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Chapter 171 - Chapter 180

198 Chapters

제171화

[어디냐고 물었다.]“밖입니다. 거래처 사람 만나고 있습니다.”전화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강제선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네 동생이 나랑 네 엄마, 시연이까지 데리고 호강시에 왔다. 지금 당장 이쪽으로 와.]성준은 전화를 끊고 눈을 감았다.강씨 집안에 아들은 성준 하나뿐이 아니었다.성준에게는 남동생 강성현도 있었다.새별엔터에 문제가 생긴 뒤부터, 강제선은 갑자기 성현에게 강씨 그룹의 핵심 사업을 하나씩 맡기기 시작했다.그 의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분명했다.성준은 눈을 뜨고 피가 묻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등의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배어 나왔다. 손가락 사이를 타고 떨어진 피가 바닥에 작고 짙은 붉은 자국을 만들었다.성준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상처가 눌리면서 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이 느껴졌지만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이미 하씨 집안의 실권을 쥔 이재와 비교하면 지금의 성준은 너무 부족했다.슬비를 이재에게서 되찾으려면 자신이 더 강해져야 했다.그 전에 먼저 강씨 집안의 후계자 자리를 확실하게 지켜야 했다.“이제 어디 갈 거야?”“호텔. 부모님이 오셨어.”성준은 좌석에 기대 목을 한 번 움직였다. “그쪽 일부터 처리한 다음 다시 슬비한테 갈 거야.”...같은 시각, 운서원 입구.슬비는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흑풍은 슬비의 발치에 엎드린 채 천천히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슬비는 넉넉한 흰색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대충 뒤로 묶었다. 매끈한 이마와 가느다란 목이 드러났다. 목에는 아직도 붉은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자 슬비가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밝아지면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슬비보다 먼저 달려간 흑풍이 막 멈춘 차 주변을 두 바퀴나 돌았다.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세차게 흔들었다.“왔어요?”이재가 차에서 내리자 슬비가 웃으며 다가갔다. 몇 걸음 걷던 슬비의 발길이 곧바로 멈췄다.이재의 손등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하얀 피부 위에서 핏자국은 유난히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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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이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가 곧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풀렸다.눈썹을 살짝 올린 이재가 입꼬리를 휘었다. “왜? 내가 아까 어디 다녀왔는지 잊었어?”슬비는 멈칫했다가 곧 이해했다.‘맞다.’이재는 조금 전 하씨 집안 본가에 다녀왔다. 정인을 만났을 게 분명했다.그렇다면 자신의 이름을 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부슬비든 슬비든...’어쨌든 원지민은 아니었다.슬비는 시선을 내리고 손가락을 가볍게 오므렸다.“저기... 괜찮아요?”어찌 됐든 원씨 집안이 이재를 속였고, 슬비 역시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대신 결혼했다.액막이 결혼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재의 목숨이 걸렸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슬비가 알기로 호강시의 오래된 재력가 집안 중에는 이런 미신을 믿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하씨 집안 어르신부터 그런 얘기를 믿었으니 이재에게 액막이 혼인을 시키려 했던 것 아닌가!그런데 신부가 바뀌었는데 이제도 효력이 있다고 생각할까?‘이 사람은 무섭지도 않은 건가?’이재는 슬비의 생각을 짐작한 듯 손을 잡더니 손가락을 맞물렸다.따뜻하고 마른 손바닥이 슬비의 서늘한 손을 감쌌다. 엄지로 슬비의 손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난 원씨 집안에서 원지민 대신 원슬비를 보낸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슬비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원슬비라서 좋아.”그 말을 들은 슬비는 숨 쉬는 리듬까지 흐트러지는 듯했다. 가슴 안에서 울리는 심장 소리가 너무 선명했다. 빠르고 무겁게 뛰는 심장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슬비가 이재와 함께 지낸 건 겨우 십여 일이었다.긴 인생에서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나갈 짧은 시간이었다.하지만 그 짧은 날들 동안 슬비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경험했다.슬비도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설렐 줄도 알았다.마음이 기울 수도 있었다.