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 บทที่ 41 - บทที่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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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설원 위의 반란

겨울 끝자락, 거센 눈보라 속을 뚫고 말을 탄 거란족의 긴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처음 계획했던 것은 이처럼 거창한 행렬이 아니었다.족장은 소수의 호위만 거느리고 조용히 조선을 찾을 생각이었다.하지만 부족장들과 장수들은 하나같이 그의 뜻을 만류했다.“조선의 초청이라 하나, 족장께서 너무 적은 인원으로 움직이시는 것은 지나치게무방비합니다.”“만일 변고라도 생긴다면 부족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그들의 거듭된 간언 끝에 결국 족장도 뜻을 굽혔고,그렇게 수백 기의 기마병이 호위하는 거대한 행렬이 조선을 향해 길을 나서게 되었다.“그래. 조선에서는 누가 변방에서 우리를 맞이하기로 했더냐?”두꺼운 모피를 걸친 족장이 말 위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의 곁을 나란히 달리던 부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금성대군이라 합니다.”족장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금성대군이라….”“조선의 왕도 사람을 보는 눈은 있는 모양이군.”“그 대군이라는 자가 북방을 여러 차례 드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예, 족장님.”“명나라를 오가는 길에도 여러 번 북방을 거쳤다고 합니다.”“덕분에 우리 풍습과 언어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소문입니다.”족장은 낮게 웃었다.“그렇다면 이번 길이 조금은 재미있겠군.”“헌데 아까부터 몇몇 부족장들의 부하들이 묘한 낌새를 보이고 있습니다.”족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낮게 웃었다.“그래. 나도 보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행렬 뒤편을 훑어본 뒤 나지막이 말했다.“역시 각 부족장 곁에 우리 사람을 심어 둔 것이 옳았군.생각보다 일찍 꼬리를 드러내는 자들이 있구나.”그러고는 족장은 말의 고삐를 힘껏 당겨 걸음을 멈추게 했다.천천히 뒤를 돌아본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잠시, 쉬도록 하자.갈 길이 멀더라도 사람과 말 모두 숨을 돌려야 하지 않겠느냐.”족장의 명이 떨어지자 거란의 기마병들은 하나둘 말에서 내렸다.누구 하나 큰 소리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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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새로운 변수

‘휘이이익—’거센 눈보라가 두 세력 사이를 세차게 휘몰아쳤다.설원 위에는 칼끝만큼이나 차가운 침묵이 내려앉았다.그 침묵을 먼저 깨뜨린 것은 바르칸이었다.“이미 눈치채셨습니까?”“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지.”바르칸은 말없이 칼을 고쳐 잡았다.그리고 족장을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그렇다면 더는 물러설 수 없군요. 죽이겠습니다.”바르칸이 순식간에 눈을 차올리듯 달려들었다.그의 칼이 눈발을 가르며 족장의 목을 향해 떨어졌다.‘카앙!’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설원을 울렸다.족장은 몸 하나 비틀었을 뿐이었다.바르칸의 칼은 허공만 갈랐다.‘카앙!’‘카앙!’세 번째 검이 부딪히는 순간.족장의 칼이 바르칸의 손목을 강하게 쳐냈다.바르칸의 검이 허공을 돌며 눈밭에 꽂히더니어느새 족장의 검끝이 바르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이 정도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바르칸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그 모습을 차갑게 내려다본 족장은 천천히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뒤편의 상황도 이미 대부분 정리되어 있었다.반란을 일으킨 자들은 승패가 갈렸고, 살아남은 자들은 하나둘 무릎을 꿇고 있었다.“쿠란.”“예, 족장님.”“정리가 끝났다면 죽은 자들은 한곳에 모아 화장하고, 살아 있는 자들은 모두포박해 본영으로 보내라.”여기까지 얘기한 족장은 무릎을 꿇은 자들을 무심 바라보고는 말을 이어갔다.“내가 돌아갈 때까지 한 사람도 놓치지 말고 감시하도록.”“명을 받들겠습니다.”쿠란은 깊이 고개를 숙인 뒤 족장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족장은 말없이 자신이 머물 천막으로 걸음을 옮겼다.천막 안으로 들어선 그는 손등에 묻은 핏자국을 천으로 천천히 닦아냈다.그리고 잠시 눈을 감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해할 수 없군.다른 자도 아닌 바르칸이 나를 치려 한 이유가 무엇이지?바르칸 정도의 인물이 아무런 배경도 없이 저런 무모한 짓을 벌일 리 없다.누군가가 등을 떠밀었거나… 약속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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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북방의 사신, 조선에 들다

