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장은 결국 벽에 걸렸다.사라진 줄 알았던 온도.내가 썼고,태준이 오래 봤고,우진이 너무 안쪽에서 나온 문장이라고 했던 말.그 문장이 이제는 회의실 화면이 아니라실제 공간의 벽 한가운데 붙어 있었다.임시 출력물이긴 했다.아직 최종 시공 전이라얇은 폼보드에 붙여둔 시안일 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진짜보다 더 진짜 같았다.사람이 들어오기 전의 현장.전선이 바닥을 지나가고,조명은 절반쯤만 켜져 있고,벽면 일부는 아직 마감 전이라 거칠었다.그 한가운데너무 멀쩡한 문장 하나가 떠 있었다.사라진 줄 알았던 온도.나는 그 앞에 서서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문장은 내가 썼는데,이제 내 손을 떠난 것 같았다.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걸리면문장은 더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그 안에 뭘 숨겼든,누굴 생각했든,어디까지가 업무였고 어디부터가 마음이었든.이제는 다 소용없었다.벽에 걸린 순간그 문장은 나보다 더 뻔뻔해졌다.“한서윤 씨.”우진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시공팀과 이야기를 마치고 있었다.검은 파일을 들고,늘 그렇듯 단정한 얼굴이었다.“위치는 괜찮습니까?”나는 다시 벽을 봤다.“네. 괜찮은 것 같아요.”“조명이 들어오면 더 선명해질 겁니다.”“그럼 너무 튀지 않을까요?”우진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그는 문장을 오래 보지 않았다.딱 필요한 만큼만 봤다.“튀는 문장이긴 합니다.”“역시 그렇죠.”“그런데 나쁘게 튀지는 않습니다.”나는 작게 웃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우진은 잠깐 생각하듯 벽을 봤다.“사람이 그냥 지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쪽입니다.”그 말에나는 대답하지 못했다.지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문장.그게 좋은 건지위험한 건지아직 모르겠다.우진이 나를 보았다.“불편합니까?”너무 정확한 질문이었다.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조금요.”“왜요?”“제가 쓴 문장이 너무 크게 보이는 게 이상해서요.”“문장이 커진 겁니까, 아니면
Last Updated : 2026-07-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