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정여진의 미간이 구겨졌다. “하빈이 말을 걸어도 제대로 대답도 안 하고, 술을 따라 줘도 입도 안 대고. 그게 얼마나 예의 없는 행동인지 알아?”“하빈이 기분 상해서 서문구 사업이 틀어지기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슬비가 정여진의 말을 끊었다. “하빈은 내가 원지민이 아니라는 걸 알아...”정여진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하빈이 그러더라. 하이재가 그걸 알면 나를 개한테 던져 줄 거라고.”정여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걸 어떻게 알았대?”“엄마, 지금도 하빈하고 술 한잔 마시고 몇 마디 하는 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하빈은 내가 원지민이 아니라는 것도, 대신 시집온 가짜라는 것도 알아. 내 약점을 쥐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나를 끝장낼 수 있어.”“슬비야, 엄마는... 엄마는 몰랐어...”“당연히 몰랐겠지.”슬비가 말을 끊었다. 잔뜩 억눌려 있던 감정이 목소리에 조금씩 묻어나기 시작했다.“엄마는 원송그룹 사업만 중요하잖아. 원씨 집안에서 자리 지키는 것만 중요하고, 또...”‘원지민만 중요하고, 지범만 중요하지.’‘나는 한 번도 아니었어.’“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야...” 정여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슬비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슬비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그 손길을 피했다.“하빈은 위험한 사람이야. 엄마도 아저씨도 멀리해. 서문구 사업도...”슬비가 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 “포기할 수 있으면 포기해.”“포기하라고?”정여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떻게 포기해? 원 회장이 그 사업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지 알아? 그걸 포기하면 원씨 집안은 정말 끝장이야!”슬비는 정여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지독한 피로가 밀려왔다.“그럼 엄마 마음대로 해.”슬비는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슬비야!” 정여진이 뒤따라왔다. “잠깐만, 엄마 말 아직 안 끝났어...”슬비는 멈추지 않았다. 걸음은 갈수록 빨라졌다.“슬비야! 거기 서!”슬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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