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내려가는 길에서, 어머니는 혈비의 등에 업혔다. 언니가 아무에게도 그 등을 내주지 않았다. 열여덟 해 전 저를 업고 눈을 건넌 등이 있었듯, 이번에는 저의 등이 그 빚을 갚을 차례라는 듯이.붉은 달의 주인이 어머니를 업고 얼음 계단을 하나씩 밟아 내려가는 것을, 골짜기 아래의 모두가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만군의 병졸들까지도. 물을 세운 여자와, 강을 처음 흘린 여자와, 그 둘을 낳은 여인이 어떤 하루를 치렀는지 — 말은 벌써 진중에 다 돌아 있었다.야영의 밤, 어머니는 화톳불 곁에서 얕게 잠들었다. 잠든 낯이 골짜기에서보다 편안해 보이는 것이 위로인지 불안인지, 딸들은 판단을 미뤘다. 맥은 실낱인 채로 버텼다. 낡은 것은 수가 없다지만, 낡은 것이 버티는 데는 까닭이 있는 법이었다. 펴 놓은 달무리 수가 그 곁에 있었다.운설은 어머니 곁에서 침으로 밤을 났다. 실낱의 맥을 붙드는 것은 힘이 아니라 정성이었다. 반 시진마다 혈을 옮겨 짚고, 어머니의 강에 실개천을 대지 않는 선에서 — 이으면 같이 마른다던 그 금을 지키는 선에서 — 물가의 온기만 곁에 두었다. 선우현이 그 곁에서 화롯불을 지켰다. 두 사람은 말없이 각자의 불을 지켰다.새벽녘, 혈을 옮겨 짚는 그녀의 손이 곱아 더디어지자 그가 말없이 그 손을 가져다 제 목덜미에 대었다. 사람의 몸에서 제일 더운 자리였다. 손이 녹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보지 않았다. 보면 길어질 참이라서.혈비는 잠들지 않았다. 언니는 화톳불 건너의 간수문을 오래 보다가, 이윽고 물었다."영감. 하나 물어도 되나.""물어라.""열여덟 해 전 — 그 아침에." 언니의 목소리가 낮았다. "벽장에서 나온 열두 살을, 눈 속에서 이틀을 업고 걸은 등이 있다. 낯을 안 보여 준 등이. 업힌 것은 기억나는데 낯이 없어. 평생 그 등을 찾다가 — 요즘 자꾸, 걸음 하나가 눈에 밟힌다."늙은 당주는 식은 차를 오래 들여다보았다."지팡이 없이 걷는, 꼿꼿한, 늙은 걸음." 혈비가 말을 이었다. "영감. 그 등이 — 영감
Last Updated : 2026-07-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