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Kapitel 151 – Kapitel 160

182 Kapitel

151화 가면 뒤의 독설, 은밀한 도발(1)

탁. 탁. 탁.서아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파우더 팩트를 화장대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여전히 우아하고 고결해 보였다. 목까지 단단히 채운 진주 단추의 실크 블라우스, 티끌 하나 없이 매끄럽게 연출된 피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단발머리.하지만 그 번지르르한 껍데기 아래의 내용물은 이미 완전히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었다. 겉으로만 멀쩡할 뿐, 속은 이안이 남긴 끔찍한 오물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터지기 직전이었다."하아……."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손바닥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불과 두어 시간 전이었다. 망원동의 그 음침하고 곰팡내 나는 지하실에서, 이안의 비틀린 욕망과 폭력성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것이.그의 더러운 손길이 닿았던 피부가 아직도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가렵고 불쾌했다. 샤워를 두 번이나 하고 향수를 들이부었지만, 서아의 뇌리에는 이안의 땀 냄새와 싸구려 테레빈유 냄새가 각인되어 떠나지 않았다. 이안은 그녀를 유린하는 내내 귀에 대고 낄낄거리며 속삭였다.『오늘 오후에 아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을 거야, 사모님. 늦지 않게 대기하고 있어.』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찰나,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관장님! 큰일 났어요!"김 실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결재용 태블릿 PC가 사시나무 떨리듯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무슨 일이에요, 김 실장? 품위 없게 왜 이렇게 호들갑이에요?"서아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차갑게 다그쳤다. 속으로는 심장이 발밑으로 쿵 떨어졌지만, 어떻게든 평소의 철두철미하고 우아한 관장의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 직원의 눈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그게 아니라…… 지금 소 이사장님이랑 정 대표님, 그리고 주요 투자자 세 분이 예고도 없이 갤러리로 들이닥치셨어요! 지금 대회의실로 들어가셨는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관장님을 당장 대면하겠다고 난리가 나셨습니다.""뭐라고요? 예약도 없이?"서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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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가면 뒤의 독설, 은밀한 도발(2)

"망상증 환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고 제게 타격을 주기 위해 가장 자극적이고 추잡한 단어를 선택해 뱉어내는 거죠. 이미 저희 남편과 상의해서 법무법인을 통해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과 명예훼손 고소를 진행 중입니다. 남편도 이 자작극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어요. 법적 절차가 시작되면 조용해질 테니,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남편인 '천재 소설가 강도진'의 이름을 팔자, 투자자들의 기세가 살짝 누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강도진이라는 이름이 가진 사회적 무게감과 그의 완벽한 이미지는 그만큼 강력한 방패였다.소 이사장이 담배를 한 대 피워 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기가 테이블 위로 흩어졌다."음…… 강 작가가 직접 나섰다면 아주 터무니없는 루머는 아니겠군. 강 작가 체면이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백 관장, 소문이라는 건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 번지면 걷잡을 수 없는 법이네. 당장 이번 달에 있을 대규모 투자 유치 건과 해외 유명 미술관과의 교류전이 코앞이야.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우리 지분도 무사하지 못해.""잘 알고 있습니다, 이사장님. 제 모든 명예와 남편의 이름을 걸고 이번 주 내로 깔끔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절대 투자자분들께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제가 확실히……."철컥-.서아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대회의실의 웅장한 원목 문이 유령처럼 부드럽게 열렸다."어라? 중요한 회의 중이셨나 보네. 내가 타이밍을 아주 기가 막히게 맞춰 왔어."방 안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서 있는 인물을 확인한 순간, 서아는 등줄기를 타고 거대한 오한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덜컥 멎고 호흡이 멈췄다.권이안이었다.그의 목에는 전시 참여 작가용 출입 패스가 걸려 있었다. 전날 난동 뒤 당연히 회수됐어야 할 카드였다. 문밖으로 뒤늦게 보안 직원 하나가 따라붙었지만, 이안은 이미 대회의실 문턱을 넘어선 뒤였다.늘 걸치고 다니던 땟구정물 흐르는 청재킷 대신, 어울리지도 않는 깔끔한 블랙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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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가면 뒤의 독설, 은밀한 도발(3)

