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최종 점검이 거의 끝났다.팀장님은 업체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내일 오전 오픈 전 확인할 것들만 정리하자고 했다.다들 조금 지쳐 있었다.나도 그랬다.몸이 피곤한데, 마음은 이상하게 잠이 안 오는 상태였다.작업실 한쪽에 있던 박스를 정리하다가 손끝이 종이에 베였다.아주 살짝이었다.피도 거의 안 났다.그런데 내가 손을 움찔하자 태준이 바로 봤다.멀리 있었는데도.그는 한 걸음 다가오다가 멈췄다.나는 그 멈춤을 봤다.오지 말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는 먼저 멈췄다.“베였어?”“조금.”“밴드 있어?”“아마 가방에.”“가져올까?”그 말에도 잠깐 멈췄다.가져올까.예전 같으면 이미 내 가방을 찾으러 갔을지도 모른다.어디 있냐고 묻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였을지도 모른다.나는 손끝을 살짝 눌렀다.피가 아주 작게 맺혔다.별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 상황이 웃겼다.“있어.”“응.”태준은 그대로 멈췄다.나는 가방으로 가서 파우치 안의 밴드를 꺼냈다.손끝에 붙이려는데 한 손으로는 잘 안 됐다.비닐이 자꾸 말렸다.두 번 실패하자 짜증이 났다.그때 태준이 말했다.“그건 도와줘도 돼?”나는 고개를 들었다.그는 정말 물었다.이런 것까지.밴드 하나 붙이는 것까지.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조금 나왔다.“이건 도와줘도 돼.”태준의 눈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그러고는 가까이 왔다.딱 필요한 만큼만.그는 내 손을 덥석 잡지 않았다.내가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렸다.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었다.태준의 손이 내 손끝을 조심스럽게 받쳤다.따뜻했다.그 순간, 몸이 먼저 기억했다.예전에 그가 내 손을 잡던 방식.아무렇지 않게 잡고, 놓을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잡고, 내가 힘을 빼면 더 단단히 잡던 손.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싫은 날도 있었고, 싫지 않은 날도 있었다.그런데 싫지 않은 날이 있었다는 걸, 나는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다.말하면 전부 허락하는 것 같아서.태준은 밴드 포장을 벗기
آخر تحديث : 2026-07-20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