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บทที่ 61 - บทที่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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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안 내려가면 더 건드리지 마.”성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새별엔터는 성범죄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공식 입장문을 내. 진조운 개인의 범죄 혐의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한다고 밝혀.”우찬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바로 처리할게.”우찬이 나가자 성준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손가락으로 미간을 천천히 눌렀다.새별엔터 문제는 엉킨 실타래처럼 풀릴 기미가 없었다.주가는 바닥을 쳤고 투자자들은 발을 빼기 시작했다.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협력사도 계속 늘었다.걸려 오는 전화마다 나쁜 소식뿐이었다.오후에 회사로 돌아온 뒤, 성준은 아직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그때 책상 위 내선 전화가 울렸다.비서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성준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이야?”[부회장님,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원슬비 씨가 청각재활센터에 물건을 두고 갔다고 합니다.][원슬비 씨에게 며칠째 연락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서, 비상 연락처로 등록된 부회장님께 연락했다고 합니다.]성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일까지 나한테 보고해야 해?”갑자기 차가워진 목소리에 비서는 당황했다.[병원에서 며칠 동안 계속 연락했는데, 원슬비 씨와 연락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됐어.”성준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네가 병원에 가서 받아와.”[네, 부회장님.]비서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성준이 다시 불렀다.“잠깐.”[네, 말씀하세요.]“무슨 물건인지 알아?”[병원에서는... 반지라고 했습니다.]성준의 손가락이 멈췄다.“무슨 반지?”[자세한 건 듣지 못했습니다.]성준은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드러났다.‘반지... 슬비가 나에게 프러포즈하려고 맞췄다는 바로 그 반지인가?’[부회장님? 그 반지, 제가 가져올까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성준은 입을 열었지만 목이 막힌 듯 바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아니야.”겨우 나온 목소리는 심하게 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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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차는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달렸다.뒷좌석에 기대 앉은 성준은 내내 미간을 찌푸린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운전하던 우찬은 룸미러로 몇 번이나 성준을 살폈다. 볼 때마다 굳은 표정은 그대로였다.병원에 도착하자 성준은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문을 열 준비를 했다.차에서 내린 뒤에는 곧장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우찬이 뒤따라가며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지만, 성준은 듣지 못한 사람처럼 계속 걸었다. 걸음은 빠르고 무거웠다.청각 재활센터는 입원동 7층에 있었다.긴 복도에는 옅은 소독약 냄새가 배어 있었다.접수대에서 기록을 작성하던 간호사가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강성준 씨?”성준을 알아본 간호사는 서랍에서 투명한 보관 봉투를 꺼내 건넸다.“원슬비 씨가 두고 가신 물건입니다.”봉투 안에는 남성용 반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백금으로 만든 단정한 디자인이었다. 안쪽에는 뭔가 글자가 새겨져 있는 듯했다.성준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린 간호사는 잠깐 망설이다 목소리를 낮췄다.“사실 이 반지는 청소하시는 직원분이 쓰레기통에서 발견하셨어요.”우찬은 숨을 멈추고 성준을 바라봤다.성준은 움직이지도 않았다.봉투 끝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관절만 하얗게 드러났다.간호사가 조심스럽게 설명을 이어 갔다.“원슬비 씨가 퇴원하신 날 병실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고 해요. 혹시 실수로 버리신 건가 싶어서 따로 보관했고, 연락이 되면 돌려드리려고 했습니다.”실수로 버렸다.성준은 봉투 안의 반지를 바라봤다.목 안쪽이 꽉 막힌 듯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갑자기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너무 작고 이상하게 가라앉은 웃음이라 우찬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성준아...”