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방어벽을 쳤지만, 오후의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보여준 상수의 모습은 그 벽을 비웃듯 무너뜨렸다. 그는 혜연의 차가운 금속 소재와 직선적인 가구 배치 위로, 마치 안개처럼 부드럽게 스며드는 향기를 제안했다. 클라이언트는 감탄했고, 미팅은 완벽한 성공이었다.미팅이 끝나고 향한 맥주집. 민지는 이미 분위기에 취해 두 사람을 대놓고 엮기 시작했다.“상수 씨, 우리 혜연이가 어릴 때부터 1등만 해서 연애를 좀 못 해요. 걔가 도면은 완벽하게 그려도 사람 마음은 잘 모르거든요. 고지식함의 결정체랄까? 근데 오늘은 좀 풀어지네? 너 맥주 한 잔에 얼굴이 그렇게 빨개지면 어떡해?”“민지야, 제발 그만해!”혜연이 테이블 밑으로 민지의 발을 걷어찼지만, 이미 차오른 술기운은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홍당무가 된 얼굴로 맥주잔만 들이키는 혜연을, 상수는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자, 상수 씨. 솔직히 말해봐요. 우리 혜연이 첫인상, 진짜 재수 없었죠? 너무 빡빡해서 숨 막혔죠?”민지의 짓궂은 질문에 혜연은 차라리 이 자리가 꺼지길 바랐다. 하지만 상수는 잔잔한 웃음을 띠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첫인상은… 세상에서 제일 빈틈없는 사람처럼 보였어요.”그의 시선이 혜연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고정되었다.“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저 단단한 방패 뒤엔, 도대체 어떤 맘이 숨어 있을까 하고.”상수의 그 말은 단순한 호기심의 선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혜연이 정성껏 쌓아 올린 성벽의 가장 약한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 직격탄이었다. 혜연은 타오르는 얼굴을 감추려 차가운 맥주잔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닿는 축축한 습기가 마치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 같았다."어머, 작가님 멘트 장난 아니다! 혜연이 방패가 아니라 유리창이라니까? 속이 다 보여!"민지가 짓궂게 웃어댔지만, 혜연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직 제 앞에 앉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응시하는 상수의 눈빛만이 비현실적으로 선
최신 업데이트 : 2026-07-1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