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 중심,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길게 뻗은 그림자의 끝에 상수가 서 있었다. 그는 수백 개의 날 선 시선들을 방패 하나 없이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저 사람이야?", "세상에, 저기가 어디라고..." 하는 독설 섞인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상수를 덮치고 있었지만, 상수의 시선은 오직 한 곳, 혜연의 젖은 눈동자에 고정되어 있었다.그 순간, 혜연의 세계에서 모든 소음이 음소거되었다.수군대던 사람들의 입모양도, 바쁘게 움직이던 회전문 소리도 사라졌다. 오직 상수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구두 소리만이 심장 박동처럼 크게 울렸다. 디즈니 동화 속, 저주받은 성의 문을 부수고 들어온 기사처럼, 혹은 유령으로 살던 그녀에게 다시 '이름'을 돌려주러 온 창조주처럼 그가 눈앞에 섰다."상수 씨..."혜연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상수는 대답 대신 혜연의 차가운 손을 낚아채듯 꽉 잡았다.앗, 하는 짧은 신음이 나올 새도 없이 뜨거운 온기가 전해졌다.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 아래 딱풀 독에 올라 뻣뻣하게 굳어 있던 혜연의 손이, 상수의 단단한 손바닥 안에서 눈 녹듯 풀어졌다. 그의 손은 너무나 뜨거워 화상을 입을 것 같았고, 동시에 세상 그 어떤 요새보다 견고했다."데리러 왔어요. 가요, 우리."상수의 짧은 한마디는 선언이었다. 이제 더 이상 혼자서 이 비난의 화살을 맞게 두지 않겠다는, 비겁함을 씻어낸 남자의 결연한 맹세.상수는 수많은 구경꾼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혜연을 자신의 품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로비를 가로질렀다. 혜연은 비로소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질식시켰던 그 지독한 수군거림이, 이제는 상수의 넓은 어깨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고 있다는 것을.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상관없었다. 상수가 잡은 손을 통해 전달되는 그의 규칙적인 맥박이 혜연의 혈관을 타고 흘러 들어와, 그녀의 멈춰있던 시간을 다시 돌리고 있었으니까. 그에게서 나는 약간의 땀 냄새와 찬 공기의 향은 그 어떤 향수
Zuletzt aktualisiert : 2026-09-09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