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복도는 다시 조용해졌다.나는 그 자리에 서서차갑게 식어가는 커피를 쥐고 있었다.그리고 그제야 알았다.정말 위험한 건,강태준이 나를 붙잡는 순간이 아니었다.아무 말 없이 물러서는 순간.그때 내가,따라가고 싶어진다는 거였다.나는 한참 동안 문 앞에 서 있었다.복도 불빛은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고,엘리베이터 표시등은 천천히 바뀌고 있었다.21에서 20으로.20에서 19로.숫자가 하나씩 낮아질 때마다,이상하게 가슴 한쪽도 같이 내려앉았다.멍청했다.정말 멍청했다.방금 전까지는 들어가라고 했다.밀어냈고,피했고,문을 닫으려고 했다.그런데 막상 그가 사라지니까나는 문 하나도 제대로 닫지 못하고 있었다.손에 든 커피는 이미 식어가고 있었다.아까는 따뜻했는데.조금 전까지만 해도강태준 손처럼 뜨겁게 느껴졌는데.나는 결국 문을 닫았다.철컥.도어락 소리가 났다.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겨우 숨이 나왔다.집 안은 어두웠다.나는 불을 켜지 않았다.커피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한참 바라봤다.편의점 컵커피.정말 별것도 아니었다.가격도 얼마 안 할 거고,맛도 그저 그럴 거고,내일이면 쓰레기통에 들어갈 물건.그런데 나는 그걸 쉽게 버리지 못했다.뚜껑 위에 끼워져 있던 영수증을 다시 펼쳤다.[ 마시고 자. ]짧고 못된 글씨.대충 쓴 것 같은데이상하게 강태준 같았다.말은 거칠고,행동은 엉망이고,사람 마음을 자꾸 제멋대로 흔들어놓는 사람.나는 그 종이를 손끝으로 꾹 눌렀다.접힌 자국이 깊었다.아마 급하게 썼을 거다.편의점 계산대 앞에서펜 하나 빌려서,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서한참 망설이다가.결국 이런 말밖에 못 썼겠지.마시고 자.겨우 그 한마디가왜 이렇게 사람을 흔드는지 모르겠다.나는 의자에 앉았다.커피 뚜껑을 열었다.김은 거의 사라졌지만아직 미지근했다.한 모금 마셨다.달았다.평소 같으면 너무 달아서한 모금 마시고 내려놨을 맛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Last Updated : 2026-07-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