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Chapter 61 - Chapter 70

115 Chapters

59. 도착한 급보

엘로라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껏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어머니였다. 그러나 그 존재가 이토록 가깝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조금 있으면 발표가 있을 거예요, 유모. 제 진짜 이름을요.” “압니다. 폐하께서 미리 언질을 주셨지요. 오늘 같은 날이 오다니… 공작 부부께서도 하늘에서 기뻐하고 계실 겁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엘로라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발표는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이루어졌다. 칼리안이 단상 위에 올라 손을 들자, 연회장 안의 모든 소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의 목소리가 넓은 홀 안에 낮고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짐은 한 가지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수백 개의 시선이 다시금 그에게로 쏠렸다. “지금껏 황궁에서 사생아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온 엘로라 그레이스는, 사실 선제의 숨겨진 자식이 아니다.” 웅성거림이 일었다. 엘로라는 입술을 꾹 깨물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그레이스 대공가의 유일한 후계자이며, 대륙 최고의 대마법사였던 헬레네 그레이스와, 페델리안 그레이스 대공의 친딸이다.” 숨죽인 정적이 홀을 가득 채웠다. “귀족들의 견제를 피해, 선제께서는 그녀를 자신의 숨겨진 자식으로 위장해 지켜오셨다. 오늘, 그 진실을 대륙 전역에 공표하며, 짐은 엘로라 그레이스를 그레이스 대공가의 정식 후계자이자 대공녀로 인정한다.” “……!!” 여기저기서 놀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몇몇 귀족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를 은근히 무시해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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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숨겨진 문양

평화롭던 정원의 공기가 단번에 얼어붙었다. 달콤한 꽃향기와 머리칼을 간지럽히던 밤바람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그 자리에는 오직 끈적한 긴장감과 불길한 예감만이 가득 찼다.칼리안의 품에 기대어 창밖의 봄을 감상하던 엘로라는 제 어깨를 감싸 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폐하!”멀리서 들려온 비명에 가까운 외침.뒤이어 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을 거칠게 때리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달려온 것은 근위대장이었다. 평소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던 제국 최고의 기사였다. 그런 그의 지금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칼리안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의 눈동자는 이미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명백한 불쾌함과 경고가 서려 있었다.감히 이 완벽한 밤을 방해한 대가를 묻는 듯한 압박감이 대단했다.근위대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무릎을 꿇었다. “그것이… 벨키아 왕국에서 긴급 전령이 도착했습니다.”그리 말하는 기사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벨키아 왕국. 엘로라의 친모인 대마법사 헬레네의 고향.또한 제국과는 오랜 시간 미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였다. “오늘 낮, 국경 인근의 마력 봉인 지점에서 대공녀 전하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력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제 마력 흔적이요?”엘로라가 황급히 반문했다. “그럴 리가요. 저는 오늘 하루 종일 황궁에 있었고, 칼리안과 함께 있었는걸요. 제가 국경까지 가서 마력을 흩뿌릴 이유도, 시간도 없었어요.”그녀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마력 흔적이란 마법사에게 있어 지문과도 같은 것이다.엘로라의 마력은 제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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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망령의 초대장

벨키아에서 날아온 급보. 그리고 어머니의 문양. 이것이 단순한 도발인지.아니면 엘로라의 출생에 얽힌 또 다른 거대한 음모의 시작인지.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제국에 찾아왔던 짧은 봄이 벌써 지나갔다는 사실이었다. “근위대장.”칼리안이 명령했다. “즉시 국경 기사단을 전시 체제로 전환해라. 그리고 벨키아에 전령을 보내. 제국의 황후를 모독한 행위에 대해 직접 황제가 국경에서 답을 듣겠노라고.”대앵, 댕-제국의 태평성대를 알리던 종소리.그것은 이내 거대한 전쟁의 서막으로 변해 울려 퍼졌다.그것도 칼리안의 선언과 함께.“칼리안…”“걱정 마라.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니.”엘로라는 칼리안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그리고는 어둠 속에서 다시 시작될 폭풍을 응시했다.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어.’뻐꾸기가 찾은 둥지를 지키기 위한 진짜 싸움.그것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정원을 밝히던 달빛이 순간 구름 뒤로 자취를 감췄다.*정원을 감싸던 달콤한 꽃향기가 순식간에 비릿한 살기로 변했다. 방금 전까지 엘로라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던 칼리안의 손에 핏줄이 돋았다.그의 적안은 이제 더 이상 다정한 눈빛을 띄고 있지 않았다,제국을 피로 물들였던 포식자.폭군 황제의 본색이 그 안에서 번들거리고 있었다.“…어머니의 문양이라고?”엘로라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대마법사 헬레네. 그녀가 남긴 유일한 흔적은 몸속에 흐르는 푸른 마력뿐이었다. ‘근데 그 문양이 새겨진 편지가, 그것도 내 마력 흔적과 함께 국경에서 발견되었다니...’“말도 안 돼. 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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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과거의 망렁

