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카피는 그 뒤에야 나왔다.오래 머문 감각은, 다시 돌아온다.나는 그 문장을 파일에 입력했다.너무 설명적이지 않고,너무 감정적이지도 않았다.조금 담담했다.팀장님은 바로 답을 보냈다.좋아요. 이걸로 정리하죠.나는 노트북을 닫았다.하루가 끝난 것도 아닌데뭔가 하나가 지나간 기분이었다.퇴근 시간이 가까워졌고,사무실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정리했다.태준은 다른 팀과 짧은 미팅에 들어갔고,우진은 먼저 외근 보고를 하러 나갔다.나는 혼자 자리에서 가방을 챙겼다.오늘은 누구와도 같이 나가고 싶지 않았다.태준과도.우진과도.혼자 걸어야 할 것 같았다.로비로 내려왔을 때밖은 다시 흐려져 있었다.비는 오지 않았다.다행이었다.나는 건물 밖으로 나가잠깐 숨을 들이마셨다.젖은 공기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택시를 탈까 하다가그냥 걷기로 했다.집까지는 멀었다.그래도 조금은 걷고 싶었다.답을 내리려는 건 아니었다.그냥내 안에서 너무 많은 말들이 움직이고 있어서가만히 있으면 더 시끄러울 것 같았다.횡단보도 앞에 섰다.신호는 빨간불이었다.사람들이 옆에 모였다.나는 휴대폰을 꺼내지 않았다.누가 문을 묻고,누가 밥을 묻고,내가 괜찮다고 답하고,그가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식으로하루를 닫고 싶지 않았다.오늘은 내가 먼저 고르고 싶었다.말도.거리도.돌아가는 길도.신호가 바뀌었다.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했다.나도 걸었다.그때 뒤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서윤아.”나는 멈추지 않았다.횡단보도 한가운데였으니까.대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태준이 건물 앞에 서 있었다.뛰어온 건 아닌 것 같았다.숨은 흐트러지지 않았다.그런데 눈은 조금 흔들려 있었다.신호가 깜빡이기 시작했다.나는 마저 건넜다.건너편에 도착해서야뒤돌아섰다.태준은 아직 반대편에 있었다.차들이 다시 지나가기 시작했다.우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이상한 거리였다.가깝지도 않고,멀지도 않은.건너오려면 건너올 수 있지만
Last Updated : 2026-07-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