"권이안…… 제발…… 그만해……."서아의 핏기 없는 입술 사이로 모기만 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분노가 아니었다. 제발 멈춰달라는, 지독하게 비참한 구걸이었다.하지만 이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오히려 서아의 완벽한 붕괴를 즐기듯 눈을 번뜩이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특히 관장님은 제 지하실의 그 퀴퀴한 냄새 속에서 입고 오신 명품 옷을 벗고…… 아, 아니지. 자신의 억눌린 본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시는 걸 즐기셨습니다. 제가 캔버스 앞에 앉아 붓을 들면, 관장님은 제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온몸으로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시곤 했죠. 제 시선이 목덜미를 지나, 가슴을 거쳐, 다리 사이로 내려갈 때마다…… 관장님이 어떤 표정을 지으며 헐떡이셨는지, 여기 계신 이사장님들은 감히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그건 오직 저만의 특권이었으니까요.""이, 이 자식이 지금 신성한 회의실에서 무슨 추잡한 소릴 지껄이는 거야……!"정 대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하며 핏대가 섰다.회의실 안의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이안의 노골적이고 은유적인 발언 속에서 단번에 진실을 캐치해 냈다. 명품 옷을 벗고, 시선이 다리 사이로 내려가고, 온몸으로 헐떡이며 반응했다는 이야기. 그것은 단순한 미술 작가와 갤러리 관장의 후원 관계가 절대 아니었다. 지독하고 추잡한 육체적 탐닉. 발정 난 불륜녀의 민낯이었다."백 관장님이 제 피부에 남긴 흔적들도 아주 예술적입니다. 아직도 제 어깨며 등짝에 관장님이 흥분해서 긁어놓은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거든요. 아, 물론 관장님 하얀 목덜미에도 제가 남겨준 아주 지독한 '벌레 물린 자국'이 있을 텐데…… 오늘도 용케 파운데이션으로 잘 가리고 나오셨네요? 아침에 거울 보면서 꽤나 고생하셨겠습니다."이안이 서아의 목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비릿하게 웃었다.툭-.소 이사장의 떨리는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던 담뱃재가 테이블 위로 툭 떨어졌다. 회의실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한 무겁고 섬뜩한 정적에 휩싸였다.투자자들의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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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활자로 빚어낸 광기, 그리고 완벽한 무대(1)

타닥. 타다닥. 탁. 타닥. 타닥. 타다다다닥. 탁.거대한 저택,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도진의 서재. 무거운 암막 커튼이 외부의 빛을 완전히 차단한 그곳에는 오직 기계식 키보드의 파열음만이 건조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것은 32인치 듀얼 모니터의 푸르스름한 백라이트뿐이었다. 그 빛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도진의 얼굴은 며칠 밤을 새운 사람처럼 창백했고, 턱 밑으로는 거뭇한 수염이 듬성듬성 자라나 있었다. 평소 언론과 대중 앞에서 보여주던 '완벽하고 단정한 지식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지금 이 서재 안의 도진은 철저한 괴물이었고, 동시에 완벽한 신(神)이었다."하하……"건조한 웃음소리가 키보드 소리 사이로 새어 나왔다. 도진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모니터 화면을 집요하게 훑어 내렸다. 왼쪽 모니터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흑백의 텍스트가, 오른쪽 모니터에는 잘게 분할된 폴더와 음성 파일, 그리고 수십 장의 사진들이 띄워져 있었다.그 사진들 속에는 그의 아내, 서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육체를 탐하는 젊은 화가, 이안의 모습도 함께."그래. 이 부분의 감정선이 조금 헐거웠어."도진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오른쪽 모니터의 오디오 파일 하나를 클릭했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너머로, 며칠 전 이안의 작업실에서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도진이 서아의 숄더백 안감 깊숙한 곳에 심어둔 초소형 녹음기가 수집한 '생생한 날것'의 데이터였다.― "이안…… 제발, 그만해. 우리 이러다 정말 큰일 나." ― "큰일? 무슨 큰일. 남편한테 들킬까 봐 그래? 그 위선자 자식은 당신이 여기서 내 밑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상상도 못 해!" ― "흐윽…… 도진 씨는 그런 사람 아니야. 나한테, 나한테 너무 과분한 사람이라고……" ― "거짓말. 당신 지금 내 품에 안겨서 젖어 있잖아. 이게 당신의 진짜 모습이야, 서아 누나."음성 파일 속 이안의 목소리는 절박했고 또 오만했다. 서아의 목소리는 죄책감과 쾌락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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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화 활자로 빚어낸 광기, 그리고 완벽한 무대(2)