성준은 대꾸하지 않았다.봉투를 열고 반지를 손바닥 위에 떨어뜨렸다.차갑고 묵직한 백금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반지를 뒤집자 안쪽에 새겨진 글자가 보였다.준·비.오랜 시간이 지나도 닳아 없어지지 않게 하려는 듯 글자는 깊게 새겨져 있었다.성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반지 모서리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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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우찬의 도움을 받아 일어선 성준은 손바닥을 펼쳤다. 방금까지 반지를 세게 쥐고 있었던 탓에 손바닥에는 깊고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성준은 반지만 바라봤다. 누군가 심장을 손으로 움켜쥔 것처럼 아팠고, 심장이 뛸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어떻게 이걸 버릴 수 있어?’‘어떻게...’“성준아, 병원에 온 김에 진료라도 받아 보자.”우찬은 여전히 성준의 상태가 걱정됐다.한동안 말없이 서 있던 성준이 천천히 몸을 바로 세웠다. 고개를 저으면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반지를 셔츠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심장과 가까운 자리였다.성준은 반지가 빠지지 않을지 확인하듯 주머니를 손으로 눌렀다.회복은 놀랄 만큼 빨라 보였다.조금 전까지 복도에 주저앉아 있던 사람은 사라지고, 평소처럼 냉정하고 절제된 성준이 다시 서 있었다.“슬비는 그냥 화가 난 거야.”성준이 갑자기 말했다.우찬은 잠깐 멈칫했다.성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우찬에게 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스스로에게 되풀이하는 말처럼 들렸다.“시연이 일 때문에 화가 난 거야.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서.”성준은 가슴 주머니 속 반지를 손으로 만졌다.“내가 설명하면 돼.”말하는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시연이 돌아온 건... 나랑 상관없다고 말해 주면 돼. 시연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온 거고, 나는 아무것도 약속한 적 없다고 설명하면...”성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마른침을 삼켰다.“내가 사과하면 슬비는 돌아올 거야.”성준의 입에서 ‘사과’라는 말이 나오자 우찬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성준이 누군가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하는 걸 들어 본 기억이 없었다.슬비와의 관계에서도 늘 먼저 고개를 숙이는 사람은 슬비였다.슬비가 성준을 따라다녔고 먼저 다가갔다.성준은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하면 됐다.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슬비는 알아서 돌아왔다.그런데 지금의 성준에게서는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절박함이 보였다. 제대로 사과하기만 하면 슬비가 돌아올 거라고 믿고 싶어 했다.그러면 두 사람도 다시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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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슬비는 출근한 지 하루 만에 주말을 맞았다.지범에게 세인트폴고등학교에 갈 생각이 있는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원씨 집안의 저택으로 향했다.검은 세단이 원씨 집안 저택 앞에 멈췄을 때, 원국한과 장여진은 이미 현관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가 완전히 서기도 전에 원국한이 성큼 다가와 뒷문을 열었다.하지만 뒷좌석에 슬비 혼자 앉아 있는 걸 보고는 잠깐 멈칫했다.“하 서방은 안 왔니?”“회사에 일이 있어서 못 왔어요.”원국한의 표정에서 반가운 기색이 조금 옅어졌다. 그래도 겉으로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장여진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슬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너도 참. 오랜만에 집에 오면서 하 서방도 같이 데려오지 그랬어?”“일이 있다잖아. 들어가서 얘기해.”슬비는 두 사람과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차와 다과를 내왔다.원국한은 한동안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내다가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넘어갔다.“슬비야, 이제 네가 하씨 집안 며느리가 됐으니 아저씨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슬비가 들고 있던 찻잔이 살짝 멈췄다.“요즘 회사에 새로 들어오는 사업이 없어. 큰 계약도 몇 건 연달아 다른 데로 넘어가서 자금 사정이 많이 안 좋아.”원국한은 깊게 한숨을 쉬며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하 서방한테 한번 이야기해 줄 수 없겠니? 우리 회사도 조금만 끌어 달라고. 큰 건 바라지도 않아. 작은 사업 한두 개만 같이 할 수 있게 해 줘도 돼.”슬비는 찻잔을 내려놓았다.“아저씨, HM그룹 사업이랑 아저씨 회사는 규모부터 너무 달라요. 