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엔이 돌아간 뒤, 카시안은 책상 위에 펼쳐진 거대한 제국의 지도를 내려다보았다.지도에는 황후 로잘린이 폰테 후작가를 멸문시킨 뒤, 르세인이 장악한 남부 소금 길과 곡창지대의 보급로가 붉은 선으로 강고하게 그어져 있었다.자신의 논리가 제국의 혈맥을 완벽히 지배했다고 믿으며, 엘라엔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상수를 자신의 곁에 박제하기 위한 다음 수순을 밟고 있는 르세인.카시안은 지도 위, 르세인이 완벽이라 명명한 그 견고한 성벽 한가운데에 시커먼 돌을 툭, 놓았다.“르세인, 넌 모든 것을 숫자로 계산하지. 하지만 숫자는 결코 인간의 굶주림과 광기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해.”카시안의 눈동자에는 평소 엘라엔 앞에서 보여주던 나약하고 선량한 빛이 없었다. 오직 차갑게 가라앉은 명징함과 제국을 통째로 뒤흔들 파괴적인 지략만이 휘몰아쳤다.그는 곁에 서 있는 옌스에게 짧은 서신 뭉치를 건넸다. 제국의 귀족들과 대상단들의 은밀한 치부가 적힌 장부를.“르세인은 소금을 풀어 민심을 잡았다고 믿겠지. 하지만 그 소금이 평민들의 식탁에 오르기 전, 탐욕스러운 중간 관리자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그 비논리적인 욕망까지는 통제하지 못했어.”“…….”“옌스, 이 기록들을 지금 즉시 황후의 정적인 황실 감찰관들에게 흘려라. 르세인의 완벽한 구휼책이 실상은 하급 관리들의 배를 불리는 부패의 온상이었다는 추문이 황궁에 번지게 하란 말이다.”카시안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위력적이었다. 이건 그가 준비한 첫 번째 일격이었다. 르세인이 세운 정의로운 질서를 내부에서부터 썩게 만들어, 그가 가장 신뢰하는 자신의 논리적 완벽함에 스스로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것.그는 다시 창가로 다가가 마레즈나 쪽을 바라보았다.“엘라엔, 조금만 기다려. 그가 자신이 세운 법도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꼴을 보게 될 테니.”엘라엔이 가진 것과 쌍을 이루는 작은 나무 새를 만질 때 그의 눈빛에 아주 잠시 부드러운 연민이 스쳤지만 이내 서늘한 살의로 덮였다.르세인이 빛의 제단을 쌓는 동안, 카시안은 그
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