자꾸 이재에게 끌리는 걸 막지 못할 때도 있었다.슬비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속으로 변명거리를 찾았다.‘하이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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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슬비는 살았다는 듯 이재의 품에서 얼른 빠져나와서 핸드폰을 집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뒤, 이재에게 조용히 해 달라는 손짓을 하면서 숨을 한 번 고르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지금 통화해도 돼?]슬비는 이재를 힐끗 봤다. 이재는 소파에 기대 슬비를 바라보고 있었고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응, 괜찮아.”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장여진이 목소리를 더 낮췄다.[하 서방도 옆에 있는 건 아니지?]“아니...”슬비는 억지로 거짓말을 하면서 귓불이 더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이재의 입꼬리가 더 크게 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슬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뒤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슬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손으로 얼굴에 바람을 일으켰지만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할 말이 있어.]장여진의 목소리가 조금 무거워졌다.[조금 전에 어떤 사람이 전화해서 이상한 말을 한참 늘어놨어.]“무슨 말?”[우리가 하 서방한테 속고 있대. 서문구 사업에 문제가 생긴 것도 사실 하 서방이 뒤에서 손을 쓴 건데 자기가 해결해 준 척했다는 거야.]슬비가 미간을 찌푸렸다. “누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몰라. 이름도 안 밝혔어.]장여진이 잠깐 말을 멈췄다가 이어 갔다. [나도 헛소리라고 생각해. 서문구 사업은 하 서방 덕분에 살린 거잖아. 이재 아니었으면 원씨 집안이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었겠어?][맞다, 슬비야.]장여진이 화제를 돌렸다. [하 서방의 그 형하고 연락할 수 있어? 전에 우리 원 회장한테 사업을 하나 소개해 주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전화가 계속 안 된대.]슬비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엄마, 하빈은 경찰 수사를 받는 중이야. 원 회장한테 빨리 손 떼라고 해. 괜히 엮였다가 같이 문제 생기지 말고.][뭐? 경찰 수사? 무슨 일이야?]“나도 자세한 건 몰라.”전화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장여진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슬비야, 엄마가 괜히 하는 말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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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장여진의 눈이 밝아지면서 급히 다가갔다. “지민이? 뭐래? 어디 있대? 잘 지낸대?”원국한은 진정하라는 듯 손을 내저은 뒤 다시 핸드폰을 귀에 댔다.“지민아, 지범이 엄마도 여기 있으니까 얘기 좀 해.”수화기 너머로 원지민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스피커폰 하지 마. 난 그 사람이랑 말하기 싫어.]원국한은 장여진을 힐끗 보더니 어색한 표정으로 스피커폰을 껐다.장여진은 잠깐 표정이 굳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밥은 잘 먹어? 그 남자가 너 괴롭히는 건 아니고?”지민은 대답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아빠, 원슬비랑 하이재 결혼식 정확히 언제야? 나 이제 돌아가고 싶어.]“이번 달 말이야. 딱 일주일 남았어. 너 돌아오려고? 잘됐다!”[응. 우리 도한 씨도 같이 갈 거야.]원국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남자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이렇게 오래 같이 있으면서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여 준 적도 없잖아. 이상한 사람 아니야?”지민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도한 씨는 영국 공작가의 자제야. 신분이 얼마나 대단한데. 함부로 말하지 마.]원국한은 코웃음을 쳤다. “공작가 자제? 사기꾼 아니고?”[아빠!]지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 도한 씨는 나한테 정말 잘해 줘. 만나 보지도 않고 멋대로 말하다니 정말 너무하잖아!]원국한이 한숨을 쉬었다. “알았다, 알았어. 더 말 안 할게. 슬비랑 하이재 결혼식 끝나면 그 사람 데리고 와서 얼굴이나 보여줘.”[당연하지. 그때는 내가 만나는 사람이 하이재보다 못하지 않다는 걸 직접 보여줄 거야.]지민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아빠, 하이재 진짜 몸이 많이 안 좋다며? 슬비 마음 바뀌지 않게 잘 달래 놔.”원국한은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이재를 몇 번 만나 봤지만 곧 죽을 사람처럼 보이는 구석은 어디에도 없었다.