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그는 엘라엔의 앞에 멈춰 서서 천천히 상체를 숙였다. “전하….”엘라엔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르세인의 녹색 눈동자는 여전히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르세인은 손을 뻗어, 물에 젖어 어깨에 달라붙은 엘라엔의 와인빛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겼다.“영애, 지금 당신은 지나치게 인간 같군요.”“…저는 사람입니다, 전하. 숨을 쉬고, 고통을 느끼는…!”“그 고통마저 질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었습니까.”르세인의 손이 내려가 그녀의 목에 둘러진, 자신이 하사했던 목걸이를 건드렸다. “…하아.”엘라엔은 저도 모르게 한숨 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르세인은 그 반응이 즐거운 듯 목걸이를 살짝 잡아당겨 그녀의 얼굴을 자신에게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남작 부인, 교육이 부족한 것 같군요. 영애가 아직 자신의 육체에 휘둘리고 있지 않나.”“죄송합니다, 전하. 다시 엄히 가르치겠습니다.”남작 부인의 대답에 엘라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기서 더 가혹해진다면 정말로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르세인은 의외의 행동을 보였다. 그는 엘라엔의 가느다란 허리에 손을 얹고 직접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갑작스러운 부축에 엘라엔의 몸이 그의 가슴팍에 잠시 밀착되었다. 르세인의 제복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과 규칙적인 심장 박동은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르세인은 엘라엔의 몸을 자신의 팔로 지탱했다.“직접 봐야겠어. 당신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르세인은 남작 부인에게 물 잔을 다시 가져오라 명했다. 그리고 엘라엔의 머리 위에 직접 잔을 올렸다. “자, 영애. 이제 내가 당신의 지지대가 되어주지. 나의 손안에서 당신의 흔들림을 지워보십시오.”르세인은 엘라엔의 뒤에 서서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자신의 몸에 밀착시켰다. 엘라엔은 그의 팔이 자신의 몸을 옭아매는 끔찍한 사슬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이제 자신의 의지뿐만 아니라 등 뒤에서 느껴지는 르세인의 압도적인 무게감과도 싸워야
Huling Na-update : 2026-07-17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