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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의 첫사랑의 아이: Chapter 41 - Chapter 50

78 Chapters

41화

현 회장은 특이한 취미가 있었다. 유럽 출장을 가면 여러 골동품 가게에서 도자기 인형을 사 모았다.유리 장식장에 모아둔 도자기 인형 중에는 하얗고 반짝이는 소녀 도자기가 있었다.“고모님, 여기 있던 도자기 인형 어디 있어요? 피루엣 하던 발레 소녀.”“그러게. 그것만 없어졌어.”“아, 달라고 하려 했는데요. 찾으시면 저에게 주시겠습니까?”“그거 현 회장님 거야.”최강현은 서운한 눈으로 장식장에서 걸음을 뗐다. “갑자기 왜 왔어?"“고모님, 전에 윤세나하고 한 약속 그냥 넘기셔도 되나요?”“회사 운영 잘해서 자기네도 좋을 텐데 뭐라 하겠어?”“저야, 뭐. 상관없으니까요.”“지난번에 말한 아가씨하고는 만나나?”“아뇨, 혹시 연애 시작할 때 고모님이 방해하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드린 말씀이고요.그냥 좀 마음에 드는데, 관심은 있으니 약속 어기시면 안 됩니다.”사실은 진짜 사귀어 볼까, 현에단을 괴롭힐까 고민하던 중이었다.연애한 여자들은 많았지만, 사랑이 별로 재미있지는 않았다. 잠자리까지 하고 나면 결혼하자고 해서 그것도 피하는 중이었다. 결혼은 자신이 정할 수가 없으니 말만 꺼내도 피곤했다.친모가 별것도 없는 유부남에게 매달려 인생이 꼬인 것도 사랑 때문이었고, 자기 입양을 망친 것도 사랑 때문이라고 했다.‘그런 사랑으로 아들을 위해 희생했어야지.’[150만 원 입금]최강현은 친모에게 돈을 부쳤다. 돈은 더 줄 수 있지만 150만 원은 자신이 정한 마음의 한도라고 생각했다.더는 늘릴 수가 없었다.한도가 거기까지였다. 더 달라고 하면 줄여서 보냈다.‘사랑하면 돈을 줘야 하는 건가. 엄마니까.’‘나를 버린 엄마에게 기본값이라도 하니 그 정도면 된 것이겠지.’… 지하 매장에서 연한 갈색 머리색의 인형과 닮은 피루엣을 하는 여자를 보았다.인형처럼 아름답고 신기했다. 다시 데스크에서 만났을 때는 더 비슷해 보였다. 언젠가 다시 보겠지 생각했고, 노래 하는 모습에는 감탄이 나왔다.‘고모한테야 혹시 연애하면 방해할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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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셀레나의 커피는 향기로웠다.‘상사와 차 마시는 것도 비서의 업무인가?’다니는 최강현이 이전과 뭔가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식당에서 만났던 그는 다니가 보아 온 남자들의 흔한 플러팅을 했다.다니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달랐다.‘그럼, 상사로서 대하는 건가?’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보던 최강현이 다니를 보며 웃었다.“또 그런 눈을 하고, 하하.”다니는 자기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것을 오해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지만, 상사로서의 최강현 앞에서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안 잡아먹으니 커피나 마셔요. 나 지금 올라온 스케줄 보고 있으니까.”최강현이 웃지 않으려 애쓰며 미소를 지었다.“네.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다니는 숨을 들이마시고 소리 나지 않게 긴장하지 않은 척 라테 잔에 그 숨을 다시 내쉬었다.‘후’뜨거운 커피를 부는 척 입술을 오므리고 눈을 굴리는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햐, 도자기 인형처럼 반짝이네. 그래도 고민 좀 해 보자. 내가 원하는 것이 현민호 괴롭히는 건지, 너인지. 살다가 반할 뻔한 여자가 생기다니. 아니 잠시는 반했는지도 모르지.’‘나는 그냥 신입사원이야. 플러팅은 아니니 다행이라 생각하자. 그냥 버티는 거야.’“다니엘 씨, 행사에 참여할 만한 의상 있어요? 다음 주 화요일에 CK홀딩스에서 투자한 벤처기업 오프닝에 가줘야 해요.”