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지금 와서 멈출 수도 없었다.게다가 지민은 도한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다.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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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슬비는 이재를 흘겨보면서 의자를 빼고 앉았다. “누구 때문인데요?”이재는 소리 없이 웃으며 제 앞의 접시를 슬비 쪽으로 밀어줬다.“오늘 회사 갈 거야?”“네. 권도혁 가수가 오늘 녹화가 있어서 가 봐야 해요.”“도우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괜찮아요. 내가 운전하면 돼요.”“발 아직 다 안 나았잖아.”“신발 신으면 티도 안 나요.”“액셀이든 브레이크든 밟으려면 다리에 힘이 들어가.”슬비는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더 말하려고 했지만 이재는 이미 현관 쪽을 바라봤다.“도우야, 차 준비해.”“네, 회장님.”슬비는 입을 열려고 하다가 결국 더 고집하지 않았다.검은색 마이바흐는 운서원을 빠져나와 출근 시간대 차량 행렬 사이로 들어갔다....스타빌딩이 가까워지자 슬비는 몸을 세우고 운전석 등받이를 가볍게 두드렸다.“도우 씨, 앞의 사거리에서 세워주세요.”도우는 룸미러로 슬비를 바라봤다. “사모님, 회장님께서 회사 입구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괜찮아요. 사거리에서 내릴게요.”슬비는 손사래를 쳤다. “동료들이 이 차에서 내리는 걸 보면 또 괜한 말이 나와요.”도우는 잠깐 침묵하다가 앞쪽 사거리 가장자리에다 차를 세웠다.슬비는 문을 열고 내리면서 도우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제 가보세요. 운전 조심하고요.”도우는 슬비가 스타빌딩 앞 광장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차를 돌리려고 했다. 그때 시야에 이상한 움직임이 잡혔다.맞은편 차선에서 은회색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타이어가 도로를 긁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슬비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도우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도우는 곧바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검은색 마이바흐가 성난 맹수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차체가 은회색 승용차와 슬비 사이를 가로막았다.은회색 차의 운전자가 급하게 핸들을 틀었다. 타이어가 거친 비명을 내며 도로 위에 검은 자국을 길게 남겼다.두 차는 거의 맞닿을 만큼 가깝게 스쳐 지나갔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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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전화벨이 몇 번이나 울린 뒤에야 겨우 연결됐다. 수화기 너머로 짜증 섞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됐어?”[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최환, 감옥에서 1년 썩더니 머리까지 굳었어? 여자 하나 처리 못 해?” “1년 전엔 어떻게 차로 들이받았는지 기억 안 나? 똑같이 하면 되잖아. 그것까지 내가 가르쳐 줘야 해?”전화기 너머가 잠시 동안 조용해졌다.[죄송합니다, 아가씨. 다시 기회를 보겠습니다.]시연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다음에도 실패하면 내 앞에 나타날 생각 하지 마.”[아가씨...]“그렇게 부르지 마. 네가 무슨 자격으로?”시연의 눈에는 혐오가 짙게 번졌다. “그때 네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우리 부모님은 죽지 않았고, 나도 고아가 되지 않았어!” “이건 네 집안이 나한테 진 빚이야. 네 목숨은 내 거야. 내가 살라면 살고, 죽으라면 죽어.”[예... 아가씨.]“됐어. 더 할 말이 없으면 끊어.”[아가씨, 한 가지 더 있습니다.]최환이 다급히 말을 이었다. [교도소에서 ‘부’ 씨 성을 가진 중년 남자를 알게 됐습니다. 어린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죄로 들어와서 15년형을 받았는데...]시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그 사람이 교도소에서 늘 사진을 보면서... 그런 짓을 했습니다. 우연히 그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사진 속 여자아이가 원슬비랑 너무 닮았습니다.][떠보니까 자기 딸이라고 하더군요. 이름은 부슬비, 23살이라고 했습니다. 나이도 원슬비랑 맞아떨어집니다.]‘부슬비?’시연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어?’“그 사람, 찾을 수 있어?”[북명시에 한 번 다녀와야 합니다.]“지금 바로 가. 찾는 대로 나한테 연락하고.”[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시연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자신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성준의 눈빛만 떠올랐다.‘예전에는 저렇지 않았는데...’1년 전 시연이 최환을 시켜 슬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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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남자 뒤로 살벌한 기운을 풍기는 경호원 몇 명이 따라붙었다. 