억지로 끼워 넣어도 아저씨 회사 쪽에서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게다가...”슬비는 잠깐 말을 골랐다.“저랑 하 회장은 그런 부탁까지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에요.”원국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슬비는 돌려서 말했지만, 거절이라는 뜻은 충분히 전해졌다.원국한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표정도 금세 무거워지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됐다. 모녀끼리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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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하 서방한테 한 번만 부탁해 주면 안 돼?”슬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엄마,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원지민 대신 결혼한 게 마지막이라고. 그걸로 원 회장에 갚을 건 다 갚은 거야.”“딸, 엄마가 부탁할게.”장여진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정말 이번 한 번만 더 도와줘. 원 회장도, 원씨 집안도 좀 도와주면 안 될까?”슬비는 손가락을 꽉 쥐었다. 대답이 없자 장여진의 표정도 서서히 달라졌다.“그때 엄마가 너 때문에 살던 곳도 다 버리고 멀리 호강시까지 도망쳐 온 거, 너도 알잖아.”장여진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무겁게 말했다.“계산해 보니까 ‘그 사람’이 나오는 것도 이제 1년밖에 안 남았어.”슬비의 몸이 굳어졌다.“‘그 사람’이 나온 뒤 우리 모녀를 찾아오면...”장여진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슬비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잖아. 예전 일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원 회장도 날 받아 줄 것 같아? 원씨 집안 어른들이 제일 먼저 나부터 내쫓을 거야.”“엄마...”슬비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굳어졌다.“엄마도 널 몰아붙이고 싶지 않아.”장여진은 슬비의 손을 더 꼭 잡았다.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런데 엄마도 정말 방법이 없어. 원 회장이 무너지면 원씨 집안도 끝이야. 그러면 엄마는 여기서 더 버틸 수 없어. 너도 ‘그 사람’이 우리를 찾아오는 건 싫잖아.”슬비는 가슴을 누군가 세게 움켜쥔 것 같았다.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었다.호흡이 짧아지면서 등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또 시작됐다. 물속에 잠겨서 숨을 쉴 수 없는 것 같은 답답함이었다.‘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뿐인데 불안 증세가 거칠게 몰려왔다.슬비는 눈을 감았다.손톱을 손바닥 안쪽으로 깊게 눌렀다. 통증으로 밀려오는 공포를 억누르려고 했다.“슬비야?”장여진은 슬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왜 그래? 왜 이렇게 하얘졌어?”슬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억지로 목소리를 안정시켰다.“괜찮아. 저혈당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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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그런 말 하지 마.”슬비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재를 감쌌다.지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내가 한 말도 아니거든. 큰누나가 그렇게 말했다니까. 하이재 회장님이 불치병에 걸려서, 목숨을 붙잡으려고 급하게 액막이 결혼을 한 거라고 했어.”“성격도 난폭하고 잔인해서 손에 피를 얼마나 묻혔는지도 모른다던데.”지범이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덕분인지 슬비의 가쁜 숨은 조금씩 가라앉았다.슬비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말했다.“다 헛소문이야. 하 회장은 좋은 사람이야.”지범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누나, 그분이 밖에서 뭐라고 불리는지 알아?”슬비가 고개를 저었다.“저승사자.”지범이 목소리를 낮췄다.“이름만 들려줘도 우는 애가 울음을 그친대.”슬비는 할 말을 잃었다.“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고, 피도 눈물도 없다고 그래. 자기 가족도 봐주지 않는다던데...”지범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가며 신이 나서 소문을 늘어놓았다.결국 슬비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대체 어디서 들은 거야?”“말도 안 되기는. 다들 진짜라고 그래.”지범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누나는 그분이 안 무서워?”슬비는 웃음기 어린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네가 말하는 사람하고 내가 아는 하 회장은 전혀 다른데?”슬비가 아는 이재는 차분하고 예의가 있었다. 괜히 잘난 척하는 법도 없었고, 말과 행동에는 늘 선이 있었다. 자신에게는 지나칠 만큼 세심하고 다정했다.