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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열주의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30 챕터

21화. 숨길수록, 선명해지는 감정

뒤집혀 있던 휴대폰이짧게 다시 진동했다.툭.조용한 방 안에서그 작은 소리가 이상할 만큼 크게 울렸다.태준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그리고 아주 잠깐,표정이 굳었다.나는 불안한 숨을 삼켰다.“…태준아.”하지만 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아주 천천히,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밝아진 화면.[ 정우진 ]짧은 메시지 하나.태준은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봤다.그 조용한 침묵이 이상하게 더 숨 막혔다.그리고.태준이 아주 천천히 휴대폰을 다시 내려놨다.툭.화면 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나는 조심스럽게 태준 눈치를 살폈다.그런데 이상했다.방금 전까지숨 막힐 만큼 가까웠던 사람이.갑자기 너무 조용했다.태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나는 순간 당황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태준아?”낮게 부른 목소리.하지만 태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창가 쪽으로 걸어간 그가천천히 커튼 틈 사이를 바라봤다.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빛.그 뒷모습이 이상하게 낯설었다.그리고 잠시 후.태준이 아주 낮게 입을 열었다.“…오늘은 그만 가.”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멍한 얼굴로 태준을 바라봤다.방금 전까지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굴던 사람이.갑자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그게 오히려 더 불안했다.“…갑자기 왜 그래.”떨리는 목소리.하지만 태준은 쉽게 돌아보지 않았다.한동안 조용히 서 있던 그가아주 천천히 웃었다.전혀 웃는 얼굴은 아니었다.“…더 하면.”갈라진 낮은 목소리.“진짜 못 멈출 것 같아서.”숨이 멎었다.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준은 그런 나를 보지 않은 채천천히 창밖만 바라봤다.그 조용한 거리감이 이상하게 더 아팠다.결국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현관 앞에 멈춰 섰다.한 번만 돌아보면다시 무너질 것 같아서.끝까지 뒤돌아보지 못했다.철컥.문이 닫히는 순간.나는 깊게 흔들리는 숨을 삼켰다.•출근길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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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숨기려 할수록, 더 가까워지는 거리

순간 공기가 조용히 얼어붙었다.“…그 남자랑 같이 있었던 거예요?”정우진의 낮은 목소리가천천히 귓가를 눌렀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심장이 너무 크게 뛰었다.우진 시선은 여전히 내 목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나는 본능처럼 셔츠 깃을 더 끌어올렸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우진은 다 본 얼굴이었다.밤새 잠 못 잔 눈.흐트러진 숨.그리고 급하게 감추려는 표정까지.짧은 침묵.사무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키보드 소리만희미하게 이어졌다.나는 겨우 입술을 움직였다.“…무슨 말씀이세요.”우진이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그 조용한 시선이 이상하게 더 숨 막혔다.“어제 연락드렸는데.”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계속 안 받으셨잖아요.”나는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어젯밤.태준과 가까워졌던 거리.숨이 섞이던 순간.그리고—‘오늘은 그만 가.’갑자기 밀어내듯 돌아섰던 그 뒷모습까지.심장이 괜히 다시 흔들렸다.나는 급하게 정신을 붙잡았다.“…피곤해서 일찍 잤어요.”거짓말이었다.우진도 그걸 아는 얼굴이었다.하지만 그는 더 캐묻지 않았다.대신 아주 천천히 말했다.“…그래서 다행이네요.”나는 순간 눈을 들었다.우진 입매는 웃고 있었지만,눈은 아니었다.처음 보는 표정이었다.참고 있는 사람의 얼굴.그 순간.“한서윤 씨.”팀장이 멀리서 우진을 불렀다.짧은 정적.우진은 나를 바라보다가천천히 시선을 거뒀다.“…이따 다시 얘기해요.”낮은 목소리.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나는 그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봤다.이상하게 숨이 막혔다.⸻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나는 겨우 정신을 붙잡은 채회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그런데 자꾸만 집중이 안 됐다.계속 휴대폰 쪽으로 시선이 갔다.아무 연락도 없었다.강태준은 조용했다.그게 이상할 만큼 신경 쓰였다.어젯밤엔 그렇게 가까웠으면서.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람처럼.나는 괜히 입술을 깨물었다.그 순간.툭.책상 위로 작은 커피 캔 하나가 놓였다.놀라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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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가까워질수록, 숨길 수 없는 시선

