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손님? 내가 남도 아닌데.”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열렸다.슬비는 아직 이재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일어나기에는 늦었다.당황한 슬비는 그대로 이재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이재가 나지막하게 웃자 가슴에서 울리는 진동이 얇은 옷 너머로 전해졌다.슬비는 귀까지 뜨거워졌다. 어디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내가 왜 이렇게 찔려?’‘법적으로도 부부고 혼인신고까지 했는데...’‘왜 꼭 들키면 안 되는 일이라도 하다가 걸린 사람 같지?’지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안으로 들어왔다. 입에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고 있었고, 눈가에는 장난기 어린 웃음이 걸려 있었다.“이재야, 내가 말인데...”말이 뚝 끊겼다.지혁은 문 앞에서 그대로 굳어졌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떨어질 뻔했다.이재의 무릎 위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등을 보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가늘고 흰 목덜미와 새빨갛게 달아오른 귀만 눈에 들어왔다. 흰 셔츠를 청바지 안에 넣어 입은 탓에 잘록한 허리선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이재는 그 허리를 한 팔로 감싸고 있었다.누가 보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미쳤다.”지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연애 시작한 사람은 역시 다르네. 이재야, 너 회사에서 대놓고 이래도 되는 거야?”지혁이 의미심장하게 손짓했다.이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지혁을 한번 봤다.슬비를 몇 번 살피다가 아침에 봤던 여자인 걸 알아차리자, 지혁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우리 이재가 진짜 많이 좋아하나 보다?”지혁은 놀리듯 말했다.“회사까지 데리고 왔어? 내가 여기 대표로 있을 때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는데...”지혁은 슬비를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제수씨, 또 뵙네요.”슬비는 얼굴이 더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급히 이재의 무릎에서 내려와 옆의 소파에 앉았다. 그대로 사라질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평생 지켜 온 체면이 한꺼번에 무너진 듯한 기분이었다.이재가 지혁을 봤다.“여기 왜 왔어?”지혁은 장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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