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적인 소유의 설계자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24

24 챕터

21. 모욕적인 갈증의 시작

밤이 깊어질수록 요새 건설 현장의 소음은 잦아들었지만 르세인의 집무실에 감도는 긴장감은 오히려 날카로워졌다.책상 위에 놓인 시계의 초침이 궤도를 이미 반 바퀴나 넘어서고 있었다.약속된 대면 보고 시간에서 정확히 삼십 분이 경과했다.르세인은 펜을 내려놓고 굳게 닫힌 문을 응시했지만 평소 오차 없이 문을 두드렸을 엘라엔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열병의 후유증인가, 아니면 의도적인 태만인가.’르세인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바델을 보내 확인하면 그만인 일이었다.하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질서 체계 속에서 보고 누락은 즉각적인 시정이 필요한 결함이었고, 그 결함을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모호한 충동이 그의 이성을 앞질렀다.별관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걷는 르세인의 굽 소리가 평소보다 무겁게 울렸다.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왜 직접 움직이는가에 대해서.효율을 중시하는 자신이 굳이 시간을 낭비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는 무엇인가.르세인은 자산의 상태를 확인하는 지휘관의 의무라는 건조한 답을 내놓았으나 가슴 한구석을 긁어대는 생소한 갈증은 그 답이 오답임을 증명했다.같은 시각, 별관의 서재는 희미한 촛불 하나만이 내부를 밝혔다.엘라엔은 책상에 엎드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손 밑에는 오늘 하르만이 작성한 서툰 자재 장부와, 그것을 꼼꼼히 수정한 그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고요한 적막을 깨고 서재의 문이 예고 없이 열렸다.들어선 이는 르세인이었다. 그는 침묵을 깨뜨리며 들이닥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촛불 아래 흩어진 와인빛 머리칼과 고르게 내뱉는 숨소리를 마주한 순간 멈춰 서고 말았다.“…….”르세인은 숨을 죽인 채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집무실에서 보았던 오만한 영애는 그곳에 없었다. 동생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불태우다 지쳐 잠든, 한없이 위태롭고 작은 존재만이 있었다.르세인은 그녀의 머리칼 아래로 살짝 드러난 창백한 목덜미와 여전히 열기가 가시지 않은 듯 발그레한 뺨을 응시했다.그는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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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효율적인 부품으로

창틈으로 스며든 새벽빛이 눈꺼풀 위로 드리웠다.엘라엔은 뻐근한 목을 매만지며 상체를 일으켰다. 책상 위에는 어젯밤 검토하다 잠든 자재 장부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니, 그대로가 아니었다.“……!”엘라엔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적어 내려갔던 잉크 자국 옆으로 정갈하고 서늘한 필체가 덧붙여져 있었다.장부의 오차를 수정하고 다음 공정의 우선순위를 번호까지 매겨 정리해 둔 흔적.제국에서 이런 완벽한 질서의 필체를 가진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르세인.엘라엔은 소름이 돋는 팔을 감싸안았다. 그는 어젯밤 이곳에 왔다. 그리고 잠든 자신을 깨우지 않고 어둠 속에서 이 장부 위를 훑었을 것이다. 아니, 장부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무방비한 모습까지도 이 장부의 숫자처럼 건조하게 재단했겠지.‘질서 운운하더니 이렇게 무례할 수가 없어.’엘라엔은 장부를 탁, 소리가 나도록 덮어버렸다.‘왜 깨우지 않았지?’단순히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라면 비효율적으로 직접 펜을 들 이유가 없었다. 바델을 시켜 자신을 깨워 집무실로 압송하는 것이 르세인다운 방식이었다.엘라엔은 르세인이 이곳에 머물며 자신을 내려다보았을 그 침묵의 시간을 상상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 계산이 뒤엉켜 나뒹굴었다. ***그날 오전, 요새 현장 지휘소.르세인은 평소보다 더욱 짙은 위압감을 뿜어내며 기사들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어젯밤의 동요를 완벽하게 지워버리려는 듯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지시는 자비가 없었다.“공정 3구역의 지반 보강이 미흡합니다. 재시공하도록.”“전하, 그 정도는 설계상 허용 범위 내….”“내 질서에 허용 범위란 없습니다.”기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러났다.르세인은 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어젯밤, 서재의 희미한 촛불 아래에서 보았던 그 평온한 숨소리가 자꾸만 귓가를 맴돌았다. 하얀 목덜미와 잔향까지도….자신의 원칙을 깨고 직접 별관으로 향했던 그 비합리적인 행위는 스스로를 모욕하고 있었다.그때, 집무실 문이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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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의미심장한