조용한 눈빛.그런데 이상하게,그 침묵이 더 숨 막혔다.나는 뒤집힌 휴대폰 위로 손을 올렸다.심장이 너무 크게 뛰었다.우진은 그런 나를 한동안 바라봤다.그리고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중요한 연락인가 봐요.”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우진 시선은 여전히 차분했다.그런데 그 조용함이 이상하게 더 불편했다.나는 겨우 입술을 움직였다.“…아니에요.”거짓말이었다.하지만 우진은 더 묻지 않았다.대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짧은 대답.그런데 왜인지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나는 괜히 손끝만 만지작거렸다.그 순간.띠링.휴대폰이 다시 짧게 진동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본능처럼 화면을 손으로 덮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우진 시선이 아주 잠깐내 손 아래 휴대폰으로 향했다.짧은 침묵.그리고.“…계속 신경 쓰시는 것 같아서.”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우진은 작게 웃었다.아주 잠깐.그런데 이상하게,전혀 웃는 얼굴은 아니었다.“아까부터 표정이 계속 바뀌네요.”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틀린 말이 아니라서.우진은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천천히 시선을 거뒀다.“…죄송해요.”낮은 목소리.“괜히 부담드린 것 같네요.”나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그럼 다행이고요.”짧은 대답.그런데 이상하게,더 멀어진 느낌이었다.그 순간.툭.뒤집혀 있던 휴대폰이다시 한 번 짧게 울렸다.나는 결국 천천히 화면을 확인했다.[ 강태준 ]- 점심은 먹었어.숨이 막혔다.아무렇지도 않은 메시지 하나.그런데 이상하게 더 위험했다.우진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순간 심장이 세게 흔들렸다.나는 급하게 화면을 껐다.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짧은 침묵.그리고.“…다정하시네요.”우진이 아주 낮게 말했다.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우진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그 눈빛이 이상하게 조용했다.그래서 더 위험했다.“한서윤 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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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선명해질수록, 위험해지는 감정

나는 결국 끝까지 뒤돌아보지 못했다.등 뒤로 정우진 시선이 느껴졌다.조용한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 시선.심장이 불편하게 흔들렸다.자리로 돌아온 뒤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계속 휴대폰이 신경 쓰였다.[ 강태준 ]- 점심은 먹었어.짧은 메시지 하나.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숨이 막혔다.나는 결국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하지만 이미 늦었다.머릿속은 온통 강태준이었다.어젯밤.가까웠던 거리.숨이 섞이던 순간.그리고—‘우리 아직 안 끝났네.’미친 사람처럼 심장이 다시 흔들렸다.점심시간 내내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휴대폰만 뒤집어 놓은 채,자꾸 강태준 메시지가 신경 쓰였다.그런데도 이상하게정우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불편했다.⸻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사무실엔 사람도 거의 남지 않았다.나는 마지막 수정 파일을 정리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순간.툭.책상 위로 작은 종이봉투 하나가 놓였다.나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우진이었다.“…이건 뭐예요?”“약.”낮은 목소리.“아까 계속 머리 아파 보이셔서.”나는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우진은 여전히 차분한 얼굴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오늘은 그 조용함이 더 깊게 느껴졌다.“괜찮은데요.”“안 괜찮아 보이던데.”순간 어젯밤 태준이 했던 말이 겹쳐 떠올랐다.‘안 괜찮아 보이니까 그러지.’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급하게 시선을 피했다.“…감사합니다.”우진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한서윤 씨.”“…네.”“오늘은 집 가서 좀 쉬세요.”짧은 말.그런데 이상하게그 안에 더 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나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 순간.띠링.휴대폰 화면이 다시 짧게 밝아졌다.나는 무심코 시선을 내렸다가 그대로 굳었다.[ 강태준 ]- 데리러 갈까.심장이 세게 흔들렸다.하필.지금.우진 시선도 자연스럽게 내 손끝을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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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들켜버린 질투, 무너지는 거리

