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집사들 연애에 끼어든 냥이: Chapter 31 - Chapter 40

191 Chapters

31화. 빗물이 남긴 흔적

멜버른의 세찬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는 유독 싱그럽고도 서늘했다.피츠로이의 붉은 벽돌 저택들은 물기를 머금어 한층 더 짙은 색을 따었고,지붕 끝에서는 아직 미처 떨어지지 못한 빗방울들이 규칙적인 리듬을 그리며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그 평화로운 아침,내 집사 캘런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른 새벽에 눈을 떴지만.그의 행동은 평소와즌 전혀 달랐다.원래대로라면 거실로 나와 140kg짜리 바벨을 요란하게 들어 올리거나믹서기 돌아가는 기걔소리를 요란히 내며 단백질 쉐이크를 갈아 마셨을 집사가,오늘은 왠일로 아주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주방을 서성이고 있었다."기네스... 인간의 손목 인대가 늘어났을 때는....음..... 역시 따뜻한 성질의 차가 좋겠지?"캘런이 내 정수리를 슬쩍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그의 눈은 이미 주방 선반 깊숙한 곳에 보관해 두었던 유기농 허브티 세트에 고정되어 있었다.내 눈에는 녀석의 뻔한 속내가 투명하게 들여다 보였다.어제 아델을 차로 데려다주고 에려오며 느꼈던 그 미묘한 떨림과 성취감이,집사의 무식한 근육 세포들을 자극해 엉뚱한 다정함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딸칵 - .그때, 얇은 벽 너머로 옆집 현관문이 열리는 미세한 진동이 나의 발바닥을 타고 전해졌다.아델이 출근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캘런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마치 우리 고양이들처럼 귀를 쫑긋 세우더니,허겁지겁 셔츠 단추를 채우고 우산을 챙겨 들었다.나는 소파 위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그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았다.집사 놈의 연애 진도는 느려터졌지만,그 서툰 진지함을 구경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묘생의 유흥도 없으니까.ㅎㅎㅎ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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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담벼락 위의 흑백 실루엣

캘런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나 역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직였다.살짝 열려 있는 거실 창문 틈새를 이용해 가볍게 몸을 날린 나는,익숙한 궤적을 그리며 뒷마당의 높은 담벼락 위로 부드럽게 착지했다.어젯밤에 세차게 내린 비로 인해 아래쪽 잔디밭에는아직 축축한 물기가 가득 남아 있었다.얼핏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서늘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다행히 내가 디디고 선 담벼락 위는 이미 붉게 떠오른 아침 햇살을 듬뿍 받아기분 좋게 대부분 말라 있는 상태였다.기지개를 켜며 털을 고르려던 순간, 청량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어머, 기네스 오빠! 진짜 일찍 왔네?"담벼락 구석진 곳,푸르스름한 담쟁이덩굴이 무성하게 자라나 포근한 그늘을 만들어준 자리에서눈부시게 하얀 솜뭉치 하나가 폴짝 뛰어내리며 내게로 다가왔다.어제 갑작스러운 폭우를 피해 차고에서 내 품에 꼭 안긴 채 밤새 잠을 청했던철부지 고양이, 블랑이었다.녀석의 신비로운 오드아이 눈동자는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한쪽은 깊고 푸른 바다를 그대로 옮겨 담은 듯했고,다른 한쪽은 맑고 투명한 호수처럼 반짝이며 나를 응시했다."블랑, 어제 비가 그렇게 많이 왔는데 무서워서 놀라진 않았어?"나는 반가운 마음을 담아 블랑의 보드라운 하얀 이마에 내 코를 가볍게 맞대며다정하게 안부를 물었다.선천적으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 블랑은 내 목소리를 듣는 대신,내 몸이 떨리는 미세한 진동과 코끝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촉감을 가만히 느꼈다.그리고는 이내 안심했다는 듯 콧소리로 냐르릉 소리를 내고는,아이처럼 맑고 해맑은 표정으로 배시시 웃어 보였다."응! 기네스 오빠가 옆에서 꼭 지켜주고 같이 있어서 하나도 안 무서웠어. 그런데 말이야, 우리 집사 좀 이상해. 어제 퇴근하고 집에 오더니 혼자 피아노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거 있지? 한참 동안이나 그러고 있더라. 건반은 소리 한 번 안 누르고 그냥 시트만 쳐다보고 있더라고. 정말이지 꼭 바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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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우연을 가장한 필연

