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Chapter 151 - Chapter 160

198 Chapters

제151화

도우는 곧바로 뒤를 따랐다.진서는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앞뒤로 복도 끝에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고개를 갸웃하던 진서의 머릿속에 황당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우리 회장님이... 설마 희천 오빠한테 화풀이하러 가는 건 아니겠지?’‘아니지. 회장님은 남자한테 관심 없는데.’‘아, 아깝네...’‘저 얼굴로 남녀 안 가리고 다 홀리면 진짜 볼 만할 텐데.’진서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면서 머릿속의 엉뚱한 상상을 털어 냈다. 이내 다시 방 안으로 돌아갔다.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주워 들고 하빈 곁에 쪼그려 앉았다. 단검 손잡이와 칼날 주변을 꼼꼼히 닦아서 지문을 없앤 뒤, 자신의 손으로 쥐게 해서 흔적을 남겼다.그런 뒤 채찍에 맞아 피가 배어 나온 다리의 자국을 내려다봤다. 누가 봐도 충분히 심각해 보이는지 상처를 확인한 뒤, 하빈의 핸드폰으로 신고 번호를 눌렀다.연결음이 끝나자 진서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졌다.차갑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고 입술은 가늘게 떨렸다. 목소리도 울먹이며 부드럽게 변해서, 마치 겁에 질린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저... 112죠?”진서는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신고하려고요... 여기에 불법으로 감금된 사람들이 있어요. 저 말고도 여러 명이에요.” “다 끌려온 사람들이고, 성폭력 피해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저를 해치려던 사람을 칼로 찔렀어요...”수화기 너머 경찰의 목소리가 바로 다급해졌다. [괜찮습니다. 천천히 말씀하세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진서는 한 번 흐느낀 뒤 별장 주소를 말했다. 말은 계속 끊겼고 울음을 억누르는 사람처럼 숨도 고르지 못했다.“제발... 빨리 와 주세요. 너무 무서워요...”전화를 끊은 진서는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눈물 자국은 뺨에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눈빛은 벌써 원래의 냉정함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질색한 표정으로 눈가를 문질러 닦았다.‘아, 진짜.’‘이런 연기는 영 체질이 아니야.’‘온몸이 간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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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이재는 대답하지 않았다.시선을 내려서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을 바라봤다.통제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증상이 한 번 크게 올라오면 며칠 동안은 완전히 눌러 버리기 어려웠다.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자기 몸을 혹사하거나.혹은... 본능적인 욕구를 다른 방식으로 소진해야 했다.도우는 이재의 옆얼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다.이재는 이성 관계에 유난일 정도로 선을 분명히 했다. 슬비 외의 다른 여자를 건드릴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유희천 선생님께 연락해서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는 건 어떻습니까?”이재가 비웃듯 짧게 숨을 뱉었다. “그 인간한테 무슨 방법이 있는데?”희천은 아직도 최면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는 의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최면까지 걸리면, 가장 먼저 희천의 목을 부러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도우는 입술을 축인 뒤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회장님, 그럼... 사모님께 도움을 받으시는 건 어떻습니까?”이재가 고개를 돌려 도우를 봤다.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시선이었는데도 도우의 등에 식은땀이 번졌다.“회장님, 그냥 가능성만 말씀드린 겁니다.”이재는 시선을 거두고 링 줄에 걸어 둔 셔츠를 집었다. 천천히 팔을 끼우며 옷을 입었다.아래쪽 단추부터 하나씩 채우는 손길은 급하지 않았다.“집사람한테 말해. 며칠 동안 집에 안 들어간다고.”“알겠습니다, 회장님.”...그날 밤, 운서원.슬비는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를 두 손으로 감싼 채 텔레비전을 멍하니 바라봤다.화면에 무슨 프로그램이 나오는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뒤엉켜 있었다.슬비는 어제 자신이 벌인 일이 이재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였다고 생각했다.속에 있던 말을 꽤 많이 꺼냈고 먼저 입까지 맞췄다.이재가 되받아 입맞출 때는 금방이라도 자신을 삼켜 버릴 듯 거칠었지만, 결국 그 이상으로 억지로 밀어붙인 것도 아니었다.오히려 밤새 품에 안은 채 같이 잠들었다.