“…한서윤 씨.”정우진의 목소리가 조용히 내려앉았다.나는 그대로 굳은 채휴대폰만 세게 움켜쥐었다.창밖엔 아직도 강태준이 서 있었다.비를 그대로 맞은 채,천천히 이쪽만 바라보고 있었다.숨이 막혔다.우진은 그런 내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아주 조용히 다시 물었다.“…남자친구예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급하게 시선을 피했다.“…아니에요.”하지만 이상하게,변명처럼 들렸다.우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불편했다.마치 다 알고 있으면서도끝까지 묻지 않는 사람 같아서.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가방을 움켜쥐었다.“…먼저 들어가볼게요.”우진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히 들어가세요.”짧은 인사.그런데 이상하게그 말이 오래 남았다.나는 급하게 몸을 돌렸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정우진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1층 로비로 내려오자차가운 밤공기가 피부를 스쳤다.비 냄새.젖은 아스팔트.그리고—강태준.검은 셔츠 차림의 그가차에 기대선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태준은 그런 나를 보더니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왜 그렇게 늦게 내려와.”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나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일하고 있었어.”태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대신 아주 천천히내 뒤쪽 회사 건물을 바라봤다.그 시선 끝이 이상하게 불안했다.그리고 잠시 후.태준이 낮게 물었다.“…아까 그 남자.”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회사 사람이야?”나는 천천히 입술을 눌렀다.“…응.”짧은 대답.하지만 태준은 바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마치 무언가를 계속 떠올리는 사람처럼.나는 괜히 불편해졌다.“…왜.”그제야 태준 시선이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왔다.가라앉은 눈빛.그런데 이상하게,아까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오히려 더 조용했다.“계속 너 보고 있길래.”숨이 막혔다.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준은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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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멀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감정

정말 위험한 건,강태준이 가까워지는 순간이 아니라—내가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차 안 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나는 끝까지 창밖만 바라봤다.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이상하게 더 숨 막혔다.차는 어느새 집 앞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익숙한 거리.익숙한 불빛.그런데 이상하게,오늘은 전부 낯설게 느껴졌다.차가 천천히 멈춰 섰다.나는 바로 문을 열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철컥.손목이 붙잡혔다.심장이 세게 내려앉았다.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태준이었다.낮게 가라앉은 눈빛.그런데 이상하게,붙잡고 있는 손끝엔 힘이 거의 없었다.그게 더 위험했다.“…또 도망가려고.”갈라진 낮은 목소리.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손목을 빼내려 했다.“…안 도망가.”“근데 왜 자꾸 피해.”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태준은 그런 나를 한참 바라봤다.마치 끝까지 확인하려는 사람처럼.그리고 아주 늦게,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그 남자 때문이야?”숨이 멎었다.나는 본능처럼 시선을 피했다.그 순간.태준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낮고 거친 숨.그게 이상하게 더 불안했다.“한서윤.”갈라진 목소리.“너 지금 흔들리고 있잖아.”심장이 세게 흔들렸다.나는 애써 차갑게 말했다.“…그만해.”태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한동안 나만 바라봤다.조용한 눈.그런데 이상하게,그 시선이 더 숨 막혔다.나는 결국 먼저 시선을 피했다.그리고 바로 그 순간.태준 손이 아주 천천히 내 손목을 놓았다.나는 순간 이상하게 더 불안해졌다.태준은 고개를 숙인 채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젖은 머리칼 아래로흐트러진 숨만 조용히 들렸다.그리고 아주 늦게,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나 진짜 끝난 줄 알았거든.”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태준은 여전히 나를 보지 않은 채낮게 웃었다.그 웃음이 이상하게 더 아팠다.“근데 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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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멈추지 못한 숨, 가까워지는 현실

