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하진은 서재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았다.서우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그거, 뭐예요?""손에서 놓지도 못하고."서우가 흠칫 놀라며 사진을 내려놓았다.하진은 조심스레 다가가 옆에 앉았다.서재의 불빛이 두 사람의 얼굴에 내려앉았다."오래된 사진이다.""누구예요?"서우는 잠시 침묵했다.창밖 도시의 불빛이 그의 옆 얼굴을 물들였다."내 동생이었다.""태겸이 말고, 진짜 동생."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이렇게 단단해 보이는 사람에게도,오래된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다."어릴 때 사고로 잃었다.""내가 지켜야 했던 사람이었는데, 지키지 못했다.""그 뒤로 오랫동안, 이 사진을 볼 자신도 없었다.""그래서 그렇게, 지키는 것에 집착하는 거예요?""그럴지도 모른다.""그 이후로는, 누군가를 지킨다는 말을 함부로 안 했다.""그런데 저한테는요?""너한테는, 처음으로 그 말을 다시 쓰고 싶어졌다."하진은 목이 메었다.그 이름을 아직 지우지 못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이름이 뭐였어요?""서인.""강서인.""몇 살이었어요, 그때.""열두 살.""나는 열여덟이었고.""그때는 내가 세상 전부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지금 생각하면, 그저 어린 오만이었다.""많이 어렸네요.""당신도, 그 애도.""어렸다.""그래서 더 지켜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지금도.""예쁜 이름이네요.""그래.""그런데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는 늘 늦었다는 자책이 따라왔다.""지금은요?""지금은, 네 이름을 부를 때 그 자책이 조금씩 옅어진다."하진은 그 말에 서우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강서우 씨, 저는 서인 씨가 아니에요.""대신해서 지키려고 하지 마요.""안다.""그래서 더 조심스럽다.""너를 그 애의 그림자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그림자가 아니라, 저는 그냥 저예요.""안다.""그래서 매일 다시 확인한다.""네가 서인이가 아니라 윤하진이라는
최신 업데이트 : 2026-07-09 더 보기