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현은 축하 선물부터 골랐다.붉은 비단도 은잔도 아니었다. 약방 외상패를 깎고 남은 눈잣나무 조각이었다. 그는 그것을 손바닥만 하게 다듬어 한쪽에는 혼인, 다른 쪽에는 두 푼이라 새겼다."그걸 줄 거예요?""빚진 자가 혼인하면 채권자는 새댁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소.""누가 채권자인데요.""우리 약방."대답은 태연했으나 칼끝이 나무를 너무 깊이 팠다. 혼 자의 왼쪽 획이 갈라졌다.운설은 그것을 보지 않은 척 약재 봉지를 쌌다. 보름 치 감초와 당귀를 미리 나누고, 건너 골목 노의원에게 열이 심한 환자만 부탁했다. 사흘 안에 돌아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북쪽 일은 늘 약속보다 길었다.다음 날 새벽 두 사람은 백로진을 나섰다.말 한 필과 작은 수레 하나였다. 선우현은 오래 달리면 왼쪽 무릎이 굳었고, 운설은 그가 괜찮다는 말을 할 때마다 쉬게 했다. 첫날에만 벌금이 여섯 푼 쌓였다."돌아오면 약방을 내게 넘길 셈이오?""당신 몫에서 깎을 거예요.""우리 약방이라더니.""아플 때만 제 약방입니다."선우현이 웃었다. 웃음은 금세 바람에 식었다.해가 기울 무렵 북관으로 가는 옛 봉수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오른쪽은 말이 다니는 넓은 길, 왼쪽은 눈 녹은 물이 패 놓은 지름길이었다.길가 복숭아꽃은 백로진보다 늦게 피어 꽃잎 끝이 아직 단단했다. 북쪽으로 갈수록 봄이 거꾸로 물러나는 듯했다. 운설은 소매 안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 기다리던 사람에게 가까워지는지, 떠난 사람에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선우현은 넓은 길로 고삐를 돌렸다."급하지 않아요?""그대가 말해 보시오.""뭘요.""혼례 전에 닿아야 하는지, 뒤에 닿아도 되는지."운설은 말갈기 사이에 엉긴 진흙을 보았다. 묻지 않으면 길이 대신 답할 것 같았다. 빨리 가면 막으러 가는 사람이 되고, 천천히 가면 축하하러 가는 사람이 된다."직접 듣고 싶어요.""무엇을.""그 사람이 정말 고른 건지. 왜 편지 한 장 없이 그런 걸 골랐는지."선우현의 손이 고삐 위에서
Last Updated : 2026-08-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