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려는 북쪽 끝, 세상이 흰빛 하나로 줄어드는 땅에 있었다.여름에도 눈이 안 녹는 고원이었다. 닷새를 오르는 동안 초록이 줄고, 바람이 늘고, 마지막 이틀은 발밑이 온통 만년설이었다. 휘월은 그 길을 지팡이 하나로 걸었다. 열여덟 해 전 압송되던 길을, 이번에는 제 발로.만년설의 밤들은 숨이 얼 만큼 추웠다. 한 장막 안에서 그가 그녀의 언 발을 끌어다 제 무릎 밑에 넣었다. 혼인하고 처음 나선 먼 길이 얼음 감옥행인 것을 두고 그가 미안한 낯을 짓자, 그녀가 답했다."당신하고면 어디든 소풍입니다.""저기다."노인이 가리킨 것은 설원 한가운데의 낮은 언덕이었다. 언덕인 줄 알았던 것이 가까이 가자 지붕이 되었다. 얼음과 돌로 지은, 반쯤 눈에 삼켜진 — 감옥.문은 열려 있었다.열린 지 오래된 문이 아니었다. 문틀의 눈이 최근에 밟혀 다져져 있었고, 다져진 눈 위에 발자국이 얼어붙어 있었다. 여럿. 무거운 짐을 진 걸음."늦었군." 사백이 낮게 말했다. 사냥꾼의 목소리에 좀처럼 없던 것이 섞여 있었다. 낭패였다.들어서기 전에 휘월은 문틀에 손을 얹고 잠깐 서 있었다. 여덟 해를 산 집이자 여덟 해를 갇힌 감옥. 사람이 제 지옥의 문 앞에서 짓는 낯을, 운설은 처음 보았다. 그리움과 몸서리가 한 낯에 있었다.안은 얼음의 뱃속이었다.여덟 해를 산 사람의 살림이 얼음 속에 화석처럼 남아 있었다. 돌침상. 물그릇. 그리고 벽 — 사방의 얼음벽 안쪽에, 빽빽하게,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손톱으로, 돌조각으로, 여덟 해 동안 새긴 글자들. 물소리를 듣는 법과 끊는 법이, 미친 정밀함으로 벽 네 면을 채우고 있었다.한데 그 벽의 한 면이 — 비어 있었다.비운 것이었다. 끌 자국이 얼음 위에 어지러웠다. 벽째 떠 갈 수 없으니 — 얼음을 얇게 떠 내고, 그것도 안 되는 자리는 탁본을 떴는지 먹 자국이 남아 있었다."끊는 법의 벽이다." 휘월이 그 빈 면 앞에 섰다. 노인의 목소리가 얼음 속에서 낮게 울렸다. "듣는 법도, 잇는 법도 안 가져갔어.
Last Updated : 2026-07-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