"어... 뒤퐁 씨.출근하십니까?"마당 경계선에서 캘런의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녀석은 마침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아델을 향해 아주 자연스러운 척인사를 건넸지만,그 부자연스러운 타이밍은 누가봐도 의도적인 기다림의 결과였다.아델은 손목에 얇은 보호대를 착용한 채, 가방을 메고 나오다캘런을 보고는 멈칫했다."아, 포스터씨.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 주말인데 병원 가시나 봐요?""네. 외래는 없지만...... 학회 자료를 정리할 게 좀 있어서 병원 연구실에 가던 참이었습니다. 마친 방향이 같은데, 오늘도 트램 정류장까지 같이 걸어 가시죠. 비 온 뒤라 길바작이 매우 미끄러우니까 환자 보호 차원입니다. "캘런이 또다시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핑계 카드를 꺼내 들고 쭈뼛대며 말했다.아델은 그의 다소 딱딱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수작에...풋 - ,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포스터 씨는 참 철저한 의사선생님이시네요. 좋아요. 그럼 친절하신 의사 선생님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을게요."두 인간이 나란히 서서 피츠로이 골목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190cm의 거구와 168cm 의 아담한(?) 체구의 아델이 만드는 설레는 키 차이는멀리서 바라보아도 제법 그림이 살아있었다.캘런은 아델이 걷는 속도에 맞춰 자신의 보폭을 평서의 절반으로 줄인 채,그녀의 다친 손목 쪽을 보호하듯 바깥쪽으로 걸었다.담벼락 위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블랑이 나의 어깨에 자신의 턱을 기대며 냐옹 거렸다."기네스 오빠, 인간들은 왜 저렇게 멀찍이 떨어져서 걸어? 우리처럼 꼬리를 묶고 걸으면 훨씬 따뜻할 텐데..""저것이 인간들의 라는 거다. 마음은 이미 닿아있으면서 몸음 체면을 차리는 거지."나는 블랑의 하얀 귀 끝을 살짝 깨물며 속삿였다.답답한 집사들이었지만,그들의 거리가 아주 미세하게 좁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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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커피 향이 번지는 정류장 / 냥이들의 햇살사냥

멜버른의 아침 정류장은 언제나 고소한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트램을 기다리는 동안, 캘런은 정류장 바로 옆노천카페에서따뜻한 플랫 화이트 두 잔을 사들고 왔다."손목이 불편하시니 홀더를 두 개 끼웠습니다. 조심하십시오.""고마워요. 안 그래도 멜버른 아침 공기가 쌀쌀해서 손이 좀 시렸는데.."아델이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미소 지었다.커피 표면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스팀이 두 사람의 얼굴 사이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아델은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한 모금 마시더니,문득 캘런의 큰 손을 바라보았다.쇳덩이를 들고 메스를 잡느라 굳은살이 박혀 거칠었지만,환자의 뼈와 관절을 다룰 때는 그 어떤 손보다 정교하고 다정한 손."포스터 씨는 왜 정형외과 의사가 되었어요? 덩치만 보면......... 음... 미안해요. 운동선수를 했어도 어울렸을 것 같아서요.."아델의 갑작스런 질문에 캘런은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어릴 때 운동을 하다가 심하게 다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를 치료해 주던 의사 분의 손길이 기억에 남아서요.. 부서진 뼈를 맞추고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꼭 엉망이고 멈춰버린 삶을 다시 흐르게 만드는 것 같아서 , 마술 같았거든요,"캘런의 진중한 답변에 아델의 짙은 눈동자가 깊게 흔들렸다.그저 무식하게 몸맘 키우는 이웃집 남자인 줄 알았는데,그 단단한 가슴속에는 의사로서의 깊은 철학과 다정함이 숨어 있었다.예민한 예술가인 아델의 마음의 빗장이,따뜻한 플랫 화이트의 온기와 함께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인간들이 트램을 타고 시내로 떠난 오전,피츠로이의 마당은 온전히 우리 흑백 고양이들의 천국이었다.소나기가 지나간 뒤라 그런지 하늘은 유독 파랗고 햇살은 등줄기가 뜨거울 정도로 내리쬐고 있었다."기네스 오빠! 여기 누워봐. 엄청 따뜻해!"블랑이 잔디밭 한구석, 햇볕이 가장 잘 드는 명당자리를 찾아내고는 그 자리에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주었다.분홍빛 말랑한 뱃살과 하얀 털이 햇살을 받아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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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온도