어느 쪽으로 생각해 봐도 이 계약결혼으로 이득을 본 쪽은 슬비였다.아무리 말해도 생각을 바꿀 기미가 없는 누나를 보면서 지범은 결국 눈을 굴렸다.‘그래, 됐다.’‘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을 텐데.’“됐어. 내 걱정은 그만하고 너나 말해 봐. 세인트폴고등학교에 갈 생각은 정했어? 거긴 평범한 학교랑 달라. 호강시에서도 손꼽히는 집안 애들이 모이는 곳이야.”지범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난 어디 가도 잘 적응해.”슬비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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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희천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이재 곁에 있은 지도 거의 10년이었다.희천은 저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평소에는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하지만 이재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누군가 손을 댄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하늘에 구멍을 낼 수 있다면 정말로 뚫어 버리고, 그 파편까지 하나씩 주워서 상대의 입에 밀어 넣을 사람이었다.안으로 들어간 희천은 거의 의식을 잃은 남자 앞에 쪼그려 앉았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얼굴은 본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고, 바닥에 내던져진 낡은 걸레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희천은 상처를 확인하며 고개를 저었다.“건드릴 사람이 따로 있죠. 하필 저분을 건드립니까?”남자는 이미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목구멍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만 새어 나왔다.응급 처치를 끝낸 희천은 피 묻은 장갑을 벗고 밖으로 나왔다.마당에 핀 치자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밀려왔다.희천은 잠시 서서 숨을 고른 뒤, 몸에 밴 피 냄새가 조금 가신 것 같자 비로소 이재에게 다가갔다.“형, 치료는 더 미루시면 안 돼요!”이재는 대답하지 않았다.손끝에 걸린 담배에서 연기만 조용히 피어올랐다.“늦어도 다음 달에는 입원해야 해요.”희천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났다.“약 부작용도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계속 이렇게 약만 드시면...”“알아.”이재가 짧게 말을 끊었다.희천이 다시 입을 열려는 사이에 이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해.”본채 쪽으로 몇 걸음 옮기던 이재가 멈춰 섰다.“희천아.”“네?”“오랫동안 기다렸어.”이재는 등을 보인 채 낮게 말했다.“이제야 원하는 걸 손에 넣었고, 이달 말이면 결혼식이야. 그전까지는 아무것도 내 앞을 막게 두지 않을 거야.”희천은 이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희천이 아는 이재는 언제나 몇 수 앞을 내다봤다.계산에서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자신이 질 싸움에는 애초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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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오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매니지먼트팀 전체가 알게 됐다.도혁이 슬비의 말에 순순히 따랐을 뿐 아니라 직접 아침까지 챙겨 왔다는 이야기였다.가람은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다가 그 소식을 들었다.손에 들고 있던 머그잔이 탁자에 세게 부딪혔다.커피가 튀어 손등을 덮쳤지만 뜨거운 것도 느끼지 못했다.‘원지민이 뭔데?’가람은 스타엔터에서 2년을 일했다.도혁의 매니저를 맡았을 때는 단 사흘 만에 쫓겨났다.사흘... 곡 목록은 건네 보지도 못하고 연습실 밖으로 내몰렸다.그런데 아무 경력도 없는 신입이 들어온 지 이틀 만에 도혁을 다뤘다.‘권도혁이 아침까지 사다 줬다고?’가람은 잔 안에서 흔들리는 커피를 노려봤다.검은 액체 위로 일그러진 자신의 표정이 비쳤다.가람은 ‘원지민’의 이력서를 이미 확인했다. 공식 학력 조회 시스템에도 기록이 전혀 없었다.그런 경우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거나, 아예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가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력서부터 거짓말이네.’‘얼굴 말고는 내세울 게 하나도 없는 애잖아.’스타엔터가 어떤 회사인가?호강시에서 손꼽히는 연예 기획사였다.지금은 하씨 집안에 인수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더 커진 상태였다.‘우리 회사에 저런 사람이 들어왔다니... 대체 무슨 백으로 들어왔을까?’가람의 머릿속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커피를 들고 자리로 돌아온 가람은 핸드폰을 열어 회사 단톡방을 확인했다.손가락이 화면 위에 잠깐 머물렀다.하지만 직접 글을 올리지는 않았다.대신 회사에서 소문을 가장 빨리 옮기는 직원 몇 명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냈다.[들었어요? 이번에 들어온 원지민 씨, 이력서가 전부 가짜래요. 