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친구의 남자였던, 그에게 향하다.: Chapter 21 - Chapter 30

154 Chapters

007 로비 작전 #1

출근길 지하철, 혜연은 유독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엄지손가락으로 검지의 마디마디를 훑을 때마다 툭툭 걸리는 이질감 때문이었다.  어제 강상수가 제멋대로 감아놓고 간 밴드는 하룻밤 사이 먼지가 앉아 가장자리가 거뭇하게 들떠 있었다. 혜연은 그것이 마치 자신의 결벽증적인 완벽한 일상에 소리 없이 침입한 지저분한 불객처럼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다. ​사무실 건물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혜연은 화장실로 직행했다. 세면대 앞에 서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는, 마치 부정한 주술의 도구를 제거하듯 조심스럽게, 그러나 과감하게 밴드를 떼어냈다. ​‘촤악—.’ ​가벼운 마찰음과 함께 밴드는 쓰레기통으로 번지점프를 했다. 드디어 해방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밴드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남은 미세한 접착제의 잔여물이 문제였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마디 사이에 끈적이는 감각이 기분 나쁘게 걸리적거렸다.  그것은 단순한 화학 성분이 아니었다. 어제 회의실의 그 밀폐된 공기, 제멋대로 제 손을 당겨 밴드를 감던 상수의 단호했던 눈빛, 그리고 밴드 틈새로 스며들었던 그 쌉싸름한 시트러스 향까지. 그 모든 금기된 기억이 응축된 끈적임이었다. ​혜연은 비누를 세 번이나 펌핑해 거품을 내어 손을 씻었지만, 그 걸리적거림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손끝에 남아 끈질기게 그녀의 이성을 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Read more

007 로비 작전 #2

그녀는 소영의 눈을 가리는 척하며 그녀를 거의 조형물 뒤로 밀쳐 넣다시피 했고, 그와 동시에 옆에 서 있던 민지에게 '동공 확장' 텔레파시를 쏘아 올렸다. ​[민지야! 저 남자 안 치우면 오늘 우리 다 같이 한강 가야 해! 당장 보쌈해!] ​민지는 혜연의 거의 흰자위만 남은 눈동자를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녀는 전직 운동선수 출신다운 날렵한 몸놀림으로 상수의 뒤로 순식간에 접근했다. ​“강 작가님! 잠시 실례 좀 할게요!” ​“아, 민지 씨? 혜연 씨가 지금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이상한 건 작가님 스케줄이에요! 지금 당장 12층 회의실에 향료 샘플 안 가져다주면 우리 다 잘려요! 자, 갑시다!” ​민지는 상수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끼워 그대로 ‘견인’하기 시작했다. 상수의 발이 공중에 살짝 뜰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어어? 잠시만요! 제 가방이...!” 상수는 저항했지만, 민지의 무지막지한 힘 앞에선 종이 인형처럼 무력했다. 민지는 상수를 질질 끌고 가며 로비 구석 비상 계단실 문을 발로 뻥 차고 그를 쑤셔 넣었다.  ​그 광경을 곁눈질로 확인한 혜연은 그제야 소영의 허리를 놓아주었다. ​“...혜연아. 너 방금 좀 무서웠어. 무슨 신들린 줄 알았잖아.” ​소영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Read more

공범의 무게 #1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혜연은 밤새 소영과의 식사 자리에서 느꼈던 그 아찔한 감각을 복기하느라 퀭한 눈으로 거울을 마주해야 했다.  5년 전, 소영이 상수와 이별하고 나서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졌었는지 혜연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한 달 내내 퇴근길에 불려 나가 소영의 술상무가 되어주었고, "그 나쁜 놈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 안주도 없이 소주만 들이켜며 울부짖던 친구를 업어 나른 게 몇 번이었던가. 소영에게 상수는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청춘의 가장 빛나던 8년을 통째로 도려내 간 거대한 상실이었다. 1년 즈음이 지나,  "이제 소개팅도 할 거야. 그 인간 향기도 가물가물해" 소영이 비로소 쿨하게 웃어 보였을 때 혜연은 진심으로 안도했었다. 하지만 친구 마음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흉터가 아물었다고 해서 칼날을 다시 들이대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소영이 설령 다 잊었다 해도, 그 '나쁜 놈'과 제 절친인 혜연이 한 팀이 되어 매일 머리를 맞대고 살을 비비며 향수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것은 소영이 공들여 쌓아온 평온한 일상에 거대한 바윗덩이를 던져 균열을 내는 꼴이 될 게 뻔했다. 출근하자마자 탕비실로 향한 혜연의 발걸음은 납덩이를 매단 듯 무거웠다. 머릿속은 온통 상수를 어떻게 하면 소영의 동선에서 완벽하게 격리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로 가득했다. “야, 박혜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Read more