핸드폰을 보며 최강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재미있는 행사가 되겠네.’“금요일 저녁에는 아이 보시는 분에게 미리 부탁하셔야겠네요. 소아암 환자를 위한 모금 행사가 있습니다.”“네. 모금 행사에 비서인 제가 갑니까? 서정은 씨가 계셔서요.”“상사가 정하는 대로 하는 겁니다. 앞으로 의미 없는 질문은 하지 마십시오. 옷은 화려한 것은 안 되고, 적당한 의상이 필요한데 플로렌스 매장에서 고르세요. 회사 옷 홍보니까 잘 골라요. 내 옷도 골라주고 회사 옷으로.”“네.”“이제부터 10분만 앉아 있어요. 더 질문 말고. 자주 이렇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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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현민호는 목에 수건을 두르고 객실에서 나왔다.그는 즐겨 입는 슬리브리스와 쇼츠 차림이었다.시내의 호텔이라 야외 수영장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피트니스로 들어갔다.다니의 엄마는 그녀의 기억 속에서 좋은 분이었던 것 같았다.하지만 최민주 여사는 그렇지 않았다.러닝머신에서 속도를 올리며 뛰기 시작했다. 수술 후 천천히 러닝 시간을 늘려 왔다. 이제는 15분까지 올라왔다.혹시 엄마가 친엄마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현민호를 뒤덮었다.엄마는 말할 때마다 자신을 죄인 취급하고 얼굴값을 한다고 말했다. ‘얼굴값이라… 흉터 생겨서 좋으시겠네.’친구 어머니들은 자신을 잘생겼다며 칭찬해 주시고 식당에 가면 서비스를 받았다.유학 가서 커피 마시려고 줄을 서면 대신 사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들 칭찬하는데 엄마는 늘 얼굴값 하지 말라고 했다. ‘대체 얼굴값이 뭔데?’이 여자 저 여자 만나는 최강현은 뭐라고 하지 않았다.그러면서도 행사가 있을 때는 미용실까지 데려가 꾸미게 했다.‘아빠 닮아 얼굴값 하는 꼴은 못 보겠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아버지는 바람 한 번 안 피우고 왜 저런 소리를 듣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에어컨이 틀어져 있어도 땀이 흐른다. 달리다 보면 다 잊을 수가 있었다. 속도를 높이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고통스럽다.’현민호는 수술한 옆구리에서 통증이 올라왔다.땀을 흘린 채 의자에 앉았다. 허리를 구부리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왜 잘생겼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잘못한 것처럼 말이 막히게 되는 거지.’‘내가 뭘 잘못했는데.’격한 운동으로 엔도르핀이 솟는 것과 동시에 흉곽에 통증이 올라왔다. 그 순간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하, 가스라이팅이었네.’‘이걸 이제야 알다니…’...윤세헌이 피트니스 한쪽에서 현민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델까지 되고 사생활도 문제라는 찌라시가 돌았었다. 하지만 그는 과음도 하지 않고 몸 관리하는 모습이 건전해 보였다.자기 어깨에 닿았던 큰 손은 대화를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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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다니는 플로렌스의 넓은 회색 바지와 흰색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비교적 저렴하고 세일 기간으로 들어간 여름 상품이었다.서정은도 옷을 찬찬히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단정하지만 세련되고 좋은데요. 좀 비싼 거 고르시지.”‘너무 마음에 들어.’리테일팀에서 행사 착장용으로 제공되는 것이고, 곧 재고로 넘어갈 물건이라며 그냥 입으시라고 말했다.옷을 받은 봉투에는 예쁘게 입으시라는 편지를 동봉해 주었다.