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고 나서나는 밥을 먹었다.정말 대충.냉동밥을 데우고,김을 꺼내고,김치도 조금 꺼냈다.태준은 통화 너머로자기도 먹겠다고 했다.각자 다른 집에서,각자 다른 밥을 먹었다.말은 거의 없었다.숟가락 소리,그릇 내려놓는 소리,물 마시는 소리.이상하게 그런 것들이너무 가까웠다.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보다더 생활 같았다.그래서 더 무서웠다.전화를 끊기 전,태준이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왜.”— 더 말하면 갈 것 같아.나는 숨을 삼켰다.태준이 아주 낮게 웃었다.— 농담 아냐.나도 웃지 못했다.“오지 마.”— 응.“오늘은.”그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붙었다.오늘은.태준도 그걸 들었다.분명히.수화기 너머가 잠깐 멈췄다.— 응. 오늘은.오늘은 오지 마.그건 내일은 모르겠다는 말처럼 들릴까 봐나는 바로 덧붙이고 싶었다.그런 뜻 아니야.오해하지 마.그런데 하지 않았다.나도 모르니까.정말 모르니까.태준이 말했다.— 잘 자, 서윤아.나는 조금 있다가 대답했다.“잘 자.”그리고 작게 덧붙였다.“태준아.”그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그게 대답 같았다.통화가 끊겼다.나는 식탁에 앉아 한참 휴대폰을 봤다.오늘도 그는 오지 않았다.오늘도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그런데 또 무언가가 더 열렸다.아주 조금씩.사람이 사람에게 다시 간다는 건한 번에 뛰어드는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문 하나를 여는 게 아니라,잠금 하나를 풀고,또 하나를 풀고,그러다 어느 날이미 안쪽에 들어와 있는 걸 깨닫는 것.나는 오늘 그 소리를 들었다.내 안에서아주 작은 잠금이 풀리는 소리.⸻【서윤의 기억 10】예전의 태준은늘 먼저 왔다.내가 부르지 않아도 왔고,기다려달라고 하지 않아도 기다렸고,괜찮다고 하지 않아도 내 옆에 섰다.그때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아니,사랑이면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내가 지쳐 있어도,말하고 싶지
Last Updated : 2026-07-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