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의 목소리에 서린 전문가로서의 긍지가 혜연의 가슴을 울렸다. 그는 단순히 로맨티시스트가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딛고 선 현실을 가장 단단하게 다질 줄 아는 남자였다. "그래서 우리, 6개월 뒤에 결혼해요. 그 6개월 동안 나는 내 모든 역량을 쏟아 프로젝트를 끝내고, 혜연 씨는 10년 동안 못 했던 휴식을 가져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내 옆에서 숨만 쉬어도 내가 다 채울 테니까. 그동안 우리가 함께할 미래를 설계해줘요. 혜연 씨는 그게 전공이잖아요." 상수는 혜연의 두 손을 꼭 잡고, 강 너머 지평선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그 일들이 다 마무리되는 날, 우리 신혼여행으로 세계 일주 가요. 비행기 표만 끊고,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10년 동안 차가운 도면 선 안에 갇혀 있던 혜연 씨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잠시 우리 둘만의 세상에서, 온전하게 우리를 찾고 오는 거예요. 어떤 향기와 어떤 공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같이 지도를 그려보는 거죠."혜연은 상수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6개월 뒤의 약속. 그것은 단순히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었다. 상수가 혜연을 위해 설계한, 가장 거대하고도 로맨틱한 '진짜 자유'의 시작이었다. 혜연은 그의 품 안에서 생애 처음으로 완벽한 안전함을 느꼈다. 태양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두 사람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강물 위로 달빛이 부서져 내리고, 바람은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뜨렸다. 혜연은 상수의 목을 팔로 감싸며 그를 깊게 받아들였다.
Zuletzt aktualisiert : 2026-09-22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