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Kapitel 141 – Kapitel 150

182 Kapitel

141화 기괴한 캔버스, 찢긴 여신(3)

이것은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초상화가 아니었다. 실제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상태로 고의적으로 추악하게 비튼 그림이었다. 백서아라는 인간이 감추고 있던 위선, 탐욕, 색기, 그리고 추악한 거짓말을 그대로 긁어모아 캔버스 위에 토해놓은 역겨운 오물 덩어리였다."우욱……! 욱……!"서아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려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모델로 삼아 저딴 뒤틀린 괴물을 그려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넘어선 지독한 혐오감이 몰려왔다."왜 토해. 마음에 안 들어?"이안이 다가와 바닥에 엎드린 서아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고개를 억지로 치켜들어 캔버스를 똑바로 보게 만들었다."아아…… 놔, 놔줘…… 보기 싫어, 안 볼래……!" "강도진 그 새끼가 대저택에 걸어주던 예쁘장하고 고상한 초상화랑 달라서 그래? 눈코입 다 예쁘게 치장해 줘야 네 모습 같아?"이안이 서아의 귓가에 낮고 비열한 목소리를 흘렸다."아니. 똑똑히 봐." "흐윽, 흐아앙……!""이게 진짜 너의 모습이야."그 한마디가 날카로운 단검이 되어 서아의 심장을 꿰뚫었다."고상한 척, 깨끗한 척 다 하지만 속은 발정 난 수캐처럼 남의 자지나 탐하는 더러운 년. 남편 앞에서는 순결한 피해자인 척 눈물 짜내면서, 나를 스토커로 몰아넣은 위선자 년."이안은 서아의 얼굴을 캔버스 바로 앞까지 짓눌렀다. 물감이 채 마르지 않아 역겨운 기름 냄새가 서아의 코를 찔렀다."이 괴물 새끼가 바로 네 진짜 밑바닥이라고, 알아들어?!" "아아악!! 아니야!! 난 저런 괴물이 아니야!! 살려줘어어!!"서아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미친 사람처럼 절규했다. 자신의 영혼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저 흉측한 그림이 진짜 자신이라는 이안의 저주가, 귓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그토록 부정하고 싶었던 내면의 추악함이 저 캔버스 위에 적나라하게 박제되어 있었다."하하하하!!"이안은 발악하는 서아를 보며 사납게 웃어 젖혔다. 강도진에게 당했던 모멸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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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금이 가는 성벽, 오물의 흔적(1)

징-. 징-.조용한 대리석 복도에 날카로운 진동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서아는 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화장으로 겨우 감춘 왼쪽 뺨의 미세한 붓기와 지워지지 않는 눈 밑의 그늘.진동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스마트폰 액정 위로 뜨는 이름은 역시나 '권이안'이었다."하아……."서아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수신 거절 버튼을 눌렀다. 벌써 오늘만 열두 번째였다.이안의 집착은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다 못해 미쳐가고 있었다. 지하실에서 그 기괴한 누드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그는 서아가 제 손안을 벗어나는 꼴을 단 일 분 일 초도 견디지 못했다.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다시 한번 요란한 벨소리가 갤러리 정적을 깨뜨렸다. 서아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결국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았다."제발 그만 좀 해! 나 지금 일하는 중이라고 했잖아!"벽에 등을 기댄 채 서아가 낮게 소리쳤다. 수화기 너머로 비죽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일? 무슨 일? 그 잘난 사모님 장난감 놀이?"이안아, 제발…… 나 오후에 VIP 도슨트 일정이 있어. 이따 저녁에 갈 테니까……."내 알 바야? 당장 내 작업실로 튀어 오라고 했을 텐데. 30분 준다. 안 오면 내가 거기로 갈까? 네 남편이 사준 그 번지르르한 갤러리로?"너 미쳤어?! 여기 오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가만 안 두면 어쩔 건데? 경찰에 신고라도 하게? 해봐, 씨발년아. 나도 아주 기대되니까."너……!"29분 남았다. 늦으면 네 그 단아한 얼굴에 물감 대신 뭘 들이부을지 나도 몰라.뚝.전화가 사정없이 끊겼다. 서아는 다리가 풀려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그는 진짜로 올 놈이었다. 이미 이성이 마비된 인간에게 상식적인 대화는 통하지 않았다."관장님? 안에 계세요?"문밖에서 수석 큐레이터인 김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아는 급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거울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네, 나가요."문을 열고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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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금이 가는 성벽, 오물의 흔적(2)