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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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이재가 눈을 들어 도우를 힐끗 쳐다봤다.표정 없는 시선 하나였지만 도우는 뜻을 바로 알아들었다.“알겠습니다.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습니다.”...그 무렵 슬비는 불안한 얼굴로 거실을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사모님.”뒤에서 들리는 가사도우미의 목소리에 슬비가 흠칫 놀랐다.“무슨 일이에요?”“회장님의 여동생분이 오셨습니다. 지금 현관에 계세요.”‘여동생?’슬비는 잠깐 멈췄다가 정인을 떠올렸다.급히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린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들어오라고 하세요.”가사도우미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인이 가느다란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거실로 들어왔다.정인은 검은색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소재에 무릎까지 오는 길이여서 곧고 가는 종아리가 드러났다.긴 머리는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세련된 화장에 붉은 입술까지 더해져서 날 선 아름다움이 강했다.정인은 거실을 한 바퀴 훑은 뒤 슬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평가하듯 까다로운 눈빛이었다.“이재 오빠는요?”슬비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답했다. “오늘 밤은 안 들어와요. 이재 씨한테 볼일이 있어요?”정인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차갑게 웃었다. “아니요. 오늘은 새언니를 보러 왔어요.”슬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나를?’“앉아요.” 슬비는 소파 쪽으로 몸을 비켜 주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를 냈다.정인은 앉지 않았다.거실 한가운데 선 채 팔짱을 끼고 턱을 조금 들었다. 슬비를 내려다보는 시선에는 거리낌이 없었다.“새언니, 아니, 원지민 씨.” 정인이 한 글자씩 또렷하게 불렀다. “아니죠. 이제는... 부슬비 씨라고 불러야 하나요?”슬비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지만 금방 표정을 다잡았다.정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눈길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놀랐어요? 이름만 바꿔 쓰면 아무도 모를 줄 알았어요? 과거를 싹 지우고 아무 일 없었던 사람처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정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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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한편, 이재는 차가운 물을 채운 냉탕 안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가슴까지 올라온 물은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몸 안에서 들끓는 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이재는 탕 벽에 몸을 기대고 한쪽 팔을 가장자리에 걸쳤다. 물방울이 단단한 근육선을 따라 흐르면서 차가운 조명 아래 잘게 반짝였다.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슬비의 떨리는 목소리에 이재의 손가락이 굳어졌다.“거기 있어. 지금 갈게.”통화를 끊자마자 이재는 곧바로 일어났다. 물줄기가 복근선을 따라 아래로 흘렀다.옆의 수건을 들고 몸을 대충 닦은 뒤, 의자 등받이에 걸린 로브를 집어서 걸쳤다.욕실 문을 열자, 복도에 서 있던 도우가 이재를 보고 흠칫하며 놀랐다.“회장님?”이재는 멈추지 않고 탈의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허리를 느슨하게 묶인 로브 사이로 아직 물에 젖은 가슴이 드러났다.도우가 급히 뒤따랐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집사람한테 전화가 왔어. 집에 누가 침입했다고.”도우의 걸음이 잠깐 멈췄다.머릿속에 의문이 연달아 떠올랐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흑풍이 어디 아픈가?’였다.운서원에 외부인이 몰래 들어갔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사 흑풍에게 무슨 일이 있다 해도, 정원과 외곽을 지키는 경비견이 수십 마리나 있었다.게다가 운서원의 보안 시스템은 HM그룹 산하 최고 수준의 보안팀이 설계했다. 적외선 감지, 얼굴 인식, 24시간 순찰까지 갖춘 체계라 작은 움직임 하나도 놓치기 어려웠다.‘침입자라고?’‘대체 누가 그걸 다 뚫고 들어가?’도우는 입을 열려다가 이재의 굳은 표정을 보고 다시 다물었다.급히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회장님, 유 선생님이 오늘 밤은 밖으로 나가시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몸 상태가...”“그만.”이재는 짧게 끊고 탈의실 문을 열었다.옷장 앞으로 가서 문을 열고 깨끗한 셔츠 한 장을 꺼냈다.도우는 문가에 서서 옷을 갈아입는 이재를 보며 초조했다.“회장님, 차라리 제가 먼저 운서원에 다녀오겠습니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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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생각에 빠져 있던 슬비는 멀리서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봤다. 