얼마 만에 새 옷인지 다니가 예쁜 척 입꼬리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신다니엘 사원, 디자인 부서에서 인수 누락에 대한 확인 요청이 들어왔습니다.]출근한 지 얼마 안 돼서 받은 호출에 다니는 비상구를 통해 14층으로 내려갔다.새로 정비된 비서실에는 업무용 책상이 두 개가 놓였다. 임 주임이 반기며 일어섰다.“친구가 일찍부터 기다리네.”임 주임이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집무실 방향으로 돌리며 장난기 서린 눈을 떴다.남들 연애도 관심이 많은 임 주임은 이 상황이 흥미진진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어차피 비서는 한쪽에 서야 하고 임 주임은 현 본부장을 택했다. 포장까지 한 고급 마스크 시트를 첫 출장 선물로 사다 주었다.어린 본부장의 귀여운 입막음에 웃음이 났다. “난 탕비실 좀 다녀올게. 나갈 때 문자 해.”다니가 큰 눈을 굴릴 때마다 그 눈이 착하고 예뻐 보여서 임 주임은 애와 여자를 버린 인간은 미친놈일 거라고 생각했다.임 주임이 나가자마자 집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다니야.”현민호가 구겨진 와이셔츠 차림으로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발치에 캐리어가 공항에서 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다니엘은 저 품에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행사에 입고 갈 옷이 걱정되었고 최 본부장은 세심한 사람이라 옷차림 하나도 긴장해야 했다.‘첫 공식 행사인데 잘해야 해. 하지만 민호가 오라고 하는데…’현민호의 팔이 허공에서 주먹을 쥐고 팔꿈치를 접었다. 갑자기 운동하는 듯 팔을 움직이다 돌아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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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장 실장은 예술의전당 앞에서 차를 세웠다.그는 최강현이 아닌 다니의 차 문을 열어 주었다.“감사합니다. 장 실장님. 그런데 저희 골든비트 오프닝 가는 것 아니었나요?”“다니엘 씨, 서정은 씨에게 이미 일정 다 주었고 변경 사항은 스스로 확인해야지요.나중에 다시 말합시다. 최 전무님이 여비서들을 처음 두셔서 참으시는 것 같은데 일 못하는 것은 그냥 안 넘어가십니다.”“네, 죄송합니다. 그리고 차 문은 제가 열고 닫을게요.”다니는 최강현이 CK홀딩스 전무 자격으로 이곳에 온 것임을 확인하고, 예술가 지원 경영인 모임으로 따라 들어갔다.골든 비트의 오프닝 행사는 5시였다. 이 역시 CK홀딩스 전무의 자리였다.최 전무의 서류백을 들고 자신의 가방을 크로스로 맸다. 반걸음 뒤에서 그를 따라가며 인사를 시키면 인사를 하고 다시 물러났다.허기도 올라와 뭐 좀 먹고 싶기는 한데 그는 여전히 인사 중이었다.“최강현 전무님.”“어, 리나야. 못 본 새 예뻐졌다.”다니는 순간 자신이 이상했다. 긴 검은 생머리가 찰랑거리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리받는 느낌의 젊은 여자가 부러웠다.자신도 저렇게 빛나던 적이 있을까.스물셋에 임신하고 그 뒤로, 미혼모로 사랑도 못 받고 버텨온 시간이 서글펐다.남과 비교한 적 없이 살아왔는데 왜 이런 마음이 들까. “못 보던 언니네요. 상무님이 좋아하는 분인 거죠?”다 들리게 속삭이는 두 사람을 보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았다. 고등학생 시절처럼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아니, 내 비서야.”“아, 너무 예쁜 언니라 의심되네요.”“다니엘 씨, 배고플 텐데 식사해요.”다니는 인사를 하고 접시를 들며 메뉴를 살펴보았다. ‘그래. 뭐 있나 보자.’빨리 배부른 음식으로 먹고 나가려고, 다니는 흰밥과 갈비 몇 조각 그리고 작은 케이크 조각을 한 접시에 담았다.원래 다니도 이런 식으로 먹지는 않지만 빨리 먹고 카페인을 공급해야 했다. 