며칠을 쉼 없이 달려온 끝에 거란족의 행렬은 마침내 조선의 변방에 이르렀다.끝없이 펼쳐진 설원 너머로 낮은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었고, 성벽은 높지 않았지만 국경을 지키는 병사들의 창끝은 매서운 겨울바람만큼이나 날카로웠다.바람은 메마른 벌판을 훑으며 눈가루를 하늘 높이 흩날렸고, 멀리 봉수대에서는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변방은 화려하지 않았다.그러나 그 적막함 속에는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이 스며 있었다.성문 위에서는 병사들이 거란족의 긴 행렬을 숨죽인 채 바라보고 있었다.수백 기의 기마병이 눈보라를 가르며 다가오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회색 물결이 설원을뒤덮는 듯했다.긴장한 병사들의 손에는 어느새 땀이 배어 있었지만, 누구 하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그때, 성문 앞에 늘어선 조선의 군사들 사이로 한 사내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두터운 모피를 걸쳤음에도 당당한 기세는 조금도 가려지지 않았다.그는 단 한 번 거란족의 행렬을 훑어본 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조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자네가 북방에서 우리를 맞이하기로 했다는 금성대군인가?”족장이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묻자, 금성대군은 예를 갖춰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예, 맞습니다.”족장은 금성대군를 천천히 훑어본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자네 얘기는 오는 길에 내 부하에게 미리 들었네.북방의 풍습과 사정을 제법 잘 안다지?”“예,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금성대군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답했다.“조선의 궁에 당도하실 때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금성대군의 차분한 대답에 족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군.그대의 그 능력, 한번 기대해 보겠네.”'음... 공손하기는 하군.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낮추지는 않는군.겸손 속에서도 자신만의 기세는 감추지 않는다.'금성대군은 자신의 말에 올라타 고삐를 잡았다.그가 천천히 말을 움직이자, 거란족 사신단 역시 차례로 행렬을 이루며 뒤를 따르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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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움직이는 그림자

허름한 주막 뒤편.기름등 하나가 희미한 불빛을 내뿜는 방 안에는 서너 명의 사내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있었다.방바닥에는 엽전과 몇 냥짜리 은전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술 냄새와 담배 연기가 뒤섞여 방 안을 가득메우고 있었다."한 판 더!""이번엔 내가 가져간다!"사내들은 쌍륙패를 굴리거나 투전패를 내던지며 고함을 질렀다.이긴 자는 술잔을 높이 들고 웃었고, 진 자는 욕설을 내뱉으며 엽전을 다시 끌어모았다.문가에는 칼을 찬 장정 둘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혹시라도 포졸이 들이닥치면 바로 사람들을 흩어 보내기 위해서였다.“누구시오? 노름하러 온 거요?”삿갓을 눌러쓴 사내가 문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장정들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며 물었다.사내는 말없이 삿갓을 벗었다. 그리고 품속에서 호패를 꺼내 잠깐 보여 준 뒤, 엽전이 묵직하게 담긴 주머니 하나를장정의 손에 쥐여 주었다.“이건 착수금이다.”장정의 눈빛이 달라졌다.사내는 목소리를 한층 낮추었다.“안에 들어가 싸움깨나 하는 왈자패 몇을 골라라.며칠 안으로 거란족 사신단이 이 길을 지나간다. 그때 어떤 식으로든 시비를 걸어라.”내의 말에 장정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싸움만 벌어지면 된다.일이 끝나면 약속한 돈의 두 배를 주겠다.”'두 배.'그 한마디에 장정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좋소. 하지만 상대가 다른 이도 아니고 거란족 사신단이오. 일이 커질 수도 있으니, 두 배를 주겠다는 약속만은꼭 지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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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평온 뒤의 그림자