[손목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통증이 심해지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 캘런]병원 연구실에 도착한 캘런은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는 대신,한참동안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며 문자를 보냈다.문장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볓 번을 썼다 지웠다를 수십 번 반복하는 꼴이,마치 정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보다 더 긴장하는 듯 보였다.지잉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덕분에 아주 좋아요. 카모마일 티도 효과가 있나 봐요. 포스터 씨도 주말인데 너무 무리하면서 일하지 마세요. :) - 아델 뒤퐁]문장 끝에 붙은 아주 작은 이모티콘 하나에,캘런의 굳어있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올라갔다.캘런은 의자 뒤로 몸을 기댄 채 휴대폰을 가슴에 꼭 얹고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190cm의 거구가 고작 문자 한통, 이모티콘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뻐하는 모습은,소파 밑에서 몰래 지켜보기 딱 좋은 구경거리였을 텐데...인간들의 연애는 화려한 이벤트가 없어도,이렇게 폰 화면 속 작은 글자들의 온도를 통해 서서히 불을 지피고 있었다.이 서두르지 않는 감정의 층위들이 한 겹씩 쌓일 때마다아델의 가슴 역시 캘런의 마음처럼 간지럽게 달아오를 것이다.오후가 되자 멜버른의 바람이 다시금 선선해졌다.나와 블랑은 캘런의 집 거실 카페트 위에서 한가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주인이 없는 넓은 거실은 오직 우리 둘만의 숨소리로 채워져 있었다.블랑은 내 품에 쏙 들어온 채 깊은 잠에 빼져 있었고,나는 녀석이 불편하지 않도록 나의 한쪽 팔을 베개삼아 내어주었다.그때,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거실 구석에 있던 뜨개질 바구니에서빨간색 털실 뭉치 하나가 둘러떨어졌다.캘런이 가끔 인대 봉합 연습을 한답시고 사다 둔 유치한 도구였다.데구르르 -.털실이 굴러와 우리들의 꼬리 근처에서 멈추어 섰다.잠결에 예민한 꼬리 끝이 실을 건드렸고,블랑이 움찔하며 꼬리를 살랑거렸다.그 바람에 나의 검은 꼬리와 블랑의 하얀 꼬리,그리고 붉은 컬실이 묘하게 뒤엉키기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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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음악과 의학의 공통점

주말 오후,아델은 긴장감 넘치던 리허설을 모두 마치고단원들이 하나둘 떠난 텅 빈 콘서트홀에 홀로 남아 있었다.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웠던 선율의 잔향이 흩어진 조용한 무대 위,그녀는 지휘대에 멍하니 앉아 붕대가 꼼꼼하게 감긴 자신의 하얀 손목을가만히 바라보았다.캘런이 정성스러운 손길로 감아준 압박 붕대에서는정갈한 소독약 향과 함께 그가 가진 특유의 묘한 신뢰감이 은은하게 묻어났다."부서진 것을 다시 흐르게 만든다라..."아델은 오늘 아침 정류장에서 캘런이 무심한 듯 툭 던졌던 말을나지막하게 읊조렸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음악과 의학은 전혀 다른 분야 같으면서도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오케스트라의 어긋난 호흡과 거친 불협화음을 섬세하게 조율해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고쳐놓는 지휘자의 역할과,사고로 부서진 뼈와 관절을 정밀하게 맞춰인간의 멈춰버린 삶을 다시 부드럽게 흐르게 만드는 정형외과 의사의 역할.두 사람은 완전히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지만,본질적으로는 상처 입은 대상을 원래의 온전한 상태로 되돌리는'치유'라는 하나의 숭고한 가치를 향해 묵묵히 걷고 있는 사람들이었다.아델은 손때 묻은 자신의 지휘봉을 가방에 조심스레 넣으며 속으로 생각했다.처음에는 그저 차갑고 딱딱하기만 한 이웃집 미스터 쇳덩이인 줄 알았는데,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매력적인 내면을 지닌 사람일지도 모른다는강렬한 느낌이 그녀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예술적 직감을 찌릿하게 자극하고 있었다.인간 집사들의 길고 긴 입덕 부정기는이렇게 서로의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깊은 존경과 진심 어린 이해를 바탕으로,아주 단단하고 흔들림 없이 빌드업되고 있었다.비록 눈에 보이는 속도는 조금 느릴지라도,그 감정의 깊이는 그 어떤 속전속결 로맨스보다 깊고 견고하게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내리는 중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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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저녁노을 아래, 낭만은 고양이처럼

