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런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나 역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직였다.살짝 열려 있는 거실 창문 틈새를 이용해 가볍게 몸을 날린 나는,익숙한 궤적을 그리며 뒷마당의 높은 담벼락 위로 부드럽게 착지했다.어젯밤에 세차게 내린 비로 인해 아래쪽 잔디밭에는아직 축축한 물기가 가득 남아 있었다.얼핏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서늘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다행히 내가 디디고 선 담벼락 위는 이미 붉게 떠오른 아침 햇살을 듬뿍 받아기분 좋게 대부분 말라 있는 상태였다.기지개를 켜며 털을 고르려던 순간, 청량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어머, 기네스 오빠! 진짜 일찍 왔네?"담벼락 구석진 곳,푸르스름한 담쟁이덩굴이 무성하게 자라나 포근한 그늘을 만들어준 자리에서눈부시게 하얀 솜뭉치 하나가 폴짝 뛰어내리며 내게로 다가왔다.어제 갑작스러운 폭우를 피해 차고에서 내 품에 꼭 안긴 채 밤새 잠을 청했던철부지 고양이, 블랑이었다.녀석의 신비로운 오드아이 눈동자는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한쪽은 깊고 푸른 바다를 그대로 옮겨 담은 듯했고,다른 한쪽은 맑고 투명한 호수처럼 반짝이며 나를 응시했다."블랑, 어제 비가 그렇게 많이 왔는데 무서워서 놀라진 않았어?"나는 반가운 마음을 담아 블랑의 보드라운 하얀 이마에 내 코를 가볍게 맞대며다정하게 안부를 물었다.선천적으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 블랑은 내 목소리를 듣는 대신,내 몸이 떨리는 미세한 진동과 코끝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촉감을 가만히 느꼈다.그리고는 이내 안심했다는 듯 콧소리로 냐르릉 소리를 내고는,아이처럼 맑고 해맑은 표정으로 배시시 웃어 보였다."응! 기네스 오빠가 옆에서 꼭 지켜주고 같이 있어서 하나도 안 무서웠어. 그런데 말이야, 우리 집사 좀 이상해. 어제 퇴근하고 집에 오더니 혼자 피아노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거 있지? 한참 동안이나 그러고 있더라. 건반은 소리 한 번 안 누르고 그냥 시트만 쳐다보고 있더라고. 정말이지 꼭 바보
Last Updated : 2026-07-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