정오가 지난 태양은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게 건설 현장의 흙먼지에 내리꽂혔다.엘라엔은 르세인의 집무실에서 빠져나와 별관으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그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턱 끝에 남은 그의 손길이 닿은 감각이 좀처럼 가시지 않은 탓이었다.‘자산의 점검.’르세인은 그 말을 내뱉을 때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엘라엔은 그가 자신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제대로 실감했다.그는 요새를 세우는 돌덩이와 자신을 동일 선상에 두고 있었다. 단지 조금 더 정교하고, 조금 더 다루기 까다로운 부품일 뿐.*** 오후 무렵 갑작스럽게 날아든 황태자 책봉 예고 공문은 요새 지휘소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어 놓았다. 요새 완공일이 곧 제국의 차기 주인이 결정되는 날이라는 명제는 현장의 모든 인부와 기사들에게 단순한 노동 그 이상의 압박으로 다가왔다.이제 돌 하나를 쌓는 행위는 르세인의 왕좌를 공고히 하는 벽돌이 되거나 혹은 그를 실각시키는 오차가 될 터였다.르세인은 집무실의 커다란 창가에 서서 멀리 붉게 물드는 지평선을 응시했다.그의 손에는 바델이 전달한 황제의 친필 서신이 쥐어져 있었다. 누가 더 이 제국의 질서를 완벽하게 세우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내용의 서신은 격려가 아닌 경고였다. 르세인은 서신을 책상 위로 무심히 던졌다.그는 자신이 황태자가 되는 것에 단 한 번도 의구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황제가 엘라엔이라는 변수를 요새 현장에 방치한 채 이 선언을 했다는 점이 르세인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황제는 지금 르세인에게 묻고 있었다. 이 날카롭고 위험한 여인을 길들여 제국을 지탱하는 초석으로 쓸 것인가.아니면 그녀에게 잠식당해 질서를 무너뜨릴 것인가.“바델.”“예, 전하.”“오늘부터 요새의 모든 출입 기록은 내가 직접 검수한다. 특히 이황자 측의 서신이나 인편이 별관 근처에 머무는 것이 발각된다면 그 즉시 현장에서 처단하라. 명분은 군사 기밀 유출 방지다.”르세인의 명령은 서늘했다. 그는 이안이 엘라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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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대한 파멸의 질서 속으로

별관 서재의 촛불은 새벽이 깊도록 꺼질 줄 몰랐다.엘라엔은 르세인이 보낸 거대 성벽 설계도를 거칠게 펼쳤다. 양피지의 케케묵은 먼지가 코끝을 간질였으나 그녀의 눈빛은 설계도를 면밀히도 응시했다.르세인은 그녀에게 하르만의 피 묻은 손수건을 보내며 복종을 명했지만 되레 엘라엔의 잠자고 있던 가장 치명적인 독기를 깨운 꼴이 되었다.그녀의 손가락이 설계도의 특정 지점을 훑었다. 제국 북부의 지형은 겉으로는 단단한 암반층처럼 보였지만 특정 계절이 되면 지하수가 솟구치는 수맥이 흐르는 구간이 있었다.르세인이 앞당긴 공사 기간대로라면 보강 공사를 생략하고 성벽을 올릴 수밖에 없는 지점이었다.‘여기에 오차를 심겠어.’엘라엔은 깃펜을 들었다. 그리고 르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수치를 수정하는 척하면서 아주 미세한 각도의 뒤틀림을 계산식 사이에 끼워 넣었다.지금 당장은 성벽이 견고하게 올라가겠지만 요새가 완공되는 그 영광의 날에 이 성벽은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이다.그건 르세인의 완벽한 질서에 가하는 엘라엔의 일격이었다.그녀의 눈동자가 등불 아래에서 붉게 일렁였다. 손끝이 떨렸으나 그건 두려움이 아닌 포식자의 목줄을 쥘 수 있다는 희열이었다.***같은 시각, 지휘소의 최상층.르세인은 창가에 기댄 채 별관 서재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는 엘라엔이 낮에 제출했던 보고서 사본과 그녀의 동선을 낱낱이 기록한 감시 보고서가 놓였다.“전하, 영애께서 한숨도 자지 않고 도면 수정에 매달리고 계십니다.”바델의 보고에 르세인은 대답 대신 브랜디가 든 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호박색 액체가 유리벽을 타고 매끄럽게 움직였다.“수정이 아니라 덫을 놓느라 혈안이겠지.”르세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엘라엔이 북부 지형의 고질적인 수맥 문제를 이용해 설계에 장난을 칠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말하면 그는 그녀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유도했다.하르만의 피 묻은 손수건을 보낸 것도, 일부러 취약한 구간이 포함된 고대 도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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