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가 왜 아무 말도 못 했는지.”철컥.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나는 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출근해야 했다.사람들은 로비를 지나가고 있었고,어딘가에선 자동문 열리는 소리가 났고,밖은 아직 덜 마른 비 냄새가 났다.근데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3년 전 그날.비가 오던 밤.내가 끝내고 싶다고 말했던 밤.아니.정확히는,끝내고 싶지 않아서 끝내자고 말했던 밤.그 밤을 강태준 입에서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나는 손끝에 힘을 줬다.괜찮은 척하려고 했는데,손이 먼저 들키고 있었다.떨렸다.아주 조금.근데 내 눈엔 너무 잘 보일 만큼.“아, 진짜…”작게 중얼거리고 나서야겨우 몸이 움직였다.출근길 내내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했다.근데 그게 더 안 됐다.생각하지 말자고 하면 할수록,기억은 더 선명하게 들러붙었다.비 오는 현관.젖은 구두 앞코.숨을 삼키던 나.끝까지 아무 말도 안 하던 강태준.그때 나는 정말 많이 기다렸다.한 번만.딱 한 번만.“가지 마.”그 말 하나면 됐다.그 말이면 나는 아마못 간 척,화를 내는 척,끝내는 척하면서도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았을 거다.근데 강태준은 끝까지 조용했다.그래서 나는 갔다.내가 먼저 버린 사람처럼.내가 먼저 끝낸 사람처럼.그런데 이제 와서,그가 그날을 꺼내겠다고 했다.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왜 이제 와서.왜 하필 지금.왜 내가 겨우 다 덮었다고 생각한 뒤에.⸻회사에 도착했을 때,정우진은 이미 자리에 있었다.나는 그를 보는 순간반사적으로 걸음을 늦췄다.우진은 모니터를 보다가내 쪽으로 시선을 올렸다.“…좋은 아침입니다.”평소랑 같은 말투였다.조심스럽고,정중하고,선을 넘지 않는.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게 더 불편했다.나는 괜히 가방끈을 고쳐 잡았다.“네. 좋은 아침이에요.”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멀쩡했다.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자리에 앉자마자 노트북을 켰다.메일함을 열고,자료를 확인
최신 업데이트 : 2026-06-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