“…그러니까.”숨이 멎었다.“이제 그만 피해.”심장이 그대로 무너졌다.나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준 손끝이 아직도 내 뺨 위에 닿아 있었다.뜨거운 손.숨이 가까웠다.도망쳐야 하는데.이상하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태준은 그런 나를 한참 바라봤다.흔들리는 눈빛.처음 보는 얼굴이었다.나는 괜히 입술을 깨물었다.“…왜 이렇게까지 해.”겨우 꺼낸 목소리.태준이 아주 천천히 웃었다.이번엔 비웃는 웃음도,여유 있는 웃음도 아니었다.그냥—지친 사람 같은 얼굴.“나도 모르겠어.”갈라진 낮은 목소리.“근데 네가 자꾸 멀어지려고 하면.”심장이 세게 흔들렸다.태준 시선이 천천히 내 얼굴을 훑었다.그리고 아주 늦게,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진짜 미칠 것 같아.”숨이 막혔다.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준은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가천천히 손을 내렸다.닿아 있던 온기가 사라졌다.이상하게,그게 더 불안했다.나는 무의식적으로 손끝을 움켜쥐었다.태준은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그리고 아주 조용히 물었다.“…아직도 나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아니.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강태준이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걸.그리고 내가 그걸점점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정적이 길어졌다.현관 앞 공기마저숨 막힐 만큼 조용했다.태준이 아주 천천히 다시 가까워졌다.숨이 섞일 만큼 가까운 거리.나는 본능처럼 숨을 멈췄다.태준 시선이 천천히 내 입술 아래로 내려왔다.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한서윤.”심장이 세게 흔들렸다.“나 더 착한 척 못 하겠다.”숨이 멎었다.그 순간.태준 손이 아주 천천히 내 허리 가까이를 붙잡았다.깜짝 놀란 내가 숨을 삼켰다.하지만 밀어내지 못했다.태준 눈빛이 흔들렸다.참고 있던 감정이전부 무너지고 있는 얼굴이었다.그리고 바로 그때.띵.조용한 복도 안으로엘리베이터 도착 소리가 짧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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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밀어낼수록, 더 깊어지는 밤

“…근데 이제.”숨이 막혔다.“진짜 못 멈출 것 같아.”태준은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그 말만 남긴 채천천히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나는 그대로 현관 앞에 서 있었다.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젖은 공기가 안쪽으로 스며들었다.한참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방금 전까지내 허리 가까이에 닿아 있던 손.내 뺨 위에 머물던 온도.숨이 섞이던 거리.전부 아직 몸에 남아 있었다.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문을 닫았다.탁.문 닫히는 소리가이상하게 크게 들렸다.집 안은 조용했다.너무 조용해서,오히려 방금 태준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남았다.‘진짜 못 멈출 것 같아.’나는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현관에 기대섰다.심장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미친 것 같았다.분명 밀어냈는데.분명 들어가라고 했는데.왜 나는,그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붙잡고 싶었던 걸까.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그러면 안 됐다.이러면 안 됐다.우리는 이미 한 번 끝난 사이였다.끝났다고 믿었고,끝났기에 버텼고,끝났으니까 살아낼 수 있었다.그런데 강태준은자꾸 그 모든 시간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었다.하나도 안 끝난 사람처럼.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는 사람처럼.나는 천천히 거실로 들어갔다.불도 켜지 않았다.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젖은 유리창 위로도시 불빛이 흐릿하게 번졌다.나는 소파에 앉아휴대폰을 손에 쥐었다.아무 알림도 없었다.그게 다행인지,아닌지 모르겠어서 더 답답했다.태준은 연락하지 않았다.늘 그랬다.무너질 것처럼 다가와 놓고,어느 순간엔 너무 조용해졌다.그 침묵이 더 사람을 미치게 했다.차라리 화를 내면 나았다.차라리 붙잡으면 나았다.근데 강태준이 조용해지면,나는 늘 불안했다.그 사람이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그리고 내가무슨 마음인지 더 들킬 것 같아서.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런데 손끝이 자꾸 떨렸다.방금 밀어낸 건 태준이었는데,밀려난 건 나 같았다.⸻샤워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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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닫지 못한 문, 남겨진 온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복도는 다시 조용해졌다.나는 그 자리에 서서차갑게 식어가는 커피를 쥐고 있었다.그리고 그제야 알았다.정말 위험한 건,강태준이 나를 붙잡는 순간이 아니었다.아무 말 없이 물러서는 순간.그때 내가,따라가고 싶어진다는 거였다.나는 한참 동안 문 앞에 서 있었다.복도 불빛은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고,엘리베이터 표시등은 천천히 바뀌고 있었다.21에서 20으로.20에서 19로.숫자가 하나씩 낮아질 때마다,이상하게 가슴 한쪽도 같이 내려앉았다.멍청했다.정말 멍청했다.방금 전까지는 들어가라고 했다.밀어냈고,피했고,문을 닫으려고 했다.그런데 막상 그가 사라지니까나는 문 하나도 제대로 닫지 못하고 있었다.손에 든 커피는 이미 식어가고 있었다.아까는 따뜻했는데.조금 전까지만 해도강태준 손처럼 뜨겁게 느껴졌는데.나는 결국 문을 닫았다.철컥.도어락 소리가 났다.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겨우 숨이 나왔다.집 안은 어두웠다.나는 불을 켜지 않았다.커피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한참 바라봤다.편의점 컵커피.정말 별것도 아니었다.가격도 얼마 안 할 거고,맛도 그저 그럴 거고,내일이면 쓰레기통에 들어갈 물건.그런데 나는 그걸 쉽게 버리지 못했다.뚜껑 위에 끼워져 있던 영수증을 다시 펼쳤다.[ 마시고 자. ]짧고 못된 글씨.대충 쓴 것 같은데이상하게 강태준 같았다.말은 거칠고,행동은 엉망이고,사람 마음을 자꾸 제멋대로 흔들어놓는 사람.나는 그 종이를 손끝으로 꾹 눌렀다.접힌 자국이 깊었다.아마 급하게 썼을 거다.편의점 계산대 앞에서펜 하나 빌려서,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서한참 망설이다가.결국 이런 말밖에 못 썼겠지.마시고 자.겨우 그 한마디가왜 이렇게 사람을 흔드는지 모르겠다.나는 의자에 앉았다.커피 뚜껑을 열었다.김은 거의 사라졌지만아직 미지근했다.한 모금 마셨다.달았다.평소 같으면 너무 달아서한 모금 마시고 내려놨을 맛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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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묻어둔 밤, 다시 열린 이유

