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끝난 뒤, 집무실에는 다시 두 사람만의 시간이 찾아왔다.칼리안은 의자를 당겨 엘로라에게 바짝 다가앉았다.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엘로라는 피하는 대신 그의 어깨에 가볍게 기대어 숨을 골랐다.“엘로라.”“네?”“이제 아무도 너를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그가 이어서 말했다.“가짜니, 뻐꾸기니 하는 그따위 상스러운 말들은 내 제국에서 영원히 지워버렸으니까.”칼리안의 적안이 형형하게 빛났다.그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건 맹세였다.엘로라는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저도 이제 제 자리가 어디인지 잘 아니까요.”그녀는 더 이상 뱁새의 알을 밀어내는 비정한 새가 아니었다.어머니 헬레네가 남긴 힘으로 제국을 지키고, 칼리안의 곁에서 당당히 빛나는 태양의 반려였다.칼리안은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미소를 지었다.*오후에는 황궁 대정원을 산책했다.봄기운이 완연한 정원에는 엘로라가 좋아하는 은방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칼리안은 그녀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칼리안, 저기 봐요.”“올해는 유난히 꽃이 빨리 폈네요.”“네가 좋아하니 꽃들도 서두른 모양이지.”칼리안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엘로라가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가 정원을 가득 채울 때마다, 칼리안은 기꺼이 다시 한번 폭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이 평화를 깨뜨리는 자가 있다면, 제국 전체를 불태워서라도 그녀를 지키고 말 거야.’휘이잉-그때 바람이 한 차례 세게 불었다.그는 잠시 멈춰 서더니 엘로라의 머리카락에 붙은 작은 꽃잎을 떼어내 주었다.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뺨을 스쳤다.그러자 엘로라의 뺨이 살짝 달아올랐다.
Last Updated : 2026-08-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