"이안 씨! 당장 나가세요! 여기는 개인 사유지이고, 지금 중요한 손님들과 미팅 중입니다!"서아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VIP들 앞에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사모님들은 불쾌하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안과 서아를 번갈아 바라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어머, 이게 무슨 상스러운 일이야? 저 사람 누군데 백 관장 이름을 막 불러?""글쎄 말이야. 행색 좀 봐. 부랑자 같아. 갤러리 관리가 왜 이 모양이지?"귀족 같은 사모님들의 따가운 시선과 속닥거림이 서아의 살을 깎아내는 것 같았다.이안은 사모님들의 반응에 코웃음을 치며, 서아의 턱밑까지 다가와 조롱하듯 속삭였다."손님? 아, 이 돈 많은 할망구들? 야, 백서아. 너 아주 고상한 척 대단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여기서 이러고 노느라 내 전화를 안 받으셨구나?""말조심해! 경비원 불러요! 당장 이 사람 끌어내!"서아가 소리를 지르자, 마침 달려온 갤러리 보안요원 두 명이 이안의 양팔을 붙잡았다."이거 안 놔?! 놔, 이 새끼들아!"이안이 거칠게 몸부림치며 보안요원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로비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고, 작품을 관람하던 일반 관람객들까지 발을 멈추고 이 광경을 휴대폰으로 찍기 시작했다."백서아! 너 내일도 안 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네가 숨기고 있는 그 시궁창 같은 실체, 내가 이 바닥에 싹 다 까발려 줄 테니까 기대해!"보안요원들에게 끌려 나가면서도 이안은 악에 받친 고함을 멈추지 않았다."너 나랑 침대 위에서 구를 때는 오빠오빠 하면서 자지러지던 년이, 여기선 아주 여신이 따로 없네?! 위선자 같은 년! 네 남편이 널 얼마나 더러운 년인지 알아야 하는데!!""미친 소리 하지 말고 나가!! 당장 끌어내요!!"서아는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로비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서아에게 꽂혔다. 이안이 내뱉은 '침대', '남편'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치명적이고 자극적이었다.비록 이안이 경비원들에게 완전히 끌려 나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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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금이 가는 성벽, 오물의 흔적(3)

"……어? 무슨 일이라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거짓말 안 해도 돼.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 봤어. 어떤 남자가 갤러리에 쳐들어와서 당신 이름을 부르며 난동을 부리던데."도진의 목소리는 너무나 덤덤했다. 분노도, 당황함도 없는, 마치 잘 짜인 연극의 대사를 읊는 듯한 어조."아…… 그거."서아는 침을 꿀컥 삼키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별거 아니야. 저번에 당신도 봤던 그 미친 새끼…… 권이안 있잖아. 그 스토커 새끼가 또 약이 올랐는지 갤러리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렸어. 경비원들이 바로 끌어냈고, 별일 없었어.""별일이 없었던 게 아닌 것 같던데. 중요 VIP 사모님들과 직원들, 일반 손님들까지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더라."도진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서아를 뚫어지게 응시했다."당신 평판에 흠집이 날까 봐 걱정돼서 그래. 그 친구, 생각보다 훨씬 더 저질이고 위험한 놈인 것 같네.""내가…… 내가 알아서 정리할 수 있어. 고소 절차 밟고 있으니까, 조만간 법적으로 처리될 거야. 도진 씨는 신경 쓰지 마."서아는 서둘러 대화를 끝내고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서아야."도진이 나직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서아의 발걸음이 그대로 굳었다."난 당신이 상처받는 게 제일 싫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운 내 아내잖아. 그런 시궁창 같은 인간 때문에 당신 이름이 더러운 입에 오르내리는 거, 난 견디기 힘들어."도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다정한 남편의 품이었지만, 서아는 왠지 모를 오한을 느끼며 몸을 굳혔다."그러니까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 필요하다면 내가 더 확실한 방법을 써서라도 그 인간을 당신 주변에서 완전히 치워줄 테니까.""아니야! 안 돼!"서아가 반사적으로 도진의 가슴을 밀치며 소리쳤다. 도진의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안 된다니?""어? 아…… 내 말은, 당신은 공인이고 유명 소설가잖아. 괜히 이런 더러운 스캔들에 당신 이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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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파멸의 설계자, 추락하는 여신(1)

