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이재는 차가운 물을 채운 냉탕 안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가슴까지 올라온 물은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몸 안에서 들끓는 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이재는 탕 벽에 몸을 기대고 한쪽 팔을 가장자리에 걸쳤다. 물방울이 단단한 근육선을 따라 흐르면서 차가운 조명 아래 잘게 반짝였다.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슬비의 떨리는 목소리에 이재의 손가락이 굳어졌다.“거기 있어. 지금 갈게.”통화를 끊자마자 이재는 곧바로 일어났다. 물줄기가 복근선을 따라 아래로 흘렀다.옆의 수건을 들고 몸을 대충 닦은 뒤, 의자 등받이에 걸린 로브를 집어서 걸쳤다.욕실 문을 열자, 복도에 서 있던 도우가 이재를 보고 흠칫하며 놀랐다.“회장님?”이재는 멈추지 않고 탈의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허리를 느슨하게 묶인 로브 사이로 아직 물에 젖은 가슴이 드러났다.도우가 급히 뒤따랐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집사람한테 전화가 왔어. 집에 누가 침입했다고.”도우의 걸음이 잠깐 멈췄다.머릿속에 의문이 연달아 떠올랐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흑풍이 어디 아픈가?’였다.운서원에 외부인이 몰래 들어갔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사 흑풍에게 무슨 일이 있다 해도, 정원과 외곽을 지키는 경비견이 수십 마리나 있었다.게다가 운서원의 보안 시스템은 HM그룹 산하 최고 수준의 보안팀이 설계했다. 적외선 감지, 얼굴 인식, 24시간 순찰까지 갖춘 체계라 작은 움직임 하나도 놓치기 어려웠다.‘침입자라고?’‘대체 누가 그걸 다 뚫고 들어가?’도우는 입을 열려다가 이재의 굳은 표정을 보고 다시 다물었다.급히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회장님, 유 선생님이 오늘 밤은 밖으로 나가시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몸 상태가...”“그만.”이재는 짧게 끊고 탈의실 문을 열었다.옷장 앞으로 가서 문을 열고 깨끗한 셔츠 한 장을 꺼냈다.도우는 문가에 서서 옷을 갈아입는 이재를 보며 초조했다.“회장님, 차라리 제가 먼저 운서원에 다녀오겠습니다. 회장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