문밖에서 대기하던 세드릭과 근위대장이 일제히 몸을 숙였다.“국경으로 향한다. 로이센 왕국이 이 일에 조금이라도 연루되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 나라의 지도 자체를 지워버릴 거다.”“하지만 폐하, 아직 조사가 덜 끝났습니다. 함정일 가능성이 큽니다!”세드릭이 다급하게 만류했다.허나 칼리안의 결단은 단호했다.“눈앞에서 내 여자가 고통받고 있는데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지? 함정이라면 그 함정째로 씹어 삼켜주마.”칼리안은 엘로라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녀의 은발이 그의 검은 제복 위로 폭포처럼 쏟아졌다. 엘로라는 그의 목을 꽉 껴안으며 불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칼리안, 정말 괜찮을까요? 어머니가 정말 살아계신 거라면…”“살아있다면 물을 거다. 왜 이제야 나타나서 너를 아프게 하느냐고. 만약 죽어서 장난질을 치는 거라면, 그 둥지가 어디든 내가 직접 부수러 가겠다.”칼리안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집무실을 나서는 그의 등 뒤.수십 명의 흑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며 뒤를 따랐다.* 수도로부터 국경으로 향하는 거대한 마차 안. 바깥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서 떨던 그 어린 날의 밤처럼.차가운 빗소리가 마차 지붕을 두드렸다.엘로라는 마차 한구석에 웅크린 채였다.그런 상태로 자신의 손목에 새겨진 은방울꽃 낙인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빛은 잦아들었더.허나 피부 아래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박동은 멈추지 않았다.“…무서워?”맞은편에 앉아 지도를 살피던 칼리안이 나직하게 물었다. 그는 지도를 내려놓고 엘로라의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그리고는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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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폭군의 역린

텅 빈 마차 안. 칼리안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아귀에는 오직 그녀가 걸고 있던 반지 목걸이. 그것만이 끊어진 채 남겨졌을 뿐이었다. 칼리안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 반지를 꽉 쥐었다. 그의 주위로 붉은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대지를 태워버릴 듯한 기세였다. “…로이센.” 칼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이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오로지 파멸만을 갈구하는 진정한 폭군의 광기가 서려 있었다. “네놈들이 정녕 지옥을 보고 싶은 모양이구나.”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그레이스 제국의 황제 칼리안. 그의 진짜 숙청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국경의 숲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말들의 비명과 기사들의 당혹스러운 외침이 빗소리에 묻혀 나갔다. 박살 난 황실 마차의 잔해 사이.칼리안은 무릎을 꿇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방금 전까지 내 품 안에서 온기를 나누던 엘로라가 사라졌어.‘손끝에 남은 감각은 소름 끼치도록 서늘한 푸른 안개의 잔상뿐.“…폐하!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세드릭이 피투성이가 된 어깨를 움켜쥐고 다가와 외쳤다. 푸른 안개와 형체 없는 사슬들은 엘로라를 낚아챈 뒤.거짓말처럼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주위에는 오직 비에 젖은 흙냄새와 지독한 마력의 잔해만이 감돌았다.칼리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핏빛보다 짙은 적안이 형형하게 번뜩였다.그가 입을 열었다.그러자 빗줄기조차 얼려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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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가짜 낙원을 부수는 법