빛줄기가 어두운 마당을 가르며 정원의 나무들을 밝혔다.개집 옆에 누워 있던 흑풍이 벌떡 일어나면서 귀를 세웠다. 잠깐 소리를 듣더니 꼬리를 힘차게 흔들기 시작했다.슬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왔다.’검은 세단이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 헤드라이트가 꺼지고 낮게 울리던 엔진 소리도 잦아들었다.이재가 차에서 내렸다. 걸음은 급하지 않았고 표정에서도 특별한 감정은 읽히지 않았다.흑풍이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서 이재의 다리 주위를 두어 바퀴 돌았다. 고개까지 치켜들고 낮게 낑낑거리며 반가움을 드러냈다.그러나 이재는 흑풍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본채 쪽으로 곧장 걸었다.뒤따라온 도우는 분위기를 읽고 안까지 따라가지는 않았다. 현관 앞에 멈춰 서서 밖을 지켰다.흑풍도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도우가 목줄을 잡아 끌어당겼다.“너는 들어가서 더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여기 있어.”흑풍은 불만스럽게 이를 드러내 보이더니, 꼬리를 흔들며 반대쪽으로 뛰어갔다.이재는 2층으로 올라갔다.복도의 벽등은 아직 켜져 있었다. 따뜻한 불빛 아래 남자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안방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틈 사이로 가느다란 불빛이 새어 나왔다.이재가 손을 들어 문을 밀었다.침대 쪽 어두운 곳에서 가느다란 그림자가 튀어나오면서 그대로 이재의 품에 안겼다.“이재 씨...”슬비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가슴에 묻었다. 잔뜩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정말 무서웠어요. 왜 이제 와요...”이재는 급히 나온 탓에 셔츠 한 장만 걸친 상태였다.그래서 품 안의 체온과 움직임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얇은 셔츠 사이로 슬비의 부드러운 몸과 따뜻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가슴에 밀착됐다.이재의 눈빛이 한층 더 짙어졌다.본능적으로 슬비를 떼어 놓으려고 손을 어깨에 올렸다. 그런데 손끝에 매끄러운 맨살이 닿자, 마치 뜨거운 것에 덴 것처럼 바로 손을 거뒀다.슬비의 등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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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이재의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슬비의 허리 옆선을 한 번 쓸었다. 얇은 실크 천 너머로 가느다란 허리와 따뜻한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겨우 억눌러 둔 욕구가 다시 거세게 들끓었다. 호흡은 점점 더 거칠어졌고 목 옆의 혈관도 팽팽하게 도드라졌다.안방은 어두웠다. 창밖에서 스며든 희미한 빛이 슬비의 뺨에 내려앉으면서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더 선명하게 보이게 했다.이재는 그대로 굳어 있었다. 등과 어깨는 단단하게 긴장했고, 온몸이 본능적으로 더 가까이 가라고 재촉하는 듯했다.슬비는 바로 그의 팔 안에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과 가까운 숨결 때문에 억지로 붙잡아 둔 이성이 조금씩 무너졌다.속눈썹이 떨리는 모습까지 보일 만큼 가까웠다. 고개만 조금 숙이면 입술이 닿을 거리였다.하지만 정말로 입술이 닿기 직전에, 이재는 주먹을 꽉 쥐면서 억지로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늦었어. 이제 자.”슬비는 멍한 표정으로 이재를 바라봤다.이재는 도망치듯 시선을 피하며 몸을 일으켰고 슬비를 품에서 떼어 소파에 앉혔다.“가사도우미 불러서 안방 정리하게 할게.”슬비는 소파에 앉아 이재의 뒷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지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저 사람...’‘나를 밀어낸 거야?’‘왜?’슬비는 자신이 입은 잠옷을 내려다봤다.가느다란 끈이 달린 실크 슬립은 허벅지까지만 오는 짧은 길이였다. 몸매를 거의 숨기지 않는 옷이었다.슬비는 자기 외모나 몸매에 자신이 없는 편은 아니었다. 적어도 보자마자 피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이재는...’슬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묘한 패배감이 올라왔다.‘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아니면 진짜 그쪽으로 문제가 있는 건가?’하지만 전에 분명 자신에게 반응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왜...’거기까지 생각하던 슬비의 머릿속이 갑자기 멈췄다.조금 전 이재가 자신을 밀어낼 때 보였던 눈빛.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다.‘하이재... 설마 또 발작한 건가?’...슬비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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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며칠이 며칠인데요?”이재는 대답하지 않았다.옆에 있던 도우가 대신 조용히 말했다.“빠르면 사흘, 길면... 일주일 정도입니다.”‘일주일...’슬비는 손가락을 꽉 말아 쥐었다.“다른 방법은 없어요?”도우는 고개를 저었다.