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민지의 주도로 혜연과 상수, 그리고 민지와 재현, 이 넷의 저녁 식사 자리가 만들어졌다."자, 자! 다들 주목! 오늘 이 자리는 누가 만든 거다? 바로 나, 김민지 되시겠다! 박혜연, 너 오늘 진짜 나한테 절해야 돼. 내 손가락이 캡처 버튼 누르느라 지문이 닳아 없어질 뻔했다고!"민지가 맥주잔을 높이 들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평소 사무실에서의 차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옆에 앉은 재현은 그런 민지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고기를 구워 그녀의 앞접시에 수북이 쌓아주며 거들었다."당연하지. 우리 민지가 아니었으면 그 뱀 같은 김진우가 아직도 팀장 노릇 하고 있었을걸? 상수 너도 인마, 형수님한테 감사하다고 해. 형수님이 정의 구현 안 하셨으면 혜연씨가 아직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만해도.. 어휴..아찔하다.""형수님은 무슨... 오빠, 아직 김칫국 마시지 마요."민지가 새침하게 대꾸하면서도 재현이 먹여주는 쌈을 넙죽 받아먹었다. 둘은 자기들만의 세상에 빠진 듯 서로의 입가에 묻은 양념을 닦아주며 달달한 분위기를 풍겼다."혜연아, 나 오늘 성게알 초밥 먹고 싶었는데 참은 거야. 그러니까 오늘 고깃값은 네가 내는 거다? 아니, 차기 박팀장님이 쏘는건가?"민지의 쾌활한 농담에 혜연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금세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옆에 앉은 상수 역시 잔을 만지작거릴 뿐, 평소처럼 재현의 농담을 받아치지 못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승리의 고양감 대신, 짙은 안개 같은 허무함이 서려 있었다.이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눈치 빠른 민지였다. 민지는 상추를 집어 들려다 말고 혜연의 얼굴을 빤히 살폈다."어라? 박혜연, 왜 그래? 오늘같이 좋은 날에 왜 표정이 그 모양이야? 김진우 그 인간, 아예 짐도 못 챙기고 도망가듯 퇴근했다며. 완전 통쾌한 엔딩인데, 왜 네 얼굴은 초상집이야?"재현 역시 상수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상수 너도. 계약 유지됐다면서? 오 사장이 직접 등판해서 클라이언트 입
Zuletzt aktualisiert : 2026-09-13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