오후 6시.멜버른의 하늘이 오렌지빛과 보랏빛 저녁노을로 아름답게 물들 무렵캘런의 SUV가 다시 피츠로이의 저택 앞에 멈추어 섰다.퇴근 시간을 맞춘 듯 정확히 일치한 두 인간이 딱 맞닥뜨렸다."오늘 리허설은 무사히 잘 마쳤습니까?"캘런이 차 문을 닫으며 아델을 향해 걸어왔다.그의 눈빛에는 하루 종일 그녀를 걱정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아,네. 포스터 씨가 감아준 붕대 덕분에 통증 없이 잘 끝났어요. 오늘 정말 여러모로 고마웠어요."아델이 캘런을 향해 화사하게 웃었다.저녁노을의 은은한 붉은 빛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려, 안 그래도 붉어진 얼굴을 한층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주고 있었다.캘런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다친 손목을 살짝 잡았다."저기.. 잠시.. 부기가 가라앉았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아델은 그의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라지 않고,자신의 손목을 온전히 그의 두꺼운 손바닥 위에 맡겼다.노을이 지는 피츠로이의 골목길 한복판,두 인간은 손목을 잡은 채 가만히 서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거창한 고백은 없었지만, 두 사람의 가슴속에는 이미 숨길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두 집사가 마당에서 손목을 잡고 썸을 찍는 동안,나와 블랑은 담벼락 위에서 그 모습을 느긋하게 내려다보며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아, 기네스 오빠. 저 인간들 드디어 손잡았다!! 카풀하더니 진도가 갑자기 엄청나게 빨라졌어!"블랑이 꼬리를 바짝 세우고 흥분해서 냐옹거렸다."블랑아.. 저건 손잡은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 진찰하는 거야. 블랑, 인간들은 저렇게 명분이 있어야 겨우 살을 맞댈 수 있거든... 참 피곤한 생명체들이야.."나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블랑의 하얀 뺨을 나의 검은 뺨에 부비부비 부벼댔다.달콤한 초콜릿 향과 은은한 햇볕 냄새가 섞인 블랑의 향기가 나의 온 신경을 가득 채웠다.블랑은 나의 부비부비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내 품으로 파고들며 골골송의 볼륨을 높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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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평화로운 주말의 균열

멜버른의 가을은 잔인할 정도로 아름다웠다.야라 가변을 따라 붉게 물든 야생화와 가도수들이 가을 바람에 출렁였고,주말을 맞이한 피츠로이 마당은 평화 그 자체였다.하지만 고양이 인생을 사는 나는 직감하고 있었다.이 폭풍 전야 같은 평화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기네스, 오늘 병원 동료들이랑 야라 밸리(Yarra Valley)로 가벼운 하이킹 가기로 했어. 금방 다녀올 테니까 집 잘 보고 있어."출근 복장 대신 편안한 등산복을 입은 캘런이 내 턱을 가볍게 긁어주며 말했다.집사의 얼굴에는 은근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이웃집 아델 역시 오늘 단원들과 함께야라 밸리의 와이너리 투어(Winery Tour)를 간다는 소식을어제 문자로 주고 받는 것을 내가 독똑히 보았기 때문이다.우연을 가장해 교외에서 만나려는 대형견 집사의 귀여운 게획이었다."블랑, 너희 집사도 나갔어?"캘런이 떠난 후, 나는 담벼락 위로 올라가 웅크리고 있던 블랑에게 물었다.블랑은 하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품으로 파고 들었다."응! 아델이 예쁜 모자를 쓰고 나갔어. 그런데 기네스 오빠, 아까 아델이 집을 나설 때 어떤 남자의 전화를 받고 표정이 엄청 어두워 졌었어. 라고 하면서 말이야."블랑의 말에 내 검은 귀가 쫑긋 섰다.제3의 인물? 프랑스 파리에서 아델릉 쫓아다니던 구남친이거나,그녀의 천재성을 시기하는 라이벌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평화롭던 멜버른의 하늘 위로,먹구름보다 더 어두운 사건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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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야라 밸리의 불청객