서아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도진은 의자를 돌려 그녀를 마주 보았다. 옅은 실크 잠옷 차림의 서아는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져 있었다. 무엇보다 쟁반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도진은 놓치지 않았다.'불안하겠지. 죄책감에 숨이 막히겠지.'도진은 속으로 냉소를 눌러 삼켰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평소와 다름없는 온화한 표정뿐이었다."고마워. 마침 목이 말랐는데."도진이 쟁반을 받아 책상 한쪽에 내려놓으며 서아의 손을 살짝 쥐었다. 순간 서아의 어깨가 움찔하고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은 얼음장처럼 찼다."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어디 안 좋아?"도진이 걱정스러운 듯 그녀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 쥐며 물었다."아…… 아니에요. 그냥 조금 쌀쌀해서. 여보야말로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요즘 통 잠도 못 자고 서재에만 박혀 있잖아요. 얼굴이 반쪽이 됐어요."서아가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도진의 시선을 피했다. 남편의 맑고 깊은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더러운 꼴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서."무리하는 거 아니야. 오히려 지금이 가장 컨디션이 좋아."도진이 서아의 손을 놓아주고는 찻잔을 집어 들었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 너머로 서아를 바라보는 도진의 시선은 집요했다."거의 다 왔거든." "네……?" "이번 소설 말이야. 이제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느낌이 아주 좋아, 서아. 어쩌면 내 평생의 역작이 될지도 몰라."도진의 말에 서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남편의 성공은 아내로서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서아의 가슴 한구석에는 이유 모를 섬뜩함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요즘 도진이 쓰는 글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그 알 수 없는 서늘함이 서아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어떤…… 내용인데요?"서아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남편의 소설 내용에 크게 관여하지 않던 그녀였지만, 왠지 모르게 묻지 않고는 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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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 활자로 빚어낸 광기, 그리고 완벽한 무대(3)

책상 한쪽에는 서아가 두고 간 캐모마일 차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도진은 찻잔을 치우지 않고 메모 창부터 열었다. 방금 장면에서 직접 확인한 것만 세 줄로 적었다.[서아가 먼저 서재에 들어옴.] [소설의 줄거리를 듣는 동안 손 떨림.] [울었으나 자신의 현실 이야기는 하지 않음.]그 아래에는 한 줄을 더 붙였다.[원인: 미확인.]갤러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안이 오늘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아직 자신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었다. 도진은 그 빈칸을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대신 서아가 설명할 기회를 스스로 흘려보냈다는 선택만은 확인된 사실로 남겼다. 말하지 않은 내용은 추정이지만, 말하지 않기로 한 행동은 기록할 수 있었다."봤어? 방금 그 표정."도진이 텅 빈 허공을 향해 속삭였다."공포, 죄책감, 자기혐오…… 그리고 내게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그 미세한 떨림. 완벽해. 내가 상상했던 희수의 모습 그 자체야."도진의 손가락이 다시 키보드 위로 올라갔다.타다다다다닥-!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격렬한 타이핑 소리가 서재를 채웠다. 방금 전 서아와 나누었던 대화, 그녀의 떨리던 눈동자, 차가웠던 손끝의 온도, 억눌린 울음소리까지. 현실에서 벌어진 모든 생생한 감각들이 도진의 손을 거쳐 활자로 변환되어 모니터 위를 수놓기 시작했다.도진에게 서아는 더 이상 아내가 아니었다. 그녀는 오직 자신의 위대한 문학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가장 생생한 텍스트이자, 훌륭하게 작동하는 관찰 대상일 뿐이었다."이제 한계야. 서아는 더 이상 이 압박감을 견디지 못할 거야."도진은 쓰기를 멈추지 않은 채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언하듯 중얼거렸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장의 플롯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그 알량한 도덕성을 견디다 못한 그녀는, 결국 나에게 진실을 고백하는 대신 도망치는 쪽을 택하겠지. 모든 원흉인 이안에게 달려갈 거야."도진의 입술이 길게 찢어졌다."가서 빌어. 매달리고, 제발 놓아달라고 울부짖어. 네가 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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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유리성의 붕괴(1)

