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 강남대로 지하철역 출구 계단은 지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의 무채색 발소리로 가득했다. 혜연은 이 거대한 기계 장치의 부속품처럼 인파를 헤치며 능숙하게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던 민지는 사정이 달랐다. 월요일의 숙취가 덜 깼는지, 아니면 새로 산 구두가 말썽인지 민지는 사람들에 밀려 휘청이다 앞서가는 누군가의 단단한 어깨를 아주 제대로, 강하게 들이받았다.“악! 아, 죄송합니... 어? 야, 너!”사과를 하려 고개를 든 민지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상대방 역시 구겨진 수트 어깨를 털며 고개를 돌리다 민지를 확인하자마자 미간을 험악하게 찌푸렸다. 얼마전, 푸드코트에서 음식 쟁반을 사이에 두고 처절하게 으르렁댔던 그 남자, 상수의 친형, 재현이었다.“이거 보세요, 김민지 씨. 우리 분명히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길에서 마주치면 투명인간 취급하고 모르는 척하기로. 출근길부터 사람 진을 다 빼놓으시네, 진짜.”“누가 할 소릴! 저도 그쪽 얼굴 보니까 오늘 아침부터 재수가 옴 붙은 것 같거든요? 어쩐지 아침에 까치가 안 울더라니!”민지는 본능적으로 독설을 쏘아붙였지만, 홱 돌아서서 멀어지려는 재현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뇌리에 번개가 쳤다. ‘잠깐. 이 인간, 강상수랑 제일 가까운 사이잖아?’ 상수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 민지에게 재현은 더 이상 단순한 ‘푸드코트 빌런’이 아니었다. 그는 상수의 지난 8년, 소영과의 연애사, 그리고 그가 왜 그녀와 헤어졋는지까지, 혜연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도 탈탈 털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정보원이었다. 민지의 눈동자가 정보원 발견에 기민하게 굴러가더니, 이내 입가에 경련 섞인 가식적인 미소가 번졌다.“아니, 재현 씨! 잠깐만요! 가만 보니까 오늘 수트가 아주 찰떡이시네요? 어머, 인물이 아주 훤하시네! 강남역에 웬 모델이 서 있나 했네!”“...뭐예요? 갑자기 왜 이래요? 무섭게. 돈 빌려달라고 할 거면 정중히 거절합니다.”“에이, 무섭긴요! 우리 푸
Last Updated : 2026-07-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