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Chapter 111 - Chapter 120

214 Chapters

109. 뒤바뀐 판

칼리안이 검을 고쳐 쥐었다.“오늘 이 자리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그러실 수 있을까요.”후작이 손을 들자, 어둠 속에서 무장한 사내들이 무더기로 나타났다.“폐하께서 여기까지 오신 건 예상 밖입니다만,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두 분 다 사라지면, 오히려 깔끔하겠군요.”엘로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설마, 여기서 우릴 죽이려는 거예요?”“어차피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요.”칼리안이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완전히 숨겼다.“내 몸에 손 하나만 대봐. 제국 전체가 후작가를 멸문시킬 거다.”“그 전에 손을 쓰면 될 일이죠.”후작의 신호와 함께, 사내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칼리안이 검을 휘두르며 맞섰지만, 수적으로 열세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어둠 저편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이거 참, 재미있는 상황이네요.”낯익은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건, 에녹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조금의 서두름도 없이 여유로웠다.엘로라가 반사적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에녹 님?”“오랜만이네요, 그레이스 영애. 그동안 별일 없으셨습니까.”“…지금 그런 인사를 나눌 상황이에요?”“상황이 어떻든, 인사는 하고 봐야죠.”에녹의 여유로운 태도에, 칼리안의 눈빛이 사납게 번뜩였다.“…너.”후작의 얼굴이 처음으로 당황으로 물들었다.“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될 이유라도?”“약속이 다르지 않나. 엘로라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에녹이 낮게 웃었다.“그건 후작님이 잘못 이해하신 겁니다. 저는 그저, 형님과 그녀가 죽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을 뿐이거든요.”칼리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뜻이지.”“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후작님을 이용해서, 형님이 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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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그레이스의 이름으로

폐광 밖, 새벽빛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밤새 이어진 소란이 거짓말처럼, 하늘은 맑고 고요했다. 포박된 레이너드 후작이 기사들에게 끌려 나갔다. “놔라! 나는 제국의 후작이다!” “그 지위, 오늘부로 박탈될 거야.” 칼리안의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엘로라는 그의 곁에서 오래도록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걸로… 정말 다 끝난 거예요?” “아직 법정에서의 절차가 남았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야.” “로이 님은요?” “협박당한 정황이 명백하니, 죄를 묻지 않기로 했어.” 엘로라는 그 말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드디어… 끝난 걸까.’ 씁쓸함과 안도가 동시에 밀려왔다. * 사건이 마무리되고 난 뒤였다. 로웰이 다급히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가씨! 무사하셨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유모, 걱정 많이 했죠. 미안해요.” “미안하긴요. 살아 돌아오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에요.” 로웰은 그녀의 얼굴 이곳저곳을 살피며 눈물을 훔쳤다. 엘로라는 그 손길에 마음이 놓였다. 에녹이 검을 검집에 넣으며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덕분에요. 고마워요.” “고마워하실 것까진 없습니다. 저도 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뿐이니까요.” “그 이유, 이제는 말해줄 수 있어요?” 에녹이 잠시 침묵하다 옅게 웃었다. “언젠가는요. 오늘은 아닙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아침 안개 속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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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숨겨진 봉인

언덕 너머로, 붉은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돌기둥의 형체가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가까이 다가갈수록, 공기 중에 낮게 울리는 진동이 발끝을 타고 전해져 왔다.세드릭이 앞장선 병사들에게 손짓으로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여기서부터는, 도보로 이동하겠습니다. 말들이 자꾸 불안해합니다."과연, 말들은 귀를 뒤로 젖힌 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칼리안은 엘로라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정상에 다다르자, 결계석의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사람 키의 세 배는 됨직한 검은 돌기둥이, 표면 전체에 붉은 균열을 드러낸 채 낮게 진동하고 있었다.그 주위로는, 오래전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낯선 문양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새겨져 있었다."…저 문양."엘로라가 낮게 숨을 삼켰다.목걸이에 새겨진 것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그때 영지 마도사장이 조심스레 다가와 보고했다."대공 전하,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습니다. 다만, 이 결계석은 저희가 아는 방식으로는 다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어떤 의미로.""보통의 결계석은 외부의 힘으로 열거나 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마치 특정한 존재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반응합니다."칼리안과 엘로라의 시선이, 동시에 서로를 향했다.기다리고 있던 존재가 누구인지, 두 사람 모두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안 돼."칼리안이 먼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위험할지도 몰라. 좀 더 확인부터 하고.""확인할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요. 균열은 계속 커지고 있잖아요."엘로라는 그의 손을 가만히 풀어내며, 결계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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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어머니가 숨겨둔 건