다음 날 오전. 전날 투자자 회의실에 난입한 권이안이 자료를 던지고 사라진 뒤, 갤러리 도아는 곧바로 긴급 후속 이사회를 소집했다. 갤러리 VIP 응접실의 공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밀하게 통제된 항온 항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서아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느꼈다.테이블 위에는 서아가 전날 이미 보았던 서류 봉투가 놓여 있었다. 권이안이 제출한 작업실 출입 CCTV 캡처본과 문자 일부, 그리고 법무팀의 1차 검토 의견서였다.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갤러리 메인 스폰서, 최 회장의 얼굴은 바위처럼 굳어 있었다. 그 옆에 배석한 이사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평소라면 서아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우리 백 관장님" 하며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았을 인간들이었다. 서아가 입은 옷의 브랜드, 서아가 기획한 전시의 우아함, 그리고 무엇보다 '천재 작가 강도진의 완벽한 아내'라는 타이틀을 핥아대기 바빴던 자들이, 지금은 벌레를 보듯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최 회장님. 어제 투자자 회의에 이어 곧바로 이사회까지 소집하신 이유는 압니다. 하지만 권이안이 남긴 자료는 원본조차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백 관장."최 회장이 무겁게 서아의 말을 잘랐다."어제 투자자들 앞에서 제출된 자료를 법무팀이 1차 검토했습니다. 이제 감정적인 해명이 아니라, 이 기록들이 왜 존재하는지 공식적으로 설명해요."긴급 이사회가 시작되자 회의실 안에서는 감정보다 절차가 먼저 움직였다. 법무팀은 배포된 캡처 자료의 출처부터 확인했다."현재 확보된 건 CCTV 화면을 재촬영한 이미지와 문자 캡처입니다. 원본 서버 영상은 별도 보존 요청을 넣어야 합니다."한 이사가 책상을 두드렸다."원본도 없는데 관장을 바로 자르자는 겁니까?"반대편에서는 투자사 측 이사가 목소리를 높였다."해임 여부 이전에 리스크 관리가 문제입니다. 작가와 관장의 사적 관계가 사실이면 전시 선정 과정 전체가 공격받습니다."서아는 회의실 끝에 앉아 있었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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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 유리성의 붕괴(2)

"개인 휴대전화도 제출해야 합니까?"서아가 물었다."업무 관련 연락이 있다면 보존 대상입니다. 제출 범위는 협의하겠습니다. 다만 삭제는 하지 마십시오."서아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굳었다.이안과의 대화가 들어 있는 개인 휴대전화가 떠올랐다.법무팀은 조사 범위도 분명히 했다. 문제는 불륜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권이안과의 사적 관계가 작가 선정과 작품 가격, 홍보 예산, 추가 실사 승인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공모 심사표와 작가 선정 회의록, 계약 검토 기록, 작가 출입 로그까지 보존 대상에 포함됐다.법무팀은 권이안 관련 전자문서를 즉시 보존 모드로 전환했다. 해당 작가 폴더의 삭제·수정 권한이 잠겼고, 새 계약이나 가격 변경이 필요할 경우에는 부관장과 법무팀의 공동 승인을 거치도록 임시 규칙이 걸렸다. 회의실 화면에서 자신의 계정 옆에 ‘조사 중·변경 제한’이라는 표시가 붙는 순간, 서아는 이제 과거 기록조차 마음대로 손댈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했다.회의실 밖에서는 이미 직원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누가 어떤 자료를 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문은 증거보다 빨랐다.서아가 관장실로 돌아오자 비서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관장님…… 아니, 관장님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죠?"서아는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직무가 정지됐다고 해서 직함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당연했던 호칭이 질문이 된 것만으로 충분했다."괜찮아요. 자료부터 정리해 주세요."그녀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오래된 전시 도록, 명함, 펜, 개인 메모들이 나왔다. 무엇이 회사 것이고 무엇이 자신의 것인지 구분하는 일도 갑자기 어려워졌다.최 회장이 직접 관장실로 들어온 것은 십여 분 뒤였다."서아야."공적인 자리에서는 좀처럼 듣지 못하던 이름이었다."왜 나한테 먼저 말 안 했니."서아는 그 질문 앞에서 처음으로 아무 답도 준비하지 못했다.업무 절차에 관한 질문은 방어할 수 있었다. 계약서는 규정대로였고, 비용 집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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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유리성의 붕괴(3)