화장실가서 양치하고 대기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다니는 골라 담은 접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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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다니는 장 실장에게 받은 티켓으로 좌석을 확인했다.“자리 잘 확인해서 안내하고 의자 깨끗한가 확인하세요. 공연 예절 잘 지키고. 다 알겠지만 확인하는 겁니다.”“네. 알겠습니다.”좌석은 1층 중앙의 좋은 위치였다.‘비서란 이런 일이었구나.’핸드폰이 울리자, 즉각 받으라는 장 실장의 말이 떠올랐다.빨리 받으려다 손이 미끄러져 조금 늦게 받고 말았다.다행히 최 전무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말은 없었다.“네, 전무님.”-어딘가요?“공연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십 분 뒤에 갈게요.다니는 복도에 서서 최강현을 기다렸다. 십 분간 좌석 번호를 외우고 계속 제자리에 서 있었다. 나이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닌데, 최강현은 속을 알 수 없는 전형적인 사업가의 눈을 가졌다. 민호의 눈이 깊어 보기가 쉽지 않았다면 최강현은 마음이 읽힐까 보기 쉽지 않았다. 자신에게 조금 플러팅한 행동들이 이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오히려 그때는 편했는데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 같았다.‘이 사람은 나에게 뭘 바라고 그런 행동을 했던 거지.’“전무님,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말투가 너무 딱딱한데 하던 대로 해요.”“네. 알겠습니다.”그동안 나를 배려해 준 사람들의 도움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의식해서 하려니 쉽지 않았다.게다가 오늘은 약이 듣지 않은 것인지, 보라 때문인지, 부러운 여자 때문인지 마음이 계속 이상했다. ‘정신을 차리자. 한 달은 버텨보자.’“전무님, 이쪽입니다.”좌석을 확인하고 최 전무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남을 돌보고 서로 챙기는 것은 다니가 좋아하는 일이었다.하지만 최 전무의 비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나 회사 관둘까. 디자이너로 못 간다면…’“전무님, 이 줄로 들어가시면 됩니다.”최강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자리에 앉았다.“앉아요.”최강현은 좌석 의자를 손으로 털어주며 다니를 올려다보았다.“또 그런 눈으로, 회색 바지라 의자 좀 털어 준 거예요.”“네, 감사합니다.”다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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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다니는 공연이 끝나기 10분 전 공연장 앞에서 최 전무를 기다렸다. 머리도 다시 빗고, 화장도 다시 했다.“몸 좀 어때요?”뒤에서 최강현의 목소리가 들렸다.“이제 좀 괜찮습니다. 최 전무님, 왜 그쪽에서 나오세요?”“그렇게 됐네요. 가죠.”앞서서 걸어갔던 최강현이 갑자기 돌아섰다.가까운 거리에서 맞닥뜨린 그는 눈빛이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다니엘 씨, 혹시 변호사 필요하면 말해요. 회사 법률 지원 변호사 소개해 줄 테니까. 비용 걱정하지 말고.”다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최강현이 미간을 찌푸렸다.“누가 잡아먹냐니까. 또또.”말은 그렇게 했지만 젖은 눈이 굴러가는 모습이 인형 같은 것은 신기했다.장 실장이 차 문을 열어 주자 다니는 이제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미안해하든 그렇지 않든 변하는 것은 없었다.“장 실장.”“네. 전무님.”“행사 정리되면 6시쯤 될 테니 다니엘 씨 집에 데려다주고 와요. 아니, 그냥 가요. 난 택시 탈 테니.”“다니엘 씨가 몸이 안 좋다니까 데려다…”“...”“하, 그냥 그 눈에 적응해야겠네.”