“유 선생님 말로는 약은 보조 수단일 뿐이고, 결국 회장님이 직접 버텨 내셔야 한답니다.”이재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면서 눈을 감았다. “그만 말해.”도우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회장님, 욕실 준비됐습니다.”그때 가사도우미 몇 명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욕실 쪽에서 나왔다.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선 이재가 도우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문 지켜. 아무도 들어오게 하지 마.”“알겠습니다, 회장님.”이재가 가려고 하자 슬비가 손을 붙잡았다.이재는 슬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말고 올라가서 자.”“하지만...”이재는 이미 몸을 돌려 욕실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슬비는 그대로 서서 욕실 문이 닫히는 걸 바라봤다. 가슴 안쪽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아까 돌아왔을 때는 멀쩡해 보였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예요?”도우는 입술을 다문 채 쉽게 답하지 않았다.슬비가 도우 앞에 서서 바라봤다.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도우는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말했다.“회장님은 오늘 오후 내내 격투장에서 몸을 혹사했고 냉탕에도 몇 시간 계셨습니다. 사실 거의 가라앉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사모님 전화 때문에 급히 돌아오시면서...”슬비의 숨이 막혔다. ‘나 때문이라고?’그저 이재의 태도를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알았어요. 말해 줘서 고마워요.”도우는 슬비를 바라보다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끝내 말을 삼켰다.그때 바깥에서 개들이 한꺼번에 짖는 소리가 들렸다.가사도우미 한 명이 창백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흑풍이 갑자기 흥분해서 마당을 뛰어다니고 있어요. 두 명이 물리기까지 해서 아무도 가까이 못 가고 있습니다!”도우가 미간을 좁혔다.흑풍은 성격이 사납기는 해도 이유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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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이재는 눈도 뜨지 않은 채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얼음.”슬비는 급히 가까이 다가가서 얼음통을 들어 욕조에 조금 더 부었다.얼음 조각들이 물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작은 물방울이 튀었다.슬비는 얼음을 붓다 말고 이재 쪽을 봤다. 마침 검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이재는 열과 흥분 때문에 정신이 흐릿한 상태였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슬비를 보고도 바로 현실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했다.지금 보는 슬비가 진짜인지, 또 꿈속에 나타난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너...?”슬비는 바로 다가가 이재의 이마에 손을 댔다.“좀 어때요? 아직 많이 힘들어요?”이재는 대답하지 않고 슬비만 똑바로 바라봤다.계속되는 시선에 슬비가 조금 불편한 듯 몸을 움직였다. “미안해요. 내가 몰랐어요.”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졌다. 죄책감이 그대로 묻어났다.“몸이 안 좋은 줄 알았으면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안 했을 거예요.”생각할수록 미안해진 슬비는 더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얼음통에서 얼음 몇 조각을 더 집어서 욕조 안에 넣었다.“이 정도면 돼요? 더 넣을까요?”이재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욕조 가장자리에 기대 슬비를 바라보는 사이 흐릿하던 눈빛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대신 슬비가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감정이 짙어졌다.이재는 생각했다. 도우가 문을 지키고 있는데, 슬비가 안으로 들어오도록 내버려 둘 리 없었다.‘그럼 지금은 꿈인가?’생각이 잠시 엉뚱한 쪽으로 흘렀다.슬비가 꿈에 나온 건 처음이 아니었다. 이 집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한 뒤로 비슷한 꿈을 여러 번 꿨다.깨어난 뒤에는 매번 철없는 남자처럼 충동적이었던 자신이 우스웠다.그러니 지금 눈앞의 슬비도 실제가 아니라 꿈속의 슬비라고 이재는 착각했다.그렇게 믿자 이재의 눈빛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꿈이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되는 건가?’이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슬비는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그런데 눈빛이 갑자기 지나치게 강해지자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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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당신... 