“그날 내가 왜 아무 말도 못 했는지.”철컥.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나는 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출근해야 했다.사람들은 로비를 지나가고 있었고,어딘가에선 자동문 열리는 소리가 났고,밖은 아직 덜 마른 비 냄새가 났다.근데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3년 전 그날.비가 오던 밤.내가 끝내고 싶다고 말했던 밤.아니.정확히는,끝내고 싶지 않아서 끝내자고 말했던 밤.그 밤을 강태준 입에서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나는 손끝에 힘을 줬다.괜찮은 척하려고 했는데,손이 먼저 들키고 있었다.떨렸다.아주 조금.근데 내 눈엔 너무 잘 보일 만큼.“아, 진짜…”작게 중얼거리고 나서야겨우 몸이 움직였다.출근길 내내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했다.근데 그게 더 안 됐다.생각하지 말자고 하면 할수록,기억은 더 선명하게 들러붙었다.비 오는 현관.젖은 구두 앞코.숨을 삼키던 나.끝까지 아무 말도 안 하던 강태준.그때 나는 정말 많이 기다렸다.한 번만.딱 한 번만.“가지 마.”그 말 하나면 됐다.그 말이면 나는 아마못 간 척,화를 내는 척,끝내는 척하면서도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았을 거다.근데 강태준은 끝까지 조용했다.그래서 나는 갔다.내가 먼저 버린 사람처럼.내가 먼저 끝낸 사람처럼.그런데 이제 와서,그가 그날을 꺼내겠다고 했다.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왜 이제 와서.왜 하필 지금.왜 내가 겨우 다 덮었다고 생각한 뒤에.⸻회사에 도착했을 때,정우진은 이미 자리에 있었다.나는 그를 보는 순간반사적으로 걸음을 늦췄다.우진은 모니터를 보다가내 쪽으로 시선을 올렸다.“…좋은 아침입니다.”평소랑 같은 말투였다.조심스럽고,정중하고,선을 넘지 않는.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게 더 불편했다.나는 괜히 가방끈을 고쳐 잡았다.“네. 좋은 아침이에요.”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멀쩡했다.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자리에 앉자마자 노트북을 켰다.메일함을 열고,자료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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