‘이래서 고모가 여비서를 못 두게 했나. 첫날부터 신경 쓰이네. 어떤 놈인지 알려주면 내가 혼내줄까.’“죄송합니다.”인턴을 열심히 버텨 겨우 디자이너가 될 기회를 뺏은 남자가 친절을 베푼다. ‘남자들은 원래 이런 단순한 생물인지,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건지.’‘대체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날 데려온 걸까.’다니는 골든비트의 행사에서 최강현의 서류 가방을 챙겼다. 행사 담당자를 찾아 CK홀딩스의 전무가 왔다고 전하자 골든비트의 대표가 바로 나왔다.먼저 초청 명단이나 좌석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처음 뵙는 분이네요. 골든비트의 황인호 팀장입니다. 창업자의 친구이기도 하고요.”“네. 전무님 비서 신다니엘입니다.”앞에서 골든비트 대표와 대화 중이던 최 전무가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손짓을 하고 그가 무표정하게 다가왔다.다니와 골든비트의 직원을 한 번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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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사탕 봉지 안에 사탕이 아닌 물건이 보였다.반짝이는 메달이 같이 들어 있었다.“다니야, 나 400미터 우승했다. 우리 학교 유일한 금메달이야. 해외 대회 나가느라 유명한 선수들이 빠졌다는데, 나 원래 달리기 빨라. 49초 18이었는데 우승했어. 운도 좋았고.”“넌 정말 대단해.”“그럼, 칭찬 좀 해 줘 봐.”“잘했어.”다니는 민호의 머리에 손을 얹고 흐트러뜨린 후 다시 뒤로 넘겨 주었다.‘우리 민호는 너무 멋있다.’“이 메달을 나 준다고?”“어.”“왜? 나에게 주는 거야?”“이 메달은 내 첫 메달이니까.앞으로 대회는 안 나갈 거니 아마 유일한 육상 금메달이겠지.내 첫사랑인 네가 가져.”현민호는 메달을 다니에게 걸어 주었다. “민호야, 먹을 거나 챙겨줘야 하는 여자친구가 정말 필요해? 우리 그냥 친구로 있자. 좋은 친구.”“무슨 말이야. 밥은 그냥 아주머니가 싸주는 거고.”뾰로통한 민호가 삐진 티를 냈다.“넌 그냥 친구라고 생각해. 난 괜찮아. 내가 너무 솔직했네.”다니가 목소리를 낮추어 입을 열었다.“나, 무서워 집에 들어가기가. 새엄마 임신이 잘못되면 내 탓이래.”“그러지 말고, 대전 할머니에게 다 말해. 아빠나 새엄마가 할머니 말은 들으실 거야.”“나 대전으로 돌아갈까.”“그건 싫은데.” “민호야, 그러니까 그냥 친구하자. 나 어떻게 될지 잘 몰라.”“그냥 여자친구해. 뭐 그렇게 따져. 대전 가도 여자친구 하면 되는 거지”현민호는 몸을 돌려 시무룩한 다니를 조심스레 안았다.“힘들지?”다니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디 있어도 넌 내 여자친구야. 그래도 대전은 멀다.”“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집에는 못 있을 것 같아.”“그러면 우리 대학 가자마자 결혼할까?”“야, 친구라니까.”“난 네가 힘들어하니까… 혼자 무섭고 외로울까 봐…”“그런다고 결혼하나?”“그런가? 다니 웃는다.”누가 볼까 다니가 민호를 살짝 밀었다.“헤헤, 신다니 너도 나 좋아하는 거지. 응?”“아니.”다니가 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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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화이트데이 며칠 전, 현민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학교 언덕을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몸이 커져 그는 바지도 셔츠도 몸에 딱 맞았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발목에 닿는 길이의 바지에, 셔츠를 넣어 입은 모습은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스포츠 더플백을 어깨에 걸쳐 등 뒤로 넘기고 졸린 표정으로 걷던 현민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등굣길 고등학생과 같은 학교 중학생들까지 유정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시간 많네. 