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궁을 나서는 길,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왜 혼자 위험한 곳에 찾아온 거야.” “…미리 말하면 폐하가 절대 못 가게 하셨을 거잖아요.” “맞아. 네 말이 맞네. 당연히 못 가게 막았겠지.” “그러니까 혼자 온 거예요.” 칼리안이 걸음을 멈추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흑발적안에 담긴 걱정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하마터면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죄송해요, 걱정 끼쳐서.” “다신 이러지 마. 내 허락 없이 위험한 곳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해.” “…네, 알겠어요.” “약속해.” “약속할게요.” 칼리안이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짚었다가 쓸어내렸다. “정말 다행이야, 정말로.” “제가 그렇게 많이 걱정되셨어요?” “죽는 줄 알았어, 진심으로.” “…과장이 좀 심하시네요, 폐하.” “과장 아니야. 그때 내 심정이 어땠는지 넌 몰라.” 엘로라는 그 가라앉은 목소리에 담긴 진심을 느끼며, 왈칵 치솟는 감정에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손을 굳게 맞잡은 채, 다시 궁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엘로라.” “네.” “오늘 내가 해준 얘기, 전부 진짜야. 의심하지 마.” “…알아요. 폐하의 그 표정을 보면 진짜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미안해. 조금 더 빨리 털어놓았어야 했는데.” “괜찮아요. 지금이라도 숨기지 않고 전부 인정해 주셔서…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 그가 다정하게 팔을 벌려 그녀를 조용히 품에 끌어안았다. 엘로라는 그 단단하고 따스한 품 안에서, 오늘 하루 동안 몰아친 모든 진실의 무게와 피로를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폐하.” “응.” “저, 이제 정말로 제가 누구인지 완벽하게 알아야겠어요. 어설프게 남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전부 다요.” 칼리안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더는 미루지 않고 전부 알려줄게.” “약속이에요, 거짓말하기 없기예요.”
Last Updated : 2026-08-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