덕분에 오히려 앞선 남자의 온화한 인상이 더 두드러졌다.“사... 삼촌...”“다쳤는데 일어나긴 왜 일어나. 가만히 있어.”빠르게 다가온 하석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빈의 팔을 붙잡았다. “상처는 아직 아프냐?”하빈의 등에 식은땀이 맺혔다. “아... 아닙니다. 이제 괜찮습니다.”뒤에 서 있던 경호원이 얼른 의자를 가져와서 침대 옆에 놓았다.하석구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편하게 꼬고는 하빈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봤다.“회복은 좀 했고?”“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 다 나았습니다. 곧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하빈이 억지로 허리를 펴며 웃었다. “나가기만 하면 이재 그 새끼부터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하석구가 웃으며 하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됐어. 성질 좀 죽여.”손길은 강하지 않았다. 다정하다고 해도 될 정도였지만, 하빈의 어깨는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하석구는 손을 거두고 등받이에 기대었다. 온화한 눈으로 하빈을 바라봤다. “오늘은 몇 가지만 물으러 왔어. 답만 들으면 쉬는 데 방해 안 하고 바로 갈 거야.”하빈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십시오. 아는 건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하석구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단정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매였다. 웃으면 더없이 다정했고, 웃지 않을 때도 친근한 인상을 주었다.“원씨 집안의 걔한테 먹이라고 준 약, 먹였어?”하빈이 입술을 달싹였다. 목소리가 떨렸다. “아직...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짝!손바닥이 하빈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고개가 옆으로 확 돌아가며 몸이 휘청거렸다. 하마터면 침대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하빈은 뺨을 감싸 쥐었다. 귀 안쪽이 웅웅 울렸고 입가에는 피가 조금 배어 나왔다.자리에서 일어난 하석구가 천천히 정장 재킷을 벗어 뒤의 경호원에게 건넸다.소매를 걷어 근육이 잘 잡힌 팔뚝을 드러낸 뒤, 하빈의 멱살을 한 손으로 움켜쥐어 몸째 끌어올렸다.“우리 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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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여보, 내가 준 선물 세고 있었어?”멍하니 있던 슬비의 등에 따뜻한 가슴이 닿았다. 이재가 뒤에서 팔을 둘러 슬비를 품 안에 가뒀다.“이거 전부 당신이 준비한 거예요?”이재가 슬비의 정수리에 턱을 얹었다. “응. 마음에 들어?”“너무 비싸요.”“이게?”이재의 낮은 목소리에 은근한 웃음이 섞였다. “대충 골랐는데.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슬비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싫다는 게 아니라...”말끝을 흐린 슬비가 이재의 품에서 돌아서면서 얼굴을 올려다봤다.“우린 1년짜리 계약 결혼이잖아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이재의 입꼬리가 살짝 휘었다. “줬으면 그냥 받아. 네 남편 돈 많아. 제일 안 아쉬운 게 돈이거든.”슬비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 말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웠다.아까 아무 생각 없이 상자 하나를 열어 봤는데, 안에는 스위스 은행의 금고 자산 증서가 들어 있었다.슬비는 그제야 금 보유량 뒤에 붙는 단위가 ‘톤’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내일이 결혼식이었다.호강시의 오래된 관례에 따르면 예비부부는 결혼식 전날 서로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그래서 슬비는 오늘 하루 친정에서 자야 했다.하지만 이 많은 선물까지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첫째, 장여진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장여진의 성격이라면 이 물건들이 원씨 집안 문턱을 넘기만 해도 다시 밖으로 나오기 어려울 게 뻔했다.둘째, 슬비와 이재의 결혼은 애초에 계약이었다. 관례를 맞춘다고 진짜 혼수처럼 챙겨 갈 이유는 없었다.언젠가는 전부 돌려줘야 할 물건이었다.이재는 소파 팔걸이에 기댄 채 슬비가 상자를 하나씩 위층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안 가져가?”“너무 비싸서요. 잃어버리면 어떡해요.”이재가 낮게 웃었다. “잃어버리면 또 사주면 되지.”슬비가 다시 움직이려고 하자, 이재가 일어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았다. 정수리에 턱을 얹은 채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오늘 밤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안 돼요. 관례는 지켜야죠.”