공식 학력 기록에는 고등학교 졸업 내역조차 없다던데요.][그런 사람이 스타엔터에 들어왔으면 뻔한 거 아닌가요? 윗사람한테 몸이라도 팔고 들어온 거겠죠.]...점심시간.사무실에는 사람이 절반 넘게 빠져 있었다.슬비는 도혁의 연습 일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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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슬비는 두어 숟갈을 더 먹은 뒤에야 그릇을 내려놓았다.“회사에서는 되도록 따로 만나지 않기로 했잖아요.”이재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긴 다리를 겹쳤다.“혼자 먹으면 재미없어.”“도우 씨도 있잖아요.”문가에서 존재감을 지우고 서 있던 도우가 저도 모르게 슬비 쪽을 봤다.이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도우에게 눈길을 줬다.“쟤 채식해.”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 도우는 말없이 서 있었다.슬비는 미심쩍은 얼굴로 도우를 바라봤다.‘저 몸이 채식만 해서 만들어진 거라고?’‘그게 가능해?’슬비가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이재는 도미 살을 발라 슬비의 접시에 놓아줬다.“이것도 먹어 봐. 오늘 아침에 들어온 거야.”슬비의 관심은 바로 음식으로 옮겨 갔다.생선살은 부드럽고 촉촉했다.간도 과하지 않아서 입안에서 살살 풀어졌다.“맛있어요.”슬비가 솔직하게 감탄했다.이재는 입가를 조금 올리더니 다른 음식도 한두 점씩 골고루 덜어줬다.양은 많지 않았다.슬비가 이것저것 맛볼 수 있을 만큼만 담아 줬다. 슬비는 볼이 살짝 부풀 정도로 음식을 씹으며 식사에 집중했다.길게 내려온 속눈썹 아래로 옅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입가에 국물이 조금 묻자 슬비는 혀끝으로 자연스럽게 닦아 냈다.이재의 젓가락이 잠깐 멈췄다.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이재는 시선을 돌리고 옆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속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눌러야 했다.슬비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만족스럽게 식사를 이어 갔다.마지막 후식은 차갑게 식힌 유리 그릇에 담긴 망고 코코넛 푸딩이었다.잘 익은 망고의 단맛과 자몽의 은은한 쌉싸름함, 부드러운 코코넛 크림이 잘 어울렸다.후식까지 다 먹은 슬비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조금 과하게 먹은 듯 배가 불렀다.“배불러?”이재가 물었다.“네.”이재가 살짝 웃었다.테이블 한쪽에 놓인 은색 라이터를 집어서 손가락 사이에서 천천히 굴렸다.금속 덮개가 열렸다 닫힐 때마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또렷하게 울렸다.슬비는 벽시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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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슬비의 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이재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열기가 얇은 니트 너머로 스며들면서, 허리까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이재는 슬비의 손바닥 위에 라이터를 올려놓았다.자신의 손으로 그 위를 감싼 뒤 잡는 자세를 천천히 바로잡아줬다.“엄지는 여기.”이재의 손끝이 슬비의 엄지 끝을 누르듯 짚었다.“검지는 아래쪽을 받치고. 그래, 그렇게.”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슬비의 손을 완전히 감쌌다.손가락에 밴 얇은 굳은살이 손등을 스칠 때마다 잔잔한 떨림이 올라왔다.슬비는 뒤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체온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시선도 라이터에만 고정했다.라이터를 직접 써 본 적은 거의 없었다.이런 휠 방식은 더 낯설었다.“그다음에는요?”“돌려.”슬비는 엄지에 힘을 주고 휠을 밀었다.불이 붙지 않았다.한 번 더 해 봤다.결과는 같았다.“힘이 너무 약해.”이재의 낮은 목소리에 웃음이 섞였다.“조금만 더 세게 해 봐.”슬비는 입술을 꾹 다물고 숨을 한번 고른 뒤 힘을 줬다.휠이 돌아가며 불꽃이 튀었지만 불은 바로 꺼져 버렸다.슬비는 민망한 표정으로 손에 든 라이터를 바라봤다.볼까지 조금 뜨거워졌다.이재가 소리 없이 웃었다.가슴에서 울리는 진동이 슬비의 등에 고스란히 전해졌다.“힘을 빼.”이재의 엄지가 슬비의 엄지 위를 덮었다.천천히 힘을 주며 휠을 돌리게 했다.“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이번에는 불이 안정적으로 피어올랐다.주황빛 불꽃이 작게 흔들리며 슬비의 눈동자에 비쳤다.“됐어요!”슬비가 기쁜 마음에 고개를 돌려 이재를 바라봤다.그러자 웃음이 그대로 굳었다.너무 가까웠다.숨결이 서로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이재의 짙은 눈동자가 슬비를 깊이 바라보고 있었다.그 눈 안에서 뜨거운 감정이 천천히 짙어지는 게 느껴졌다.슬비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둘 사이의 공기까지 뜨거워진 듯했다.이재의 시선이 슬비의 눈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시선이 입술에 멈췄다.목울대가 한번 움직였다.이재가 고개를 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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