극도의 공포가 밀려왔다. 자신의 작업실 출입 캡처와 문자 내역 때문에 직무 정지를 당했다는 사실을 도진이 알게 된다면, 이사회보다 먼저 그녀를 버릴지도 몰랐다."안 돼. 그것만은 안 돼."도진마저 잃으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서아는 가슴을 부여잡고 카펫 위에 웅크렸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도와줘…… 누가 좀 도와줘……."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애원이 입술 밖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굳게 닫힌 관장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자신이 쌓아 올린 견고한 유리성이 산산조각 나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이 온몸을 찌르고 베어내는 고통 속에서, 서아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완벽한 파멸의 시작이었다. 아니,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지옥의 한가운데로 이미 처박힌 것인지도 몰랐다.바닥에 엎드린 서아의 그림자가 해가 지는 창밖의 붉은 노을 빛에 길고 기괴하게 늘어지고 있었다.서아가 개인 물품을 상자에 담는 동안 직원들은 관장실 문 앞을 지나갈 때마다 속도를 늦췄다. 평소에는 누구도 허락 없이 들어오지 못하던 방이었다.그녀는 마지막으로 책상 위 명패를 들었다. ‘관장 백서아.’그것을 회사 물품 상자에 넣었다.자신의 이름인데도 가져갈 수 없는 물건이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로비 직원이 습관처럼 인사했다가 어색하게 시선을 내렸다. 서아가 출입카드를 게이트에 대자 화면에 ‘관리자 권한 제한’이라는 문구가 떴다. 보안 직원이 다가와 단말기를 확인했다."오늘까지 일반 출입은 가능합니다. 다만 결재와 관리자 기능은 이미 정지됐고, 내일부터는 관장실 층을 포함한 상층 출입도 제한됩니다."직원이 일반 출입 모드로 게이트를 열어 줬다. 그 짧은 설명이 직무 정지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서아는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로비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때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 법무팀에서 보낸 직무 정지 통지 메일이었다. 제목에는 ‘임시 권한 변경 안내’라는 건조한 문구가 붙어 있었다. 오전 회의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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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추락한 백조의 애원(1)

강남의 한복판. 화려한 빌딩 숲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쳤다. 유리창을 사정없이 때리는 바람 소리가 마치 거대한 괴물의 기괴한 울음소리처럼 귓가를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도심의 화려한 네온사인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오색찬란하게 번쩍였지만, 그 빛들은 지금 서아에게 아무런 위로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비참한 처지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폭로하는 레이저 포인터 같았다.서아는 운전대를 잡은 손을 바르르 떨었다. 손톱이 가죽 커버를 깊숙하게 파고들어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핏기가 완전히 가신 손가락 마디마디가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정체 모를 차가운 한기가 터져 나와 온몸의 혈관을 얼려버리는 것 같았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수고 나올 것처럼 불규칙하고 거칠게 요동쳤다.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오전 갤러리 VVIP 응접실에서 최 회장과 이사들에게 직무 정지를 통보받은 뒤, 서아는 해질 무렵까지 관장실에 남아 법무팀 자료와 개인 물품을 정리하고서야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더러운 스캔들이 난 여자의 그림은 거실에 걸 수 없다"던 최 회장의 잔인한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이명처럼 윙윙거리며 맴돌았다. 자신을 우러러보던 직원들의 그 차가운 조소와 멸시의 눈빛이 온몸을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 이제 그녀에게는 돌아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었다. 발밑이 툭 꺼져버린 것 같은 아득한 절망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수십 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사회적 수명이 다음 이사회 결정 하나에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집으로 가야 하나? 아니야, 거긴 안 돼.'생각이 거기에 미치자마자 서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거대하고 차가운 저택에는 강도진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서재에서 고결하게 글을 쓰고 있을, 혹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소름 끼치도록 다정하고 서늘한 남편. 지금 이 정서적으로 완전히 파탄 난 몰골로 도진의 얼굴을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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