진정해요.” 슬비의 목소리가 떨렸다. 말끝에는 겁먹은 기색이 묻어났다.하지만 이재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정확히는 현실의 말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이재에게는 너무 오래 억눌러 온 감정이었다.어릴 때부터 마음에 두었던 사람이 지금 자신의 품 안에 있었다. 젖은 잠옷 때문에 슬비의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졌다.이재는 고개를 숙여 쇄골 근처에 입을 맞췄다. 흔적이 남을 만큼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슬비의 몸이 떨렸다. 추워서만은 아니었다.그리고 두려웠다.슬비는 부드럽고 참을성 있게 자신을 대하던 이재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같은 이재는 처음이었다.검은 눈동자에는 통제되지 않는 욕망과 거친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오랫동안 갇혀 있던 짐승이 우리를 부수고 나온 듯이, 이성과 절제가 거의 사라져 있었다.슬비가 그의 어깨를 밀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지 마요. 나 무서워요.”이재의 움직임이 멈췄다.고개를 든 이재가 슬비를 바라봤다. 낮게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만 얌전히 있으면 안 돼?”꿈속의 슬비가 평소와 달리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낀 듯 이재가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이전의 꿈에서는 슬비가 이렇게 겁을 먹고 거절하지 않았다.어떤 방식이든 이재 마음대로 흘러갔다.힘을 조절할 필요도 없었다.꿈 안에서는 모든 것이 제멋대로였다.그런데 지금 눈앞의 슬비는 젖은 눈으로 무섭다고 말했고 그 눈물이 이재의 마음을 흔들었다.꿈이라고 믿으면서도 이재는 결국 슬비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더 밀어붙이지는 못했다.“그럼... 지난번에는 손이었으니까 이번에는 발로 하면 안 돼?”슬비가 멍하니 굳었다.‘손이니 발이니... 무슨 말이야?’‘대체 무슨 뜻인데?’몇 분 뒤 슬비는 이재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알아차렸다.하지만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상황이 지나간 뒤였다....다음 날 아침.이재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파서 눈을 떴다.반사적으로 미간을 누르면서 관자놀이를 세게 눌러 지끈거리는 통증을 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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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이재가 굳은 채 앉아 있을 때 슬비의 속눈썹이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막 잠에서 깬 눈은 아직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흐릿한 시선이 이재의 얼굴 위를 헤매다가 뒤늦게 멈췄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슬비가 눈을 한 번 깜빡였다.이재도 따라 눈을 깜빡였다.슬비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귀밑부터 목까지 붉은 기운이 번지면서 쇄골 근처까지 옅은 분홍빛이 돌았다.슬비는 급히 이불을 끌어당기면서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붉어진 귀 끝만 조금 보였다.“보지 마요!”이불 아래에서 답답하게 눌린 목소리가 들렸다.이재는 그 붉어진 귀를 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결국 발등의 멍에 눈이 머물렀다. 목소리는 낮게 갈라져 있었다.“어젯밤에...”“말하지 마요!”슬비가 이불 아래에서 급하게 외쳤다. 부끄러움과 당황이 그대로 묻어났다. “아무 말도 하지 마요. 진짜 아무것도요.”이재는 입을 다물었다. 조금 뒤 이불이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슬비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아직도 붉은 기운이 짙었다.이재는 슬비를 바라보면서, 살면서 이렇게 난처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죄책감은 컸지만 눈앞의 모습 때문에 다른 생각까지 섞여 더 곤란했다.“내가... 원래 너한테 그렇게 하려던 건 아니야.”슬비가 눈을 크게 뜨고 노려봤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까지 나올 것 같았다. ‘이제 와서 아니라니.’‘어젯밤 이재가 나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정말...’‘정말이지...’그 장면이 떠오르자 슬비의 얼굴은 더 뜨거워졌다.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뒤늦게 깨달은 이재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미안해. 난... 진짜 꿈인 줄 알았어.”슬비는 다시 한 번 이재를 노려봤다. 입술을 살짝 삐죽거리면서 억울하고 화난 표정이 동시에 드러났다.‘꿈이라고 생각했다 해도 그렇지.’‘어떻게 사람 발을... 그런 식으로 써...’“정말 미안해.” 이재가 다시 사과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듯 물었다. “물 마실래? 내가 가져올게.”“어젯밤에 이미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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