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 말이 떨어진 순간.
회의장 안의 공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엘로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죽이라고?’ 자신이 태어난 날, 황실이 내렸다는 명령이었다. 그녀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저를요?” 레이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 엘로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제가 태어난 날, 황실은 저를 죽이라고 명령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레이너드가 분명하게 대답했다. 웅성거림이 회의장 전체로 번졌다. 귀족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떠올랐다.레이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로라가 다시 물었다. “왜 저를 살려 두었습니까?” 긴 침묵 끝에. 레이너드가 처음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살린 것이 아닙니다.” 엘로라의 눈이 커졌다. “그럼 누가…….” 레이너드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두려움이었다. “당시 황궁에 있던 단 한 사람이.” 레이너드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선대 황제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엘로라는 숨을 삼켰다. 그 순간 칼리안의 얼굴이 굳었다. 레이너드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선대 황제의 황후였습니다.” 레이너드의 말이 끝난 순간 회의장 안이 조용해졌다.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왜 그 이름이 왜 지금 이 자리에서 등장했는지, 엘로라는 이해할 수 없었다. “……황후가 저를 살렸다고요?” 레이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떨어진 순간. 회의장 안의 공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엘로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죽이라고?’ 자신이 태어난 날, 황실이 내렸다는 명령이었다. 그녀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저를요?” 레이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 엘로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제가 태어난 날, 황실은 저를 죽이라고 명령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레이너드가 분명하게 대답했다. 웅성거림이 회의장 전체로 번졌다. 귀족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누군가는 칼리안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엘로라는 다른 누구도 바라보지 않았다. 오직 칼리안만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칼리안.” 그가 고개를 들었다. “정말이에요?” 칼리안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엘로라는 다시 물었다. “선대 황제가 저를 죽이라고 명령했어요?” “……그 명령이 내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 한마디에 엘로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이 이상할 정도로 차분해졌다. 왜 자신을
레이너드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엘로라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상했다. 레이너드는 물러났지만 패배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확인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 순간 레이너드가 고개를 들었다. “폐하께서는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칼리안의 눈빛이 변했다. “무엇을 말이지?” 레이너드는 엘로라를 바라보았다. “그레이스 대공가가 왜 멸문했는지.” 엘로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칼리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이너드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가문이 단순히 황실과 사이가 나빠서 사라졌다고 생각하십니까?” “…….” “아니면 폐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계신 겁니까?” 엘로라는 칼리안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왜요?” 엘로라가 물었다. 레이너드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전하?” “우리 가문이 왜 사라졌는지.
그레이스 대공가. 이미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가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후계자가 황녀의 모습으로 자신들의 앞에 서 있었다. 레이너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증거라도 있습니까?” 제 안방에라도 들어온 양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엘로라는 그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물론입니다.” 대답한 것은 칼리안이었다. 그가 손을 들어 올렸다. 곧 뒤편의 문이 열렸다. 기사들이 오래된 문서와 봉인된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회랑에서 발견된 기록들이었다. 그중 하나의 봉인을 본 순간. 레이너드의 표정이 굳었다. 그것은 황실의 봉인이 아니었다. 그레이스 대공가의 봉인이었다.
엘로라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황제와 황후. 왕자와 공주. 그리고 오래전 역사에서 사라졌다고 알려진 가문들. 그 끝에 이르러서야 엘로라는 걸음을 멈췄다. 가장 아래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엘로라 그레이스. 거기에 황녀라는 칭호는 없었다. 황실의 문장도 없었다. 대신 그 이름 옆에는 단 하나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레이스 대공가의 정당한 후계자.’ 엘로라의 숨이 멎었다. 자신이 황녀라고 믿었던 모든 시간이 거짓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다. 자신은 황실에서 밀려난 아이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황실과는 다른 계승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때였다. 궁전 곳곳에서 동시에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뎅—!
“맞아, 거짓말이지.” 엘로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때 칼리안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말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엘로라는 그 손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칼리안.” “말해.”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까요?” “네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유언을 전하러 왔다.” 그 목소리가 사라진 순간. 엘로라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 이자벨라 그레이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 기억 속에 제대로 남아 있는 모습조차 희미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사람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남겼다고 했다. “무슨 유언이죠?” 엘로라가 물었다. 잠시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