공범의 무게 #2

옥상 문을 열자, 상수는 난간에 기대어 탁 트인 도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오의 햇살이 그의 날렵한 콧날과 턱선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혜연이 다가오는 구두 소리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왔네요. 생각보다 빨리.” “착각하지 마세요. 상수 씨가 오라 가라 한다고 오는 사람 아니니까.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예요.” 혜연은 상수와 서너 걸음 이상의 거리를 둔 채 멈춰 섰다.  "어제 일은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소영이 안 마주치고 조용히 넘어갔네요." 상수가 여유를 부리려 하자, 혜연이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 “여유 부릴 상황 아니에요, 상수 씨. 나 어제 소영이 보면서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요?그 애, 이제 겨우 상수 씨라는 악몽에서 깨어나서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그 애 몰래 향수를 만들고, 숨바꼭질이나 하고 있고! 이게 친구로서 할 짓인가 싶어서 잠 한 숨 못 잤다고요.” 혜연의 눈빛이 매섭게 타올랐다. 상수의 표정에서 부드러운 미소가 서서히 걷히고, 무미건조한 비즈니스맨의 얼굴이 드러났다. “난 상수 씨가 좋으라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소영이가 다시 상수 씨 같은 인간 때문에 기분 잡치는 꼴 보고 싶지 않아서, 내 친구 일상이 망가지는 게 싫어서 이러는 거라고요. 그러니까 조심해요. 나랑 엮이는 상황 자체를 즐기지 말고,&nbs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Read more

공범의 삼각형 #1

혜연에게 ‘비밀’을 전수받은 민지의 태도는 출근 직후부터 눈에 띄게 달라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 고집불통 조향사 때문에 내 워라밸 다 망가진다"며 상수를 향해 날 선 투덜거림을 내뱉던 그녀가 아니었다. 민지는 이제 상수를 단순한 업무 파트너가 아닌, 혜연의 입을 통해 전해 들었던 ‘희대의 가십 주인공’이자 흥미진진한 관찰 대상으로 대하고 있었다.“야, 박혜연. 진짜 저 사람이 그 강상수라고? 소영 씨가 밤마다 맥주 캔 찌그러뜨리며 울면서 너한테 욕했다던 그 '영혼 없는 나쁜 놈'?”민지가 칸막이 너머로 목소리를 죽이며 속삭였다. 혜연은 서류 더미에 코를 박은 채 펜을 굴렸다. 하지만 민지의 질문은 혜연의 귓가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평온했던 아침 공기를 뒤흔들었다.“조용히 해. 사무실 떠나가겠다. 그리고 남의 과거 들춰보라고 말해준 거 아니니까 제발 네 일이나 해. 도면 마감 오늘까지인 거 잊었어?”“아니, 내 말 좀 들어봐. 얼굴은 진짜 멀끔하잖아. 솔직히 저 정도 피지컬에 저 눈빛이면 소영 씨가 왜 8년이나 인생을 저당 잡혔는지 백번 이해가 가긴 하네. 근데 저 조향사, 소영 씨랑 헤어지고 나서 바로 잠적했다며? 와, 진짜 잔인하긴 한데... 한편으론 궁금하네. 저 얼굴로 무슨 대단한 향기를 풍겼길래 소영 씨가 아직도 그 냄새만 맡으면 발작을 할까? 나 같아도 저런 남자가 갑자기 사라지면 미칠 것 같긴 해.”민지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상수가 사무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오는 순간 절정에 달했다. 상수는 오늘도 군더더기 없는 화이트 셔츠에 짙은 네이비 슬랙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의 걸음걸이는 신중했고, 손에 든 가죽 향료 가방은 마치 그의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다. 상수가 혜연의 자리로 성큼성큼 다가오자 민지의 눈이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반짝였다.“좋은 아침입니다. 혜연 씨, 어제 요청하신 공간 피드백 수정안과 베이스 노트 샘플 가져왔습니다.”상수가 깍듯하게 자료를 내미는 찰나, 민지가 용수철처럼 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Read more

