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에야 강자은은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도련님이랑 우리 그이는 친형제잖아요! 지난번 도련님도 우리 그이의 손바닥을 꿰뚫어 놓고도 우리 그이는 도련님한테 따지지도 않았는데, 도련님은 어떻게...”“따지라고 하세요.”이재는 손가락에 끼워 둔 담배를 다시 입에 물더니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강자은의 안색이 완전히 창백해졌다.민혜숙이 눈을 들어 이재를 바라봤다.“이재야... 아직도 그때 일 때문에 네 형을 미워하는 거니?”응접실이 숨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만큼 고요해졌다.이재의 손끝이 흠칫하며 멈추더니 입가에 머물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한동안 같은 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지만, 손끝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제가 미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민혜숙은 입술을 떼었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길게 한숨을 내쉰 뒤 손을 내저었다. “됐다. 나 피곤하다. 정인 에미, 올라가자.”주예원은 바로 일어나 민혜숙의 팔을 받치고 천천히 계단 쪽으로 부축했다.강자은은 이를 악문 채 이재를 노려보다가, 가방을 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나가 버렸다.응접실에는 이재와 정인만 남았다. 이재는 소파에 기대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끝내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은 채, 한참 동안 손끝에서 굴리기만 했다.테이블 위 찻잔을 들어서 느긋하게 한 모금 마셨다. 차는 이미 식어서 씁쓸했지만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정인은 구석에 앉아 몰래 이재를 한 번 올려다본 뒤 재빨리 시선을 내렸다.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서 숨을 크게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조금 기다려도 이재가 일어날 기색이 없자, 정인은 살금살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움직였다.“거기 서.”정인의 발이 그대로 멈췄다.천천히 돌아선 정인은 울상에 가까운 웃음을 억지로 지었다. “오빠, 나 불렀어?”이재는 소파에 기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위에 올린 채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어제 운서원 갔었지?”그 말이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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