금성대군은 음식을 먹는 내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하루빨리 이 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이 주막은 북방을 오갈 때마다 여러 번 들렀던 곳이었다. 지금까지는 오늘처럼 괜한 시비를 거는 손님이 나타난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일부러 이곳을 사신단의 식사 장소로 정한 것이기도 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소란이 벌어진 탓에 주막 안의 분위기는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혹시라도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금성대군은 슬며시 거란족 사신단을 바라보았다.이번에는 족장이 말렸다고 해도, 부하들까지 끝까지 참아 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자칫 작은 다툼 하나가 조선과 거란 사이의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다.“입에 맞지 않소?”“예?”금성대군의 굳은 표정을 눈치 챘는지 족장이 먹던 음식을 놓고는 굳은 얼굴의 의중을 묻자얼른 굳은 얼굴을 바꾸고는 음식을 마저 먹었다.아까 일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시오.”족장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나도 거란의 족장이 되기 전에는 북방의 작은 부족에서 말을 몰고 짐승을 사냥하며 살아가던 사람이었소.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지금은 이렇게 수많은 부족과 병사들을 이끌고 있지만 말이오.”뜻밖의 말에 금성대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이곳 변방의 백성이었다고...?'족장은 그런 금성대군의 표정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런 표정을 짓는 것도 무리는 아니오.”“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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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저잣거리의 칼끝

변방을 벗어나자 풍경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끝없이 이어지던 설원 대신 연둣빛 새싹이 돋아난 들판이 펼쳐졌고, 길가의 나무에는 작은 꽃망울이 하나둘 피어오르고 있었다.겨우내 움츠렸던 대지가 천천히 숨을 돌리는 듯했다.변방에서 두터운 모피를 걸쳤던 백성들 대신, 이곳 사람들은 한결 가벼운 옷차림으로 길을오가고 있었다.“족장님, 조선 땅은 참 신기합니다. 변방에 있을 때만 해도 우리 거란처럼 눈으로 뒤덮인 황량한 벌판이었는데, 보십시오. 벌써 저렇게 연둣빛이 올라오고 있습니다.”족장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 뒤 담담히 말했다.“원래 조선은 지역마다 계절의 차이가 크다고 들었다. 그러니 너무 놀랄 것은 없다.”쿠란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족장을 바라보았다.“조선에 대해서도 제법 알고 계시는군요.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진다는 것까지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족장은 옅게 웃었다.“별것 아니다. 어릴 적 변방 백성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일 뿐이다.원래 내가 이것저것 궁금한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지.”앞서 말을 몰던 금성대군은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귀에 담았다.'역시 예사 인물이 아니다.''보기보다 식견이 넓고, 사람을 다루는 법도 안다.거기에 호기심까지 많다…. 이 사람이라면 조선을 적으로만 보지는 않을 수도 있겠군.'금성대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전하… 어쩌면 거란의 족장은 조선에 있어 예상보다 훨씬 든든한 패가 되어 줄지도모르겠습니다.'“이제 여기서 조금만가면 저잣거리가 나옵니다. 거기서 마지막으로 여독을 풀고 가면될 뜻 한데 어떻습니다.”금성대군이 말을 족장 옆으로 살짝 옮긴 후 족장에게 의견을 묻자 족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도록 하지”반시경을 더 가니 나온 저잣거리는 시장통과 맞물려 있어 꽤나 씨끌벅쩍한 곳이었다.그래서인지 거란족 사신단의 구경거리도 제법 있는 곳이라 다들 구경하기 바빴다.“여기 저잣거리는 다른 곳과 다르게 시장 활성화 제법 잘 된 곳이라 좀 복잡해 볼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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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거짓이 붙기 전에

