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밤이 되자, 엘로라는 품속의 편지를 다시 꺼내 보았다. [별궁으로 오시오.] ‘꼭 가야 할까.’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진실을 향한 갈증이 더 컸다. ‘칼리안한테 말할까.’ 엘로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엔 나 혼자.’ 낮에 정원에서 함께 걸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평온함을 다시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괜히 걱정만 시킬 거야.’ 로웰이 오늘 밤 할 얘기가 있다고 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별궁의 편지가 주는 절박함이 그 걸림마저 눌러버렸다. ‘유모 얘기든 뭐든, 오늘은 별궁이 먼저야.’ 몇 번이고 망설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지금껏 아무도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을 다잡게 했다. ‘이번엔 내가 직접 알아낼 거야.’ 결심을 굳힌 그녀는 조용히 겉옷을 챙겨 입었다. * 창밖, 달빛조차 흐린 밤이었다. -아하하! 어디선가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누구 있어요?”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서늘한 느낌만은 지울 수 없었다. 등불을 챙겨 들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방문으로 향했다. 복도는 유난히 고요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멀리서 야간 순찰을 도는 기사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재빨리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조금만 더 조심해야 해.’ 발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궁을 벗어나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멀게 느껴졌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녀는 계속해서 어둠 속을 걸었다. 멀리 별궁의 낡은 지붕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까지 남은 거리를 가늠하며, 그녀는 걸음을 재촉했다. 달빛 한 줌 없는 밤이었다. 오직 그녀의 각오만이, 그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숨
Last Updated : 2026-08-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