“그럼 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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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장여진은 슬비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며 계속 중얼거렸다. “하 서방을 좀 더 붙잡아 두지 그랬어? 나하고 원 회장도 할 말이 남았는데.”“앞으로 얘기할 기회도 많잖아. 내일이 결혼식인데 바쁘겠지.”장여진은 손을 내저으며 화제를 넘겼다. “됐고, 우리 원 회장이 네가 해 준 밥을 못 먹은 지 오래됐어. 주방 가서 좀 거들고 저녁상 제대로 차려.”슬비의 걸음이 멈췄다.운서원에서 열흘 남짓 보내는 동안 슬비는 집안일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가사도우미만 10명이 넘었다. 생활에 필요한 건 전부 알아서 챙겨줬고, 물 한 잔조차 다른 사람이 손에 건네줄 정도라 슬비가 직접 할 일이 없었다.그런데 친정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온 식구의 밥상을 차려야 했다.예전에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이 집에서 살아온 세월 동안 이미 익숙해진 일이었다.장여진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다. 억울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런데 다른 생활을 겪고 돌아오니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답답했다.“뭐 하고 있어? 얼른 가.”장여진은 이미 가사도우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지민이 며칠 있다가 돌아올 테니까 방 깨끗하게 정리하고, 침구도 전부 새 걸로 바꿔.”가사도우미들이 대답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저 장도 봐. 구석에 먼지가 그대로잖아. 안 보여?”장여진은 여기저기 일을 시키다가 슬비가 아직 서 있는 걸 보자 인상을 썼다. “슬비야, 왜 아직 거기 있어? 주방에서 기다리잖아. 아, 지민이 방의 옷장 위쪽이 너무 높아서 손이 안 닿아. 이따 올라가서 거기도 닦아.”“엄마, 지금 뭐 하는 거야?”보다 못한 지범이 미간을 찌푸렸다. “누나 내일 결혼해. 높은 데 올라가서 청소시키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그게 왜 넘어져? 옷장 위 한 번 닦는 게 뭐가 어렵다고.” 장여진이 못마땅하게 중얼거렸다.“그래도 안 돼.”지범은 슬비의 손목을 잡았다. “가자, 누나. 내 방에 가서 얘기나 좀 해.”“아휴, 저 녀석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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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슬비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새빨갛게 변했다.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고 한참 망설인 끝에 겨우 말했다. “내일 결혼식도 있잖아요.”이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에도 웃음기가 짙어졌다. [그럼 내일 밤은 된다는 뜻이네?]슬비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남자가 정말...’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귓바퀴만 밖으로 삐져나왔다.‘너무 짓궂어.’이재와 통화를 하고 나니 오히려 긴장이 풀렸는지 졸음이 밀려왔다.잠들기 직전까지도 머릿속에는 욕실에 기대고 서 있던 이재의 모습이 떠다녔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창문 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잠이 깼다.눈을 뜨자, 이재가 창문을 밀면서 방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슬비가 벌떡 일어났다. “당신... 어떻게 올라왔어요?”“담 넘었어.”슬비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와 창밖을 내려다봤다. 방은 2층이었고 지면까지 5 미터는 족히 됐다. ‘설마... 맨손으로 올라온 거야?’“당신 정말 제멋대로네요. 이 밤에 잠도 안 자고 여기까지 왜 와요?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이재가 슬비의 허리를 한 번에 끌어안았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여보, 아직 대답 안 했잖아.”슬비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한밤중에 여기까지 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에요?”“응.” 이재가 너무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뜨거운 숨결이 슬비의 뺨에 닿았다. “나쁜 짓 해도 돼?”그제야 슬비는 두 사람의 몸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 깨달았다.빈틈 하나 없이 딱 맞닿아 있었다. 이재의 가슴은 몇 겹의 옷감 너머로도 열기가 느껴질 만큼 뜨거웠다.입안이 바짝 말랐고, 슬비는 더 붙어 있는 게 부담스러워서 몸을 빼려고 했다.“당신... 먼저 좀 놔줘요...”슬비가 이재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밀었다.이재는 이마를 맞댄 채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하겠다고는 아직 말도 안 했는데.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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