저잣거리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자, 낮에 거란족 사신단에게 시비를 걸었던 왈자패들이 하나둘 외진 골목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곳에는 낮에 문지기 장정들에게 돈을 건네며 일을 맡겼던 삿갓 쓴 사내가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시킨 대로 거란족 사신단을 확실히 도발했습니다."왈자패 두목이 낮게 말했다."다만 끝에 정체 모를 스님들이 나타나 일을 막았습니다.그건 괜찮은 겁니까?"사내는 담담하게 웃었다."상관없다.호법승이라 해도 결국 승려다. 함부로 사람을 해치거나 먼저 칼을 휘두르지는 못한다.그들의 계율이 스스로를 묶고 있으니.“"그럼 우리 일은 끝난 겁니까?"문지기 장정이 묻자 사내는 품속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아직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오늘 낮 저잣거리에서 벌어진 일을 이 벽보에 적어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마다 붙여라.“그 말에 왈자패 두목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거드름을 피웠다.“좋습니다.헌데 이번 일까지 하면 품삯은 더 얹어 주는 거겠지요?”사내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너희가 한동안 노름판을 전전하지 않아도 될 만큼은 챙겨 주지.”그 말에 왈자패 두목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그는 두루마리를 품속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소.그 약속, 꼭 지키시오.”사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다시 삿갓을 깊숙이 눌러쓴 그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의 모습이 골목 끝으로 사라지자 왈자패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가자.오늘 밤 안에 저잣거리 곳곳에 이 벽보를 붙여 버리자.”그들은 두루마리를 품에 감춘 채 사람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저잣거리와 주막 입구를향해 흩어졌다.그리고 몇 초 뒤.골목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호법승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연장자인 스님이 말없이 손짓을 하자 호법승들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그들은 서로 다른 골목으로 흩어져 조금 전 왈자패들이 사라진 방향을 뒤쫓기 시작했다.발걸음은 바람 소리에 묻힐 만큼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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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거짓이 한양을 뒤덮다

-수양대군의 집 사랑채-사랑채에는 등잔불만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문밖에는 심복 무사들이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었고, 방 안에는 수양대군을 중심으로 대신 몇 명이 둘러앉아 있었다.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못한 채, 무거운 침묵만이 방 안을 메우고 있었다.“다들 와 주어 고맙네.”수양대군은 둘러앉은 대신들을 천천히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오늘 자네들을 부른 이유는 거란족 사신단 맞이하는 일 때문이네.”그 말에 대신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그 일이라면 이미 금성대군이 전하의 명으로 변방으로 가지 않았습니까”한 대신이 조심스럽게 묻자, 수양대군은 말없이 품속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그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왕께 올릴 상소문일세.”대신이 두루마리를 펼치자 수양대군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번 거란족 사신단을 궁에서 맞이할 사람은 금성대군이 아니라 나, 혹은 자네들 가운데한 사람이 되어야 하네.수양대군의 말이 끝나자 사랑채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대신들은 서로의 얼굴을 힐끗 바라볼 뿐,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이윽고 수양대군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대신 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대군마마의 뜻은 충분히 헤아리겠사옵니다."그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두루마리를 내려다보았다."허나 그 일이 어디 그리 쉽겠사옵니까.""이미 금성대군께서 변방까지 나가 거란족 사신단을 맞이하고 계십니다.사신단 또한 금성대군의 얼굴을 익혔을 터이니, 지금 와서 접대하는 사람을 바꾸려 한다면오히려 의심을 사 자칫 거란족이 조선을 불신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수양대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그래서 자네들을 부른 것이네.금성대군이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그리고 물러나게 할 명분은 내가 만들었네”“그게 무엇입니까?”“백성들의 눈과 입을 이용한 것이네.”수양대군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아마 지금쯤 저잣거리 곳곳에는 벽보가 붙고, 그 내용을 본 백성들이 소문을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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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거짓의 배후