공범의 삼각형 #2

혜연은 상수의 손길이 닿았던 패치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으로 밀어버렸다. “이런 거 챙겨주실 필요 없어요. 제 컨디션은 제가 알아서 관리합니다. 상수 씨는 본인 작업에나 더 신경 쓰시죠. 우린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고, 과도한 친절은 오해를 부릅니다.” “유혹하는 거 아니니까 날 세우지 마세요.”  상수가 담백하게 덧붙였다.  “혜연 씨 컨디션이 나빠서 설계 미스라도 나면, 제가 수만 번 배합해서 준비한 향기도 제 자리를 못 찾고 길을 잃으니까요. 이건 순수하게 제 결과물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서포트입니다. 부담 갖지 마세요.”친밀감을 거부하며 세운 그녀의 철벽이 무색하게도, 상수는 그 벽을 타고 넘어오려 애쓰는 게 아니라 벽 자체를 존중하며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건조해서 오히려 혜연을 당황하게 했다.  상수의 태도는 마치 혜연이 세운 경계선 밖에서 조용히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그녀가 스스로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수행자 같았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인 혜연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화면에 선명하게 뜬 이름은 ‘윤소영’. 혜연의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상수는 화면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의자를 뒤로 물려 혜연의 시야 사각지대, 회의실 구석의 짙은 그림자로 몸을 숨겼다. 익숙하게 몸을 숨기는 그의 동작에서 8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가 소영의 뒤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Read more

완벽의 균열 #1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한복판의 공기는 퇴근길 직장인들의 날 선 신경질과 노후한 실외기가 뿜어내는 눅눅한 열기로 가득했다.  혜연은 형태가 흐물거리는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친 채 지하철 2호선에 몸을 구겨 넣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짓을 반복했으면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인간의 존엄성이 출입문 틈새에 끼어 납작해지는 감각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 이번 주 서울에서의 삶은 ‘강상수’라는 기습적인 악취에 오염된 상태였다. 눈을 감아도 그가 무심하게 감아준 밴드의 끈적임이 손가락 마디에 남은 듯했고, 귀를 막아도 “공범 맞네요”라며 낮게 읊조리던 목소리가 이명처럼 윙윙댔다.  혜연은 결심했다. 이 오염된 도심을 벗어나야 한다.  모든 사회적 자아와 ‘차도녀’의 가치를 거세하고, 오직 ‘박혜연’이라는 생명체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성역(聖域). 경기도 변두리에 위치한, 청국장 냄새와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공존하는 본가로 도망치기로 했다. “나 왔어...” 현관문을 열자마자 혜연은 구두를 걷어차듯 벗어 던졌다. 가방은 거실 소파 밑으로 처박혔고, 그녀의 몸은 그대로 거실 장판 위로 번지점프를 하듯 엎어졌다.  차가운 장판의 감촉이 뺨에 닿는 순간, 10년 차 유능한 과장 박혜연은 죽고 서른이 넘은 백수 같은 딸내미 박혜연이 부활했다. “이 기집애가 연락도 없이! 너 밥은 먹었어? 얼굴이 왜 이렇게 반쪽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Read more

완벽의 균열 #2

잊고 있었다. 이 남자는 소영의 구 남친이었다. 8년 동안 이 골목의 가로등 개수까지 파악하며 소영을 집까지 바래다주었을 놈이었다. “미쳤어요? 여기가 어디라고 와요! 당장 나가요! 여긴 상수 씨가 발을 들일 데가 아니라고요! 소영이네 집 저기인 거 몰라요?” 혜연이 상수의 팔을 잡아 마트 구석으로 밀어내려 애썼다. 그러나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 차림의 혜연이 아무리 힘을 써봤자, 상수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솟아오른 사과머리와 쌩얼을 흥미진진하게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당혹감이 아니라, 처음 보는 희귀 생명체를 관찰하는 듯한 깊은 호기심과 옅은 미소가 담겨 있었다. “왜요? 여긴 공공장소 아닙니까. 게다가 저, 혜연 씨네 어머님도 뵌 적 있는데. 5년 전인가, 소영이 생일 때 케이크 사 들고 왔다가 골목 어귀에서 길 물어보셔서...” “입 닥쳐요! 제발! 그 입 좀!” 혜연이 그의 입을 막으려 손을 뻗는 찰나, 마트 입구에서 카트를 밀며 위풍당당하게 들어오던 영순 씨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혜연의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영순 씨의 눈이 번뜩였다. 회사에 들어가고 10년 만에 딸 주변에서 처음 발견된, 그것도 소금기 하나 없이 말끔하게 잘생긴 ‘남성’의 존재에 그녀의 레이더가 풀가동된 것이다. “어머, 혜연아! 이 잘생긴 총각은 누구야? 너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Read more