타닥. 타다닥. 탁.새벽 2시 20분. 방음벽으로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도진의 서재 안에는,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가 튕기는 날카로운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오직 모니터 두 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불빛만이 도진의 창백한 얼굴을 기괴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의 무테안경 너머로, 광기에 사로잡힌 뱀 같은 눈동자가 화면 위를 빠르게 훑어내렸다.『여자는 자신의 완벽한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발밑의 대리석이 갈라지고, 그 틈새로 시궁창의 악취가 기어 올라왔다. 그녀가 그토록 혐오하던 빈민굴의 진흙탕. 그 진흙탕에서 구르던 들개가 이제는 갤러리의 화려한 조명 아래까지 쳐들어와 여자의 목덜미에 이빨을 들이대고 있었다.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소리 없는 절규에 불과했다.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은 들개의 이빨이 아니라, 남편을 속이기 위해 스스로 뱉어낸 '스토커'라는 얄팍한 거짓말이었으므로.』엔터키를 강하게 내리친 도진은,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낮게 웃었다."흐흣……."만족스러운 웃음이었다. 어제 갤러리 로비에서 벌어진 권이안의 난동. 그 생생한 아수라장은 도진의 머릿속에서 치밀하게 정제되어, 소설 《타인의 뮤즈》의 49장 원고로 탄생했다.도진은 마지막 문장을 다시 훑은 뒤 파일을 저장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문학정신 김 편집장에게 원고를 전송했다. 모니터 오른쪽 아래 시계는 새벽 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도진은 책상 위에 놓인 위스키 글라스를 들어 남은 술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 알코올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뇌관을 자극하자, 창작의 희열이 온몸의 세포를 찌릿하게 만들었다."백서아. 내 사랑하는 아내. 넌 어제 무슨 생각을 했을까."도진은 허공을 향해 다정하게 속삭였다."그 천박한 개새끼가 귀부인들과 직원들 앞에서 네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침대 위에서의 짓거리를 떠벌릴 때. 네가 수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그 고상한 성벽에 쩍쩍 금이 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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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파멸의 설계자, 추락하는 여신(2)

도진은 책상 서랍을 열어, 갤러리의 주요 투자자 명단과 VIP 리스트가 적힌 서류를 꺼내 들었다. 자신이 뒤에서 서아의 갤러리를 위해 남몰래 연결해 주었던 정재계 거물들의 이름이 빼곡했다."권이안. 넌 머리가 나쁘고 감정만 앞서는 새끼지. 하지만 백서아를 향한 열등감만큼은 진짜야."도진은 빨간색 펜을 들어 명단 위를 툭툭 쳤다."네가 백서아를 가장 확실하게 무너뜨릴 방법은, 그녀의 돈줄과 인맥을 끊어버리는 것뿐이라는 걸…… 곧 본능적으로 깨닫게 될 거다."도진은 이안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필요조차 없었다. 궁지에 몰린 미친개는 가장 썩은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돌진하기 마련이다. 어제 갤러리에서 VIP 사모님들의 싸늘한 반응을 본 이안이라면, 다음 타깃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을 터였다.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벽면에 설치된 거대한 화이트보드로 다가갔다. 보드 위에는 소설의 플롯을 짜놓은 포스트잇과 인물 관계도가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 붙어 있는 것은 소설 속 캐릭터의 그림이 아니었다.바로 백서아와 권이안의 사진이었다.도진은 검은색 마카를 집어 들고, 백서아의 사진 옆에 적힌 '갤러리 관장'이라는 글씨 위에 거칠게 X표를 쳐버렸다."사회적 평판은 이미 금이 갔어. 이제 남은 건, 네가 쌓아 올린 그 알량한 권력의 붕괴지."스윽. 스으윽. 마카가 보드 위를 마찰하는 소리가 기분 나쁘게 울렸다.도진은 텅 빈 공간에 자신이 설계한 여주인공의 파멸 단계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1단계: 안전 기지(갤러리)의 오염] - 완료. [2단계: 통제력 상실 및 사회적 고립] - 진행 중. [3단계: 지위 박탈 및 철저한 절망] - 예정."서아야. 넌 갤러리에서 쫓겨날 거야. 이사회의 압박과 투자자들의 항의를 견디지 못하고, 네 두 발로 직접 사표를 쓰게 되겠지."도진은 마카를 내려놓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보드를 감상했다."그때가 되면 넌 누구에게 매달릴까? 끝까지 날 속일 수 있을 거라 믿고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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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파멸의 설계자, 추락하는 여신(3)