모여서 뭐 하는 거야.’긴 다리를 멋있게 뻗어가며 걷던 현민호가 멈추어 섰다. 익히 알고 있는 두 명을 발견하고 어이없어서 코웃음을 쳤다.권수진 그 옆에 신다니엘, 두 사람이 그 무리에 서 있었다. ‘나하고는 학교에서 친하지 않은 척하자더니 유정우를 기다리고 있어.’현민호가 나타나자, 유정우를 기다리던 시선들이 현민호를 따라갔다. 유정우와 선이 다른 미남의 등장에 학생들이 술렁였다.그는 신다니엘과 권수진을 향해 걸으며 화가 난 것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미소를 지었다.“어이, 미술반. 누구 기다려?”“기다리는 게 아니고 그냥 있는 거야. 오랜만에 수진이를 봐서.”신다니는 자기 얼굴도 오래 보지 않고 대답만 하고 다시 수진이를 보았다.“수진아, 넌 왜 여기 있어. 유정우 보려고?”“아니, 반이 다르니 여기서 이야기한다고. 오빠도 보면 더 좋고.”‘이번 화이트데이에 고백해야겠다. 친구니까 참견을 못 하잖아.’현민호의 마음이 급해졌다.다시 웅성거리는 소리에 돌아서니 유정우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신다니와 권수진을 발견하고 잠시 스쳐 가듯 시선이 머물렀다.현민호는 신다니의 앞에 서서 유정우의 시야를 가렸다.잠시지만 비슷한 키의 두 남자가 마주 보고 섰다. 유정우를 보러 모여 있던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잠시 스치듯 마주치고 마스크를 쓴 유정우는 가던 길을 갔다. 하지만 짙은 쌍꺼풀과 긴 속눈썹을 가진 유정우의 눈이 순간 화를 참듯 번득인 것을 현민호는 알아보았다.‘저거 봐라.’‘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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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보라는 모든 선물을 뜯어 보았고, 민호의 선물을 가져간 채 주지 않았다. 대리만족을 느끼는 건지 정상은 아니었다.다니가 싸우든 울든 아빠와 새엄마는 보라에게 선물을 돌려주라고 좋은 말로 타이를 뿐이었다.부모의 방관과 비호 아래 보라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다니를 바라보며 웃는 낯을 보였다.미술반이 끝나고 효은이와 다니가 나란히 앉았다.“요즘 아이들이 나 따돌리는 거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상관없어. 정우 선배 곧 실기 준비하면 학교 잘 못 나올 테니 괜찮아. 그보다 민호 선물 때문에 걱정이야.효은아, 나 내일 민호 선물 찾아서 대전으로 가려고. 연휴니까 거기에서 숨기든지 돌려 주려고.”“어떻게 꺼내?”“어제, 집에 사람들 없을 때 새엄마의 주민등록등본이랑 가족관계증명서 찾아서 비밀번호 조합 만들었어.보라 금고 열려고.”“오, 그래.”“근데 이거 내가 신고당하지는 않겠지. 대전에서 며칠 있다가 올게. 할머니에게 자취하게 해달라고 하려고. 민호 메달은 내가 꼭 찾아줄 거야.”오랜만에 수진이가 미술실에 방문해 친구들은 환영 인사를 했다. 연습생이 된 이후로, 처음 미술실을 방문했다.“어머, 반갑다. 너무 오랜만이야.”수진이는 사뭇 심각하게 물었다.“나 일부러 왔어. 정우 오빠 걱정돼서. 다니야, 너 정우 오빠한테 고백받았어?”“아니. 그때 네가 준 거 초콜릿이잖아.”“근데 정우 오빠는 거기 고백 카드 넣었나 봐. 회사에서도 이번 주말에 너희 집에 엄마랑 초대받았다던데.”“나는 모르는 일이야. 새엄마 왜 그러는 거지. 그리고 나 내일 금요일 대전 갈 건데.수진아, 부탁해. 그 번호 보라 건지 확인해 줄래.오빠한테 정말 미안한데 선물 상자 못 받았다고 전해줘.”“그래, 근데 정우 오빠 요즘 아파서 컨디션이 안 좋던데… 안타깝네. 약이 잘 안 듣나 봐. 상처도 되겠다.”“보라 돌았구나. 거짓말은 대가가 있지.”효은이가 보라를 보며 크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친구들도 속삭였다.“보라 아직도 현민호 때문에 저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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