8년의 잔상 #1

월요일 아침의 공기는 유독 점성이 높았다. 밤새 내린 이슬 때문인지, 아니면 주말 내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강상수라는 잔상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혜연은 본가에서의 평화가 아닌, 폭풍 전야 같은 긴장감을 뒤로하고 도망치듯 구두를 신었다. 현관 거울 속의 자신은 평소보다 더 날이 서 있었고, 눈 밑의 다크서클은 컨실러로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엄마, 나 가! 늦었어! 오늘 회의 대박 큰 거 있단 말이야!” ​대문을 열고 나서려는 찰나,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엄마 영순 씨가 고무장갑도 벗지 못한 채 현관까지 전력 질주해 나왔다. 거품이 몽글몽글 묻은 붉은 고무장갑이 혜연의 코끝에서 위협적으로 가로막혔다. 락스 냄새가 혜연의 신경을 긁었다. ​“야, 박혜연! 잠깐만 서 봐! 너 애미 말이 말 같지 않냐?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아, 왜! 진짜 늦었다니까? 월요일 아침 2호선이 얼마나 지옥인지 알면서 그래. 나 과장 달고 지각해서 후배들 보기 민망하게 만들 거야?” ​“체면이 문제냐, 지금 내 머릿속이 엉망진창인데! 아니, 내가 어제 잠자리에 누웠는데 말이야. 자꾸 그 총각 면상이 천장에 둥둥 떠다니는 거야. 눈만 감으면 그 훤칠한 콧날이 아른거려서 잠을 한숨도 못 잤어. 걔, 분명히 어디서 봤어.” ​영순 씨가 거품 묻은 고무장갑 낀 손으로 턱을 괴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혜연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감각에 마른침을 삼켰다. 불길한 예감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Read more

8년의 잔상 #2

회의가 끝나고 팀장님이 먼저 나간 뒤, 넓은 회의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혜연이 도망치듯 노트북을 챙겨 일어나려 할 때, 상수가 의자를 드르륵 끌어 혜연의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 배어 나오는 쌉싸름한 시트러스 향과 묵직한 우디 향이 뒤섞여 혜연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혜연 씨, 오늘 유독 도면이랑 싸우시는 것 같네요. 미간에 주름이 아주 깊게 파였어요. 제 보고가 마음에 안 드셨습니까? 아니면... 주말의 여운이 아직 남으셨나?” ​“...강상수 씨,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거든요. 우리 엄마가 당신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수사 시작했다고요. 엄마들 계모임 날짜가 이번 주 금요일이에요. 조만간 소영이네 엄마한테 전화 한 통 가는 건 시간문제라고요. 그럼 우린 끝이에요!” ​혜연의 날 선 목소리에 상수가 의외라는 듯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가 밀폐된 회의실 안에서 묘한 공명을 만들었다. 그는 넥타이를 살짝 늦추며 테이블에 몸을 기댔다. ​“어머님 기억력이 상당히 예리하시네요. 하긴, 8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죠. 제가 그 골목 가로등 개수부터 담벼락에 핀 능소화 색깔까지 다 아는데, 어머님 눈에 제가 투명인간처럼 보였을 리가 없잖습니까. 사실 저도 어머님 얼굴 뵙자마자 아차 싶었습니다. 소영이 생일 때마다 골목 입구에서 마주쳤던 그 인자한 얼굴이시더라고요.” ​“그러니까요! 당신이 8년 동안 그 동네 제 집 안방처럼 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Read more
PREV
123456
...
1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