저잣거리로 들어선 쿠란은 모화관에서 느꼈던 이질적인 분위기를 다시 한번 마주했다.백성들은 그를 스쳐 지나가면서도 곁눈질을 했고, 누군가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였다.'이상하다….'변방에서는 이런 시선을 보내는 자가 없었는데.쿠란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하지만 그의 눈과 귀는 이미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소문을 좇고 있었다.몇 분을 더 걷던 쿠란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을 발견했다.그곳은 한양에서도 제법 규모가 큰 주막 앞이었다.쿠란은 아무렇지 않은 척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순간 멎었다.백성들은 그를 한 번 훑어본 뒤, 마치 피해야 할 사람이라도 되는 듯 슬그머니 양옆으로 몸을 비켰다.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쿠란은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던 담벼락에는 커다란 벽보 한 장이 붙어 있었다.‘무슨 글이지…?’쿠란이 담벼락에 붙은 벽보를 한참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옆에서 백성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저게 오늘 붙은 벽보라더라.”“거란족 사신이 조선 사람을 죽일 뻔했다잖아.”“그래서 다들 저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거지.”쿠란의 눈빛이 서서히 차갑게 가라앉았다.그 순간 쿠란의 머릿속에 저잣거리에서 시비를 걸던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이유도 없이 길을 가로막고, 거란족 사신단을 향해 끊임없이 모욕을 퍼붓던 모습.그때는 단순한 취객의 행패인 줄 알았다.하지만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처음부터 우리를 모함하려 했던 것이었군.거란족 사신단을 흉악한 오랑캐로 몰아세우려는 계략이었다.'쿠란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분노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올랐고, 주먹을 쥔 손등에는 힘줄이 불끈 솟아올랐다.그는 벽보를 거칠게 담벼락에서 뜯어냈다.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골목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족장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쿠란은 벽보를 움켜쥔 채 서둘러 모화관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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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반격의 첫걸음

-편전-편전 안에는 대신들의 모습 대신, 그들이 올린 상소문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그리고 그 상소문을 하나씩 읽어 내려간 단종의 표정은 사뭇 어두워졌다."하나같이 같은 말뿐이구나. 거란족 사신단을 맞이할 사람을 바꾸라니.""전하, 상소문뿐만이 아니옵니다. 유보되었던 부원군 심문도 다시 진행하려는움직임이 있습니다."내시의 말에 굳어 있어 있던 단종은 자리에서 일어나 약간 격양된 표정으로 바뀌었다."무슨 말이냐? 유보된 심문을 누가 다시 꺼냈단 말이냐!""어젯밤 한명회가 직접 찾아와, 부원군 심문을 다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하옵니다.“단종은 내시의 입에서 '한명회'라는 이름이 나오자 곧바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수양대군.언제나 그의 곁에서 계략을 꾸미고, 온갖 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자가 바로 한명회였다.그런 한명회가 갑자기 움직였다면, 그 뒤에는 분명 수양대군이 있을 터였다.단종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조용히 물었다."금성대군과 거란족 사신단은 어제 모화관에 도착했다고 했지?""예, 전하. 그리 전해 들었습니다.““금성대군에게 전해라 궁으로 잠시 들어오라고”“예 전하”단종의 뜻을 전하러 내시가 나간 지 한 시각쯤 지났을 무렵,내시가 다시 편전으로 들어와 고했다."전하, 금성대군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들라 하라."잠시 뒤 편전으로 들어선 금성대군의 얼굴은 단종 못지않게 굳어 있었다."전하. 안 그래도 긴히 아뢸 말씀이 있어 찾아뵈려던 참이었습니다."단종은 금성대군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물었다."혹… 수양대군의 일 때문이오?““예, 전하.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놀라운 사실이라니?”단종의 되물음에 금성대군은 잠시 뜸을 들였다.“전하께서 전에 말씀하셨지요.”“수양대군이 거란과 다량의 무기를 거래했을지도 모른다고….”“어쩌면 그 짐작이 사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단종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또 다른 증좌가 나온 것이오?”금성대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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