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안은 이미 퇴근한 직장인들의 소란스러운 해방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은색 흡입구들은 제 소임을 다하느라 요란한 금속음을 내뱉었고, 누군가의 건배사와 뒤섞인 웃음소리가 자욱한 연기 사이를 유령처럼 부유했다. 혜연은 식당 입구에서 잠시 멈춰 서서 코트 깃을 바짝 여몄다. 오늘 낮, 상수의 전화를 받고 ‘절대 나가지 말아야지’라고 수만 번 다짐했던 결심은 식당 문을 여는 순간 무력하게 흩어졌다.‘딱 30분만. 정산만 하고 바로 일어나는 거야. 절대 웃어주지도 말고, 빈틈도 주지 마, 박혜연.’혜연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식당 구석, 상수는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평소 사무실에서 보던 그 구부정한 어깨는 간데없고, 집게를 든 손놀림이 꽤 능숙하고 분주했다. 불판 위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열기가 그의 안경 너머 눈동자를 이따금 흐릿하게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상수는 기묘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고기를 살폈다.“오셨어요? 여기, 여기요! 길 안 잃고 잘 찾아오셨네.”상수가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그 무던하고 담백한 얼굴을 보자마자, 혜연은 어제 소영이 씁쓸하게 뱉었던 말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가슴을 찔렀다.‘그 오빠, 고기 구울 줄도 몰라. 연애 초반에 멋있게 구워주겠다고 큰소리치더니 맨날 시커멓게 태워 먹어서 결국 내가 다 구웠다니까. 나중엔 아예 집게 잡을 생각도 안 하더라. 그 인간, 원래 남 대접하는 거 체질에 안 맞는 사람이야.’소영의 8년 기억 속 상수는 늘 그런 식의 ‘무심하고 서툰 남자’였다. 타인의 필요에 둔감하고,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 상대방을 외롭게 만드는 외골수. 하지만 지금 혜연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불판의 결을 하나하나 살피며 가장 맛있는 온도를 기다리고 있었다.“상수 씨, 저 오래 못 있어요. 그냥 어제 세탁비 드리러 온 거니까... 이거 받고 바로 일어날게요. 고기는 안 시키셔도 됐는데.”혜연은 의자 끝에 간신히 걸터앉으며 차갑게 선을 그었다. 가방
Last Updated : 2026-07-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