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벌써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슬비 앞에 멈춰 섰다. 위아래로 슬비를 훑는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진짜 너 맞네!”여자는 환하게 웃었다.“오랜만이다. 못 알아볼 뻔했어. 왜, 우리 과대님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그제야 슬비는 기억 깊숙한 곳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를 끄집어냈다.대학 동기, 임서영.학교를 다닐 때도 슬비와 썩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이제 기억도 희미했다. 또래 여자애들 사이에서 흔히 생기는 비교나 질투 같은 것들이 이유였을 것이다.“임서영.”슬비가 담담하게 이름을 불렀다.“어머, 나 기억하네?”서영은 더 환하게 웃었지만 시선은 슬비가 입은 웨딩드레스에 꽂혔다. 감탄과 질투의 기색이 한꺼번에 비쳤다.“너 지금 웨딩드레스 피팅하는 거야? 결혼해? 왜 아무 말도 없었어? 동기들은 아무도 모르던데?”슬비는 가볍게 웃고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너도 드레스 보러 왔나 봐. 우연이네.”“그러게. 진짜 우연이다.”서영은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을 돌아봤다.“얘 기억하지? 우리 대학 때 과 대표였잖아. 학과에서도 제일 예쁘다고 유명했고 학교에서도 손꼽히던 애.”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슬비에게 향했다. 저마다 시선에 담긴 의미는 달랐다.곱슬머리 여자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 그 유명한 과 대표였구나. 어쩐지 낯이 익더라. 요즘은 어디서 일해?”“아직 구직 중이야.”슬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구직 중이라고?”서영은 놀란 척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웃음이 짙어졌다.“말도 안 돼. 그때 너 우리 과에서 제일 잘나갔잖아. 우리 교수님들이 얼마나 아끼셨는데. 난 벌써 자리 잡고 이름 날리는 줄 알았어.”칭찬처럼 들렸지만 말 사이에 가시가 박혀 있었다.슬비는 적의를 알아차렸지만 굳이 받아치지 않았다. 입가에 얕은 미소만 걸쳤을 뿐,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서영은 자랑이라도 하듯 옆에 선 남자를 바라봤다.“아,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만 했네. 소개할게. 내 약혼자 주민 씨야. 스타엔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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