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고 마무리하러 서재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도진이 서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서늘한 그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 서아는 덜컥 결심했다.그래, 고백하자.이안의 입과 그 더러운 붓끝을 통해 알려지느니, 내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낫다. 도진 씨는 나를 사랑하니까. 나를 이렇게 끔찍이 아끼니까, 내가 모든 걸 내려놓고 빌면 한 번은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오후 5시.시간은 무자비하게 흘러갔다. 창밖으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침대에서 일어난 서아는 거울 앞에 섰다.헝클어진 머리를 빗고, 창백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지만,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었다.'괜찮아. 다 말하고 싹싹 빌자. 도진 씨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지는 거야. 그 수밖에 없어.'서아는 비장한 표정으로 방문을 열고 나갔다.집 안은 고요했다. 서재 문틈으로 가느다란 스탠드 불빛이 새어 나오고, 도진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타닥타닥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그 소리가 마치 사형대로 향하는 북소리처럼 들렸다.서아는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도진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똑딱. 똑딱.오후 7시.오후 8시.손톱을 물어뜯던 서아의 잇몸에서 비릿한 피맛이 났다.마침내, 서재 문이 열렸다."어? 서아 씨. 언제 나와 있었어? 열은 좀 내렸어?"도진이 안경을 벗으며 거실로 걸어 나왔다. 오랜 시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본 탓인지 그의 눈에는 약간의 핏발이 서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평온했다."응… 도진 씨. 나, 열은 다 내렸어."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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