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외치는 순간, 통로 저편에서 낯선 사내들이 튀어나왔다.“누구냐!”“내가 누군지 정녕 모르는 것이냐?”사내들은 잠시 주춤했지만, 곧 검을 뽑아 들었다.“죄송합니다, 폐하. 저희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칼리안도 검을 뽑았다.“그럼 벨 수밖에.”“폐하 혼자서는 무리십니다!”“상관없어. 여기서 지체하면 늦어.”단테가 급히 뒤따라 검을 뽑으며 외쳤다.“기사들, 전방 지원!”몇 합의 칼부림이 오가는 사이, 단테와 다른 기사들이 뒤따라 도착했다. 순식간에 전세가 기울었다.“폐하, 안쪽입니다!”칼리안이 마지막 문을 걷어찼다. 어두운 방 한가운데, 손이 묶인 채 앉아 있는 엘로라가 보였다.“엘로라!”“폐하…!”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칼리안이 급히 다가가 밧줄을 풀어냈다.“괜찮아? 다친 데는.”“없어요. 그냥, 많이 무서웠어요.”칼리안이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미안해.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아니에요. 와주셔서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 맹세해.”“…이번엔 저도 믿을게요.”엘로라가 그의 품 안에서 가늘게 떨리는 숨을 골랐다. 두려움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바로 그때, 방 안쪽 어둠 속에서 낮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정말 감동적인 재회네요.”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얼굴은, 다름 아닌 레이너드 후작이었다.“…후작.”칼리안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가라앉았다. 후작의 얼굴엔, 이제 더는 감출 필요가 없다는 듯한 서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놀랍지도 않군. 결국 네 짓이었어.”칼리안이 엘로라를 등 뒤로 감싸며 검을 겨눴다. 등불 아래 드러난 후작의 얼굴엔, 지금껏 본 적 없는
Last Updated : 2026-09-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