'더러운 창녀 같은 년.'하지만 도진의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는 서아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당신 목에…… 벌레 물린 자국이 있네." "어?! 아, 으응! 어제 화단 쪽에 나갔다가 모기에 물렸나 봐……."서아가 화들짝 놀라며 셔츠 깃을 끌어올려 목을 가렸다."요즘 같은 날씨에 모기라. 아주 지독하고 끈질긴 놈인가 보네. 연고 발라줄까?" "아니야! 내가 바를게. 나, 나 빨리 출근 준비해야겠다. 늦었네."서아는 도망치듯 주방을 빠져나가 안방으로 들어갔다.쾅-.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도진의 얼굴에 걸려 있던 다정한 미소가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알아서 하겠다고? 조용히 달래서 내쫓아?"도진이 조소하며 중얼거렸다."백서아.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짐승 새끼는 고기를 한 번 맛보면, 절대 제 발로 물러나지 않아."이안은 이미 서아의 약점을 쥐고 흔들고 있었다. 도진이 확인한 사실은 제한적이었다. 서아의 차량이 반복해서 망원동에 머문다는 것, 돌아온 뒤 차 안에서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이안이 급기야 갤러리까지 찾아와 공개적으로 위협했다는 것. 작업실 안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여전히 미확인이었다.도진은 그 빈칸을 사실처럼 쓰지 않았다. 대신 추정으로 따로 적었다.그는 각 항목 옆에 출처까지 짧게 표시했다. 차량 위치 기록. 차량용 녹음. 갤러리 공개 영상. 직접 관찰. 출처가 없는 문장에는 반드시 '추정'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소설에서는 빈칸을 상상으로 메울 수 있지만, 현실 기록까지 그렇게 만들면 다음 판단의 순서가 틀어진다.『이안은 기존 사진·메시지 또는 새로 만든 기록을 이용해 서아의 출석을 강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도진은 그 문장 끝에도 작은 점을 찍고 '추정'이라고 덧썼다. 확정하지 않는 태도조차 결국 더 정확하게 파멸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도구라는 사실이 우스웠다.그 정도면 충분했다. 서아는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망원동으로 가고 있었고, 그 비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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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112, 그리고 끊어진 동아줄(1)

부웅-. 갤러리 도아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하얀색 포르쉐 파나메라의 배기음이 유독 무겁게 울려 퍼졌다.서아는 운전대를 잡은 두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에어컨을 가장 낮게 틀어놓았는데도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려 눈썹을 적셨다.끼기기긱-. 지정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운 서아는 시동을 끄지 못하고 그대로 좌석에 무너져 내리듯 기댔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차 안의 산소가 모조리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하아…… 하아……."서아는 목까지 단추를 채운 답답한 실크 블라우스의 깃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겼다. 아침에 도진이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남겼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당신 목에…… 벌레 물린 자국이 있네.』벌레 물린 자국. 서아는 선바이저의 거울을 거칠게 내렸다. 컨실러와 파운데이션으로 떡칠을 해놓았지만, 하얀 피부 위로 선명하게 번진 검푸른 피멍 자국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그것은 벌레가 남긴 흔적이 아니었다. 그제 그 곰팡내 나는 지하실에서, 이안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그녀의 목을 물어뜯고 빨아댄 폭력의 낙인이었다."흐윽……."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몰골을 확인한 서아의 입술 사이로 처참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미친 듯이 흔들렸고, 입술은 공포와 불안으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제 이안에게 유린당한 아랫배와 허벅지 안쪽의 근육들이 아직도 비명을 지르듯 욱신거렸다. 그 수치스럽고 끔찍했던 감각이 다시금 온몸의 솜털을 쭈뼛 서게 만들었다.징-. 징-. 징-.그때, 조수석 시트 위에 던져둔 스마트폰이 신경질적인 진동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돌아가는 소리 같았다. 서아는 흠칫 어깨를 떨며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액정 화면 위로 '권이안'이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전화를 받지 않자, 이번에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권이안: 전화 왜 안 받아. 출근 잘하셨어? 우리 사모님.]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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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112, 그리고 끊어진 동아줄(2)