멜버른 교외에 넓게 펼쳐진 야라 밸리의 푸르른 포도밭과끝이 보니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게 우거진 유칼립투스 숲은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호주 멜버른 최고의 명소였지만,동시에 문명의 감시가 닿지 않는 거칠고 치면적인야생의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아델은 가벼운 와인 시음을 마치고 단원들과 멀리 떨어져홀로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복잡하게 얽힌 자신의 심경을간신히 정리하고 있었다.오늘 아침, 그녀의 휴대폰 화면을 밝히며 가차없이 울렸던불길한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과거 프랑스 파리 국립음악원 시절,아델의 천재적인 재능을 질투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악의적인 스캔들을무차별적으로 퍼뜨렸던 전 동료이자,집요하게 그녀의 뒤를 쫓던 지독한 스토커인 줄리앙이이곳 멜버른 공항에 입국했다며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여기 호주까지 나를 찾아왔다고...? 도대체 왜.....? 하아..."아델은 걷잡을 수 없이 불안감과 두려움에 휩싸여캘런이 감아준 손목 보호대를 초조하게 만지작거리며억지로 걸음을 옮기던 바로 그 순간,등 뒤의 짙은 수풀 사이에서 부스럭 거리는기괴하고 기분나쁜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스스스...언몸의 털이 곤두서는 불길함에 아델이 천천히 고개를 돌린 곳에는, 호주 전역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을 지니고 있어 스치기만 해도 목숨을 앗아간다는 호주동부갈색뱀(Eastern Brown Snake)이 또아리를 튼 채 무서운 붉은 눈으로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멜버른 교외의 하이킹 코스에서 아주 드물게 출몰하여 인명사고를 일으키는가장 위험한 야생 독뱀과 맞닥뜨린 뜻밖의 사고였다.아델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에 질려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뒤로 천천히 옮기려다,ㅁ며칠 전 내린 비 때문에 몹시 미끄러워진 진흙탕 흙길에발이 힘없이 미끄러져 중심을 잃고 그대로 가파른 비탈길 아래로하염없이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아아악..!"숲을 울리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아델의 가녀린 실루엣이순식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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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의사의 직감, 그리고 질주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야라 밸리 초입의 노천카페.동료 의사들과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캘런은,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그것은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수없이 많은 사투의 현장을 마주하며 단련된,본능에 가까운 불길한 직감이었다.아무런 전조도 없었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냈다."포스터 선생, 어디 가? 아직 주문한 브런치 메뉴는 나오지도 않았는데!"동료들의 당황 섞인 외침이 귓가를 스쳤지만,캘런은 이미 제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뒤였다.오직 아델이 오늘 아침 산책을 떠나겠다고 했던 하이킹 코스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그는 산책로 초입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190cm에 달하는 묵직한 거구가 뿜어내는 폭발적인 스피드가거친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켰다.터질 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숲속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시야가초조함으로 붉게 물들었다."뒤퐁 씨! 아델 뒤퐁! 내 목소리 들리면 대답해요! 어디 있습니까?!"고요하던 원시림을 사정없이 흔드는 캘런의 우렁찬 사자후가 메아리쳤다.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스산한 바람 소리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뿐이었다.얼마나 달렸을까,거칠게 요동치는 시선 끝에 무언가 이질적인 물체가 걸려들었다.가파른 난간 너머, 험준한 비탈길 중턱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하얀색 모자였다.아델의 것이 분명했다.그 순간 캘런의 심장은 얼어붙는 듯한 공포와 함께 바닥없는 나락으로 툭 떨어졌다.망설임은 사치였다.캘런은 안전 장비도 없이 미끄럽고 가파른 비탈길을몸을 던지듯 굴러내려 갔다.거친 나뭇가지에 긁히고 흙더미에 옷이 더럽혀지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비탈 아래, 무성한 수풀 사이에서 마침내 아델의 모습이 드러났다.그녀는 부러진 듯한 손목을 필사적으로 움켜쥔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신음하고 있었다."아델 씨! 정신 차려보세요! 내 말 들립니까? 제발 눈 좀 떠봐요!"캘런은 겁에 질려 파르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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