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식사, 그리고 다가오는 폭풍의 전조 최세연이 저녁 식사를 제안한 다음 날, 강지훈의 하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하게 시작되었다.오전에는 K 퍼포먼스 랩에서 윤태웅의 재활 훈련을, 오후에는 최강 라이온즈 선수단의 비시즌 훈련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지휘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각기 다른 선수들의 신체 데이터와 운동 역학, 그리고 그들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분주함 속에서도, 그의 마음 한편에는 저녁에 있을 ‘약속’이 희미한 파문처럼 번지고 있었다. 스물아홉.선수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오직 타인의 성공을 위해 달려온 지난 몇 년간, 그의 인생에서 ‘사적인 약속’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늘 누군가의 코치, 디렉터, 혹은 해결사였을 뿐, 온전한 강지훈 개인으로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너무나 낯선 일이었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옷장의 옷들을 몇 번이고 들춰보았다. 같은 시각,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급 레지던스. 최세연 역시 지훈 못지않은 설렘과 긴장 속에서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레스룸을 가득 채운 화려한 옷들 앞에서, 그녀는 한참을 망설였다. JK 그룹의 손녀 ‘최세연’이 아닌,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골퍼 ‘최세연’으로서 그를 만나고 싶었다.그녀는 결국, 화려한 드레스 대신 단정한 블라우스와 편안한 슬랙스를 선택했다.거울 앞에 선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난 3년간, 체념과 무력감으로 그늘져 있던 얼굴에, 아주 희미하게 생기가 돌고 있었다. 강지훈. 그 남자를 만난 이후로, 멈춰있던 그녀의 세상이 아주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8-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