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전,벽면 카피 최종 확인까지 끝났다.서브 카피는 그대로 확정됐다.오래 머문 감각은, 다시 돌아온다.나는 그 문장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봤다.처음 쓸 때는 이렇게까지 나를 괴롭힐 줄 몰랐다.그냥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다.현장 분위기와 맞고,메인 카피를 받쳐주고,너무 직접적이지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은 안다.나는 자꾸 내 마음을 피해 쓰다가결국 내 마음이 들어간 문장을 쓰고 있었다.오래 머문 감각.다시 돌아온다.정말 싫다.정말.그런데 이제는 그 문장을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팀장님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우진은 최종 파일명만 다시 확인하자고 했다.태준은 조금 뒤에서 벽을 보고 있었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정확히는 모른다.하지만 아마,나와 비슷한 문장 안에 있을 것 같았다.나는 그게 조금 무서웠다.그리고 조금 덜 외로웠다.⸻건물 밖으로 나오자하늘이 흐렸다.비가 올 것 같았지만아직 내리지는 않았다.퇴근 시간이라 길에는 사람이 많았다.우진은 먼저 택시를 잡아야 한다며 인사를 했고,팀장님은 다른 업체 담당자와 통화를 하며 먼저 걸어갔다.순식간에 입구 앞에는나와 태준만 남았다.또.이런 식으로 둘만 남는 순간이요즘 너무 자주 생긴다.정말 우연인지,내가 의식해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태준은 차 키를 손에 들고 있었다.나는 지하철역 방향을 한 번 봤다.그가 태워다줄까 물을까 봐먼저 말했다.“나 지하철 타고 가.”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안 물어보네.”“오늘은 안 물어보려고.”“왜.”태준은 잠깐 나를 보았다.“네가 먼저 말할 수 있게.”나는 말문이 막혔다.아.또.이런 식이다.무리하게 다가오지 않고,그 자리에 서 있다가,내가 먼저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게 싫어야 하는데싫지가 않다.나는 시선을 피했다.“그런 거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라니까.”“해보는 중이야.”“그건 또 괜찮네.”“다행이다.”태준이 낮게 말했다.
آخر تحديث : 2026-07-19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