"엘로라!" 칼리안의 목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녀는 힘없이 뒤로 쓰러졌고, 곧바로 그의 품에 안겼다. "정신 차려. 나 좀 봐." 엘로라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폐하." "괜찮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다, 어지러움에 다시 그의 팔에 기댔다. "…어머니를, 봤어요." 그 말에 칼리안의 눈이 커졌다. "정말 봤다고?" "환영 같은 거였어요. 어머니가, 저 안에 뭔가를 봉인해두셨어요." 마도사장이 다급히 다가와 물었다. "봉인이라니요, 대체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엘로라는 낮게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세드릭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런 걸, 대체 왜 이 땅에 묻어두신 걸까요." "그리고 그게, 하필 왜 지금 와서 다시 깨어나려는 걸까요." 엘로라의 물음에,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칼리안은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며, 결계석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균열은 여전히,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어. 아르멜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버텨야 해." 그의 목소리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긴장이 서려 있었다. 엘로라는 그의 팔을 붙잡으며, 낮게 숨을 골랐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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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그리운 자장가

엘로라는 그 말에, 낮게 숨을 삼켰다. '…내가, 여기 없어서. 내가, 이곳에 없어서 이렇게 된 거였구나.' 죄책감이 서서히 그녀의 가슴을 짓눌러왔다. 칼리안이 그녀의 손을 굳게 잡으며 말했다. "네 탓이 아니야. 너는, 여기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었잖아." "그래도… 결국은,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럼 지금부터 채우면 돼. 지금, 네가 여기 있잖아." 아르멜이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다만, 지금 당장 완전히 봉인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봉인 자체가, 상당히 복잡한 고대 마법으로 짜여 있어서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거지." "시간을 주시면,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칼리안은 낮게 고개를 끄덕이며, 결계석을 다시 한번 올려다보았다. 균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붉은빛이, 조금씩 더 짙어지고 있었다. * 그날 오후, 아르멜은 영지 서고에 남아 있던 오래된 마법 문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엘로라도 곁에서 그를 돕겠다며 자리를 지켰다. "저도 뭔가 도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영애의 도움이라면, 오히려 이쪽에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요?" "봉인이 그레이스의 혈통을 필요로 한다면, 해제든 강화든 결국 열쇠는 영애께 있을 겁니다. 문헌을 읽는 동안, 그레이스 대공가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면 뭐든 말씀해주십시오." 엘로라는 낮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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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재등장한 에녹

“…사흘 전 밤, 아주 미세한 진동이 한 번 감지되었습니다."그 말에 칼리안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그 얘기는, 왜 나한테 안 했지.""영애께서 회복하시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 판단해서, 보고를 미뤘습니다. 죄송합니다."칼리안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판단은 옳았어. 다만 앞으로는, 작은 것 하나도 바로 알려줘."세드릭이 조심스레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그 봉인된 존재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아낸 게 있으십니까."아르멜은 낮게 고개를 저었다."문헌 어디에도,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기록은 없었습니다. 다만.""다만, 뭔가 이상합니다."“그게 뭐지?”“고대 문헌 중 하나에, '경계 너머에서 온 것'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아마도, 그것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그 말에 엘로라의 눈이 커졌다."경계 너머라니, 그게 어디예요.""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이 세계의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로 읽힙니다."칼리안은 낮게 미간을 좁혔다."…그럼, 헬레네 님이 왜 그런 걸 이 땅에 봉인해두셨는지도 알 수 없다는 건가.""현재로선, 그렇습니다. 다만 그레이스 대공가에, 관련된 더 오래된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그때, 천막 밖에서 병사 하나가 다급히 뛰어들어왔다."대공 전하! 저택 정문에, 낯선 손님이 찾아왔습니다!"칼리안이 낮게 물었다."누구지."병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게 대답했다."…본인을, 에녹이라고 소개했습니다."칼리안과 엘로라의 시선이 동시에 서로를 향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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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수상한 자들

엘로라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그런 말은 언제 들어도 낯간지러워요.""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말해줄 생각인데.""그럼 저도 계속 낯간지러워하는 걸로."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짧게 웃었다.*그날 오후, 아르멜은 그레이스 대공가의 더 오래된 기록을 찾기 위해 지하 서고로 향했다.몇 대에 걸쳐 쌓인 먼지 낀 문서들 사이에서, 그는 낡은 가죽 표지의 책 한 권을 발견했다.표지에는, 결계석에 새겨진 것과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그는 조심스레 책을 펼쳐, 빛바랜 글자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한참을 살피던 그의 얼굴이, 점점 심각하게 굳어갔다."…이럴 수가."그는 서둘러 책을 챙겨, 칼리안과 엘로라가 있는 응접실로 향했다."폐하, 대공 전하. 뭔가 중요한 걸 찾은 것 같습니다."칼리안이 낮게 물었다."뭔데."아르멜은 책을 펼쳐, 한 페이지를 가리켰다."이 기록에 따르면, 이 봉인은 원래 그레이스 대공가 한 곳만의 힘으로 세운 게 아니었습니다."엘로라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누구와 함께요?""…황실입니다."칼리안의 눈이 커졌다."황실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기록에 따르면, 봉인 당시 그레이스 대공가와 황실 양쪽의 힘이 함께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두 혈통의 힘이 얽혀야만, 완전한 봉인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칼리안은 낮게 숨을 골랐다."…그럼, 지금 완전히 재우지 못한 이유도.""아마도, 그레이스의 힘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일 겁니다. 원래는, 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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