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레즈나의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후덥지근한 저녁 바람이 살갗을 스칠 무렵, 르세인은 엘라엔을 위해 제국에서 가장 화려한 여름 궁전의 연회를 개최했다.그건 겉으로는 국상의 해제와 황태자비가 될 엘라엔의 사교계 복귀를 축하하는 자리였으나 실상은 르세인이 준비한 가장 잔혹한 처형대였다.엘라엔은 거울 앞에 서서 르세인이 하사한 진홍색 드레스를 입었다. 평소라면 혐오스러웠을 색깔이 오늘따라 유독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의 입가에는 르세인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러나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보여준 적 없던 가장 찬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녀는 믿고 있었다. 오늘 밤 연회가 끝나면, 카시안이 준비한 마차를 타고 이 금빛 새장을 영원히 떠날 수 있으리라고.품 안에는 카시안이 준 나무 새가 숨겨져 있었다. 엘라엔은 그 새의 날개를 매만지며 자유를 향한 갈망을 삼켜낸 뒤 연회장으로 발을 들였다.“영애, 오늘 그대의 미소는 마치….”“…….”“모든 것을 포기한 자가 짓는 마지막 광기 같군.”연회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르세인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길은 여느 때보다 차가웠고, 녹색 눈동자는 무서울 정도로 투명했다.“황태자 전하, 드디어 전하의 논리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에요. 이제야 제 자리가 어디인지 알 것 같거든요.”엘라엔은 르세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대답했다. 르세인은 입가에 비릿한 호선을 그리며 그녀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연회가 절정에 달하고 귀족들의 환호성이 쏟아질 때 르세인은 엘라엔을 조용히 테라스로 이끌었다.문이 닫히고, 르세인의 기사들이 앞을 가로막고 서며, 커튼이 쳐질 때까지도 엘라엔은 다가올 파국을 예상하지 못했다.달빛 아래 르세인의 금발은 서늘하게 빛났고 그 아래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는 은제 쟁반 하나가 놓여 있었다.“영애, 그대가 소중히 여기는 그 안식처의 무게를 재 보려는데.”르세인은 바델에게 손을 내밀었고, 곧 엘라엔이 그토록 소중히 품었던 나무 새를 꺼내들었다.엘라엔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
Terakhir Diperbarui : 2026-08-15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