 기색조차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준호는 자꾸만 애가 탔다. “춥다니까. 들어가지 좀.”목소리는 사무실 안에서만 공허하게 흩어졌다. 아무리 애가 타도 전해질 수 없는 말이었다. 얼마나 넋을 놓고 바라봤을까, 우측 하단에 메일이 도착했다는 팝업창 하나가 떠올랐다.- 방문자 리스트 및 출입기록. 본문에는 TF팀 팀장의 짧은 안내가 덧붙어 있었다.- 말씀하신 대로 최근 6개월 내 기록만 첨부해 전달드립니다. 이전 기록 또한 최대한 빠르게 정리한 후 보고드리겠습니다.마우스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첨부파일을 열었다. 젠장, 더 볼 것도 없었다.가장 상단에 있는 이름은, 가장 출입 기록이 많은 인물은 역시나 신태호. 아버지의 이름이었다.다른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영관장교인 소령, 중령, 대령. 그리고 장군 계급인 준장, 소장, 중장, 대장. 모든 계급이 너 나 할 것 없이 고스란히 섞여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찰과 검찰.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핵심 인물도 한둘이 아니었다.스크롤을 천천히 내렸다. 속도를 늦춘 건 놀라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패턴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날짜는 제각각이었고 시간대도 일정하지 않았다.유일한 공통점은 하나. 모두 영이를 찾아 산속까지 직접 발걸음을 했다는 것. “씨발....”한두 명의 일탈이 아니었다. 한

  • 나는 공범이었다   제10화

    지하실이라는 공간은 소리가 없다기보단 억눌린 공간 같았다.벽과 바닥에 스며든 습기, 낮은 천장,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가슴이 먼저 답답해지는 공기.먼지 쌓인 테이블 위, 아이를 조심스레 내려놓자 담요 사이로 아이의 얼굴이 드러났다.작았다. 모든 게 너무 작고 여려서 이런 공간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다시 한번 자신의 결정을 되짚었다. 6개월, 그 숫자를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다.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정리하기에 가장 안전한 기간.그때, 아이의 눈꺼풀이 열렸다. 형광등 불빛에

  • 나는 공범이었다   제9화

    몇 시간 전, 하늘이 유독 흐렸다.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쏟아질 것처럼 공기가 낮게 가라앉은 아침이었다.번듯한 제복을 차려입은 ‘신태호’의 어깨엔 오늘도 반짝이는 은색 별 하나가 박혀 있었다. 1성 장군(將軍), 준장을 의미하는 별.그의 아내 ‘이숙경’이 견장 위를 다정스레 어루만졌다. 손길엔 오래된 습관 같은 온도가 섞여 있었다.“여보, 오늘은 퇴근하고 바로 오실 거죠?”“응.”숙경은 더 묻지 않겠다는 듯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을 배웅했다. 그건, 하루도 빼놓지 않는 익숙한 루틴이었다. 태호가 익숙한 듯 현관문을 열

  • 나는 공범이었다   제2화

    - 똑, 똑. 현실로 정신을 되돌려 놓듯, 단정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준호는 손바닥으로 두 눈을 지그시 누르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네.”집무실 문이 열리고, 아버지 신태호가 들어섰다.오늘따라 시선이 어깨로 갔다. 견장 위에 반짝이는 별 세 개. 괜히 눈살이 찌푸려졌다.“자꾸 말없이 오시면, 직원들이 불편해한다니까요.”“군에서나 그렇지 뭐. 여기 커피가 꽤 맛있어.”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테이블 위엔 헤이즐넛 향이 가득한 커피 두 잔이 놓였고, 태호가 커피향을 음미하

  • 나는 공범이었다   제1화

    “유영! 영아...!” 정신없이 집안을 헤집었다. 열려 있던 방문을 하나씩 확인하고, 지하실을 들락거린지 삼십여 분. 아무 대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름을 부르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더 이상 그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영아..!”얼마나 애타게 불렀는지, 목이 잔뜩 쉬어가고 있었다. 교복 넥타이는 헐겁게 풀렸고, 거실 슬리퍼는 한쪽만이 위태롭게 발을 감쌌다. 그때였다.“신준호!”어머니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집안을 갈랐다.숙경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아들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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