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혁 가수는 우리 회사에서 다루기 어렵기로 유명해요.”혜림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설명했다.“성격 세죠, 지시 안 듣죠, 녹음 늦게 오죠, 리허설 펑크 내죠, 선배랑 싸우죠, 대기실에서 기타도 부쉈죠. 생각할 수 있는 사고는 거의 다 쳤다고 보면 돼요.”슬비는 사진 속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만 바라봤다.“앞에 있던 매니저 13명 중에는 울면서 나온 사람도 있고, 말싸움하고 사표 쓴 사람도 있어요.”“한 명은 위약금까지 물고 회사를 나갔대요. 임 팀장님도 일단 해 보고 정말 안 되면 다시 조정해 주겠다고 하셨어요.”혜림은 안쓰러운 눈으로 슬비를 바라봤다.슬비는 자료를 덮었다.“지금 어디 있어요?”“네?”혜림이 눈을 깜빡였다.“아마 위층 연습실에 있을 거예요. 아까 제일 안쪽 방 보여 드렸죠? 요즘 경연 프로그램 준비한다고 거의 거기서 살아요.”“알았어요. 가볼게요.”슬비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가방을 들었다.혜림이 뒤에서 급히 불렀다.“지금 바로요? 마음의 준비라도 좀 하고 가는 게 낫지 않아요?”슬비는 돌아보지 않고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연습실은 11층에 있었다.한 층 전체가 연습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복도 양쪽에는 방음 유리로 된 연습실이 이어졌고, 안에서는 춤을 추는 사람도, 노래하는 사람도, 둘러앉아 회의를 하는 사람도 보였다.슬비는 복도 가장 안쪽까지 걸었다. 끝에 있는 연습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가까이 가기도 전부터 거친 기타 소리가 들렸다.연주가 못한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일부러 소음을 만들어 내는 것에 가까웠다.슬비는 문 앞에서 멈췄다.연습실 안에는 한 사람뿐이었다.도혁은 문을 등지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넉넉한 검은 후드티를 입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날카로운 턱선만 드러났다.앞에는 전기기타가 놓여 있었고 피크로 줄을 마구 긁어서 귀를 찌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슬비가 문을 두드렸다.아무 반응도 없었다.한 번 더 두드렸다.여전히 쳐다보지도 않았다.슬비는 그대로 문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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