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는… 블랙이 낫겠어."드레스룸의 거대한 전신 거울 앞.도진은 수십 개의 최고급 실크 넥타이 중, 가장 광택이 없고 차분한 무광 블랙 타이를 골라잡았다.평소 공식 행사라면 화려한 샴페인 골드나 딥 버건디 컬러를 매치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 그가 연기해야 할 배역은 '최고의 영예를 안았음에도, 아내의 스캔들로 인해 깊은 슬픔과 고뇌에 빠진 비운의 천재 작가'였다.사각, 사각.빳빳한 흰 셔츠 깃 사이로 블랙 타이를 조여 매는 도진의 손길은 정교하고 우아했다.거울 속에 비친 사내는 완벽했다.흠잡을 데 없이 빗어 넘긴 머리, 단정하고 기품 있는 이목구비, 은은하게 풍기는 톰 포드의 우디 향수까지.그는 스스로의 모습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렸다가, 이내 슬픔에 잠긴 듯 눈썹을 축 늘어뜨리는 표정 연습을 반복했다."조금 더… 수척해 보여야 하나."도진은 혀를 차며 서랍에서 아내가 쓰던 창백한 톤의 파우더를 꺼냈다. 눈 밑에 얇게 펴 바르자,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묘한 다크서클이 만들어졌다.지잉, 지잉-!그때, 화장대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진동했다.화면에 뜬 이름은 '문학정신 김 편집장'이었다."네, 편집장님. 강도진입니다."도진은 목소리를 한 톤 낮추고, 짐짓 피곤한 듯한 기색을 섞어 전화를 받았다.[작, 작가님! 아유, 목소리가 많이 안 좋으시네요.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신 겁니까?]"네… 뭐.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은 밤이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수화기 너머로 김 편집장이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그게… 저도 방금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요. 백서아 관장님 말입니다&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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