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첫 줄에 온하겸의 이름이 있었다.나는 그 한 줄을 보는 데 판결 전체를 읽는 것보다 오래 걸렸다. 피고인석에는 권태겸, 권선재, 백문우, 한미라가 각각 다른 얼굴로 앉아 있었다. 오늘까지 우리는 그들을 한 덩어리로 부르기 쉬웠다. 태강. 하지만 재판부는 그렇게 쓰지 않았다.권태겸이 만든 지시 구조, 선재가 행사한 승인과 현장 이탈, 백문우가 실행한 의료·기록 조작, 한미라가 알고도 막지 않았거나 직접 선택한 행위가 하나씩 분리됐다. 같은 사건에 연결돼 있어도 누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까지 증명됐는지 따로 적혔다.하겸 사고 부분에서는 더 냉정했다. 선재가 현장에 먼저 도착했고 구조 요청 없이 떠난 사실, 한미라가 보고 전화를 받은 뒤 신고를 미룬 사실은 기록됐다. 그러나 그 10분이 하겸의 사망 결과를 확정적으로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료 감정의 한계도 그대로 판결문에 남았다.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예전의 나라면 화가 났을 것이다. 더 세게 써 달라고, 그들이 빼앗은 가능성까지 전부 죄의 이름으로 묶어 달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보다 큰 복수는 결국 또 다른 조작이었다.대신 배아 이동, 동의 없는 시술 구조, 허위 기록, 감금과 서류 조작, 아이 이동 과정은 각각 확보된 문서와 증언, 접속 기록, 보관 경로를 기준으로 판단됐다. 태강이 한 문장으로 지워 버린 사람들을 법원은 한 사람씩 다시 나눠 적었다.재판부는 해야의 이동과 관련해서도 누구의 지시가 어디까지 입증됐는지를 따로 적었다. 예라의 출산 기록, 간호사의 이동 기록, 백문우의 수정 내역, 선재의 승인 흔적은 서로 다른 증거로 다뤄졌다. 어떤 부분은 연결됐고, 어떤 부분은 끝내 의심으로 남았다.나는 그 미완성을 견뎠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쓰지 않는 판결이야말로 우리가 태강과 다르다는 마지막 증명이었다.판결문 중간에는 내가 요구했던 이름들이 있었다. 하겸, 해야, 예라, 윤서정, 그리고 재단이 복원한 피해자들. 숫자나 코드로 묶이지 않았다.나는 판결문 첫 장을
Last Updated : 2026-08-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