서아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이 쌓아 올린 이 완벽한 성벽은 강도진의 권력과 재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거대한 힘을 빌려 이안을 짓밟아버리면 그만이다.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다이얼 앱을 켰다. 1, 1, 2. 세 개의 숫자가 화면 위에 떠올랐다.아래에는 초록색 통화 버튼이 있었다. 누르기만 하면 됐다.서아의 엄지가 버튼 위에서 떨렸다.'누르면 끝나.'이안을 끝낼 수 있다. 경찰이 오고, 메시지를 보여 주고, 협박을 설명하면 된다. 저 지하 작업실에 다시 갈 필요도 없다. 적어도 방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그런데 막상 연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서아의 머릿속에서 아직 걸지도 않은 전화가 먼저 시작됐다.『112입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서아는 입술을 달싹였다."살려주세요. 어떤 남자가 저를 스토킹하고 협박해요."첫 문장까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가해자를 아십니까?』권이안. 자신의 갤러리가 발굴해 전시까지 지원한 화가. 처음 만난 장소와 시점을 말해야 한다. 왜 개인 연락처를 주고받았는지, 왜 전시 업무가 끝난 뒤에도 연락이 이어졌는지 설명해야 한다.『최근에도 만난 적이 있습니까?』있다. 한 번이 아니다. 망원동 지하 작업실에 스스로 차를 몰고 간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협박 메시지는 보관하고 있습니까?』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 위아래에는 이안이 일방적으로 보낸 협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먼저 전시를 핑계 삼아 만나자고 한 대화, 남편의 일정을 알려준 대화, 둘만 아는 관계를 숨기며 주고받은 수많은 문장이 이어져 있었다.서아의 엄지가 통화 버튼에서 아주 조금 멀어졌다.아직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미 취조를 받고 있는 기분이었다.『폭행이나 감금 피해가 있었습니까?』그 질문에는 분명히 '있다'고 답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경찰은 더 깊이 들어올 것이다. 이안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협박했는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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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112, 그리고 끊어진 동아줄(3)

경찰에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기로 했다. 누가 길을 막은 것이 아니었다. '백서아'라는 완벽하고 고상한 껍데기를 지키겠다는 욕망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다른 길들을 닫아버렸다. 그 선택 뒤에 남은 방법은 단 하나뿐인 것처럼 보였다.권이안의 개가 되는 것. 그 지독한 곰팡내가 진동하는 지하실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수치스러운 캔버스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그 미친놈의 욕망을 받아내는 것.그것만이 이 거대한 파멸을 유예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비록 그 동아줄이 시궁창의 오물로 썩어문드러져 있다 해도, 그녀는 그 썩은 밧줄을 목에 걸어야만 했다."흐윽…… 흑…… 도, 도진 씨…… 여보……."아무도 듣지 못하는 밀폐된 차 안에서, 서아는 애타게 남편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를 옭아맨 덫은 너무도 견고해서, 그 어떤 구원의 빛도 스며들 수 없었다.대시보드 위의 전자시계가 깜빡거렸다. [ 12 : 30 ]이안이 통보한 데드라인까지 30분.서아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소매로 거칠게 닦아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운전대를 다시 움켜쥐었다.화면이 꺼진 휴대전화는 조수석 가방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통화 기록에는 112가 남아 있지 않았다. 연결 버튼을 누르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그 빈 기록이 오히려 서아를 찔렀다. 자신이 한 번이라도 도움을 청하려 했다는 증거조차 세상에는 남지 않았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었다.서아는 내비게이션 화면을 켰다. 검색창에 손가락을 대고 한동안 아무것도 입력하지 못하다가, 천천히 '경찰서'라고 썼다. 가장 가까운 곳까지 걸리는 시간이 화면에 떴다. 차로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그다음에는 목적지를 지우고 '한남동'을 입력했다. 집까지 가는 길도 멀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 도진 앞에 무릎을 꿇으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대로 말하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고백하고, 그 뒤의 판단을 남편에게 맡기면 된다.세 번째 길은 내비게이션을 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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