“나는 당신의 미끼도, 로이센의 꼭두각시도 아니야.” 엘로라가 비틀거리면서도 당당히 일어섰다. 그녀의 눈동자가 자색에서 다시금 투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둥지는 로이센이 아니라 칼리안의 곁이야. 당신이 내 어머니라 해도, 내 남자를 건드리는 건 용서 못 해.” “하! 오만한 년. 그 폭군 놈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것 같으냐? 이 성은 고대 마법으로 가려진…!” 그 순간이었다. 쿠우웅-! 성을 떠받치던 거대한 대리석 문이 단 한 번의 충격으로 박살났다. 자욱한 먼지 구름을 가르며 검은 그림자가 걸어 들어왔다. 그 존재는 피비린내를 풍겼다. “찾았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성 내부의 냉기를 단숨에 증발시켰다. 검은 제복을 피로 적신 채로 한 손에 엘로라의 반지를 쥔 칼리안이 서 있었다. 그의 등 뒤로는 수천 명의 흑기사가 성을 포위한 채 칼을 뽑아 드는 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칼리안의 시선이 낙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엘로라의 손목에 닿았다. 순간, 그의 눈에서 핏빛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내 허락 없이 내 여자에게 낙인을 새긴 대가.” 칼리안이 검을 느릿하게 들어 옥좌 위의 여인을 가리켰다. “이 나라의 멸망으로 치러주지.” 칼리안의 몸에서 폭발한 붉은 마력이 성 전체를 뒤흔들었다. 엘로라는 그 광기 어린 살기 속에서도 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오갈 데 없는 뻐꾸기가 찾은 둥지.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포식자가 지키는 유일한 성역이었다. “칼리안!” 엘로라의 부름에 칼리안의 시선이 비로소 그녀를 향했다. 짐승 같던 그의 눈동자에 찰나의 애틋함이 스쳤다. “기다려, 엘로라. 금방 끝내고 돌아가자. 우리의 집으로.” 그렇게 말하는 칼리안의 눈빛이 다정하면서도 형형하게 빛났다. 성 안의 공기가 칼리안의 붉은 마력에 짓눌려 비명을 질렀다. 부서진 대리석 파편들이 허공을 부유했다. 바닥에는 짙은 피비린내가 진동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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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폭군의 눈물

칼리안은 자신의 손바닥에서 피를 내어 엘로라의 낙인 위로 흘려보냈다. 황제의 정통 혈통만이 가진 강력한 마력이 저주받은 낙인을 짓눌렀다. “아아아악—!” 성 전체가 무너지듯 진동했다. 안개 속에서 실체를 드러낸 여인은 이제 더 이상 헬레네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헬레네가 죽을 때 남긴 원한과 로이센의 금기된 마법이 뒤섞인 괴물이었다. “뻐꾸기가… 감히 제자리를 찾으려 들다니…!” 괴물이 최후의 발악을 하며 달려들었으나, 칼리안의 검은 이미 그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이거 어떡하나? 둥지의 주인은 바로 그 뻐꾸기가 정하는 거라서 말이지.” 칼리안이 검을 비틀어 괴물을 완전히 소멸시켰다. 푸른 빛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성을 뒤덮고 있던 기괴한 마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무너져가는 성곽 아래. 칼리안은 정신을 잃은 엘로라를 품에 안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비바람은 멈춰 있었다. 새벽의 여명이 멀리 국경 너머에서 밝아오고 있었다. “…폐하, 전원 무사합니다.” 세드릭과 기사들이 무릎을 꿇으며 그를 맞이했다. 칼리안은 대답 대신 품 안의 엘로라를 더욱 꽉 껴안았다. 그녀의 손목에 새겨졌던 기분 나쁜 낙인은 희미한 흉터만을 남긴 채 사라져 있었다. “으윽…” 엘로라가 작게 신음하며 눈을 떴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칼리안의 얼굴은 피와 먼지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안도한 눈빛이었다. “…끝났나요?” “그래. 다시는 그 어떤 망령도 너를 부르지 못할 거다.” 칼리안은 그녀의 이마에 깊게 입을 맞추었다. “이제 돌아가자. 우리들의 둥지로.” 엘로라는 그의 목을 꼭 껴안으며 미소 지었다. 뻐꾸기로 태어나 평생을 남의 둥지에서 떨던 소녀. 그 소녀는 이제 제국의 가장 잔혹한 남자의 심장 속에 자신만의 완벽한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그것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가장 확실하고 따뜻한 구원이었다. * 황궁으로 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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