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희수는 류를 선택했다.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통제이자 군림이었다. 남편 앞에서는 늘 굽신거려야 했던 희수가, 그 지독한 테레빈유 냄새가 진동하는 지하 작업실에서만큼은 절대적인 여왕이었다. 류가 희수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발등에 입을 맞출 때, 희수는 아랫배가 뻐근해지는 아찔한 권력의 쾌감을 느꼈다.'나는 이 천재적인 젊음을 지배하고 있다. 내 남편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세계에서, 나는 신이다.']"아악…!"서아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비명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정확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확했다.자신이 이안과 몸을 섞으며 느꼈던 쾌락의 본질은, 육체적인 만족이 아니었다. 강도진이라는 거대한 산에 짓눌려 살던 자신이,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를 완벽하게 소유하고 쥐락펴락한다는 그 가학적인 우월감.자신조차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했던 그 은밀하고도 천박한 심리를, 도진은 메스로 생살을 해부하듯 적나라하게 파헤쳐 놓았다."도, 도대체… 어떻게…."서아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책장 위를 적셨다.단순히 사람을 붙여 미행을 하거나 카메라를 달아놓은 수준이 아니었다. 강도진은 마치 서아의 뇌 속에 칩이라도 심어놓은 것처럼, 그녀가 찰나의 순간에 느꼈던 감정의 파동까지 모조리 활자로 엮어내고 있었다.서아는 책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중반부를 향해 책장을 미친 듯이 넘겼다.[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새벽. 희수는 남편이 잠든 침실로 숨죽여 들어갔다.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남편의 등짝을 바라보며, 희수는 묘한 승리감에 도취되었다.'이 멍청한 인간. 밖에서는 문단의 제왕이라며 떠받들어지지만, 자기 마누